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함께의 힘은 편집의 힘을 뒷받침 해주는 든든한 토대이자 플랫폼. 서로 믿고 함께 나아간다면 편집기자의 미래는 밝다.”
한국편집기자협회가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4년의 임기를 마무리한 김선호 전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신인섭 제49대 한국편집기자협회장이 중책을 맡게 됐다. 종이신문과 디지털미디어의 과도기에 접어든 언론의 현실 속에서 편집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무겁지만 꼭 필요하기에 신임 회장의 막중한 역할과 책임에 대해 운을 떼자 신 회장은 “8년간의 협회 부회장 활동을 통해 많은 회원들과 소통했고, 이를 통해서 많은 인적자산을 쌓을 수 있었다”며 “이러한 소중한 네트워크를 통해 회원들과 소통하며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어 디지털편집상 신설 등 편집상 개편, 회원들과 소통 강화, 내실 있는 협회 운영 등 복안을 풀어 놓는 신임 회장의 모습은 거칠 것이 없어 보였다. 신인섭 신임 회장을 만나 그의 구상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먼저 한국편집기자협회장 당선 소감을 부탁한다.
압도적인 지지로 협회장에 당선시켜 주신 51개 회원사 회원님들과 데스크, 간사들에게 감사드린다. 지난 11월 선거운동기간에 청주를 시작으로 대전, 광주, 창원, 부산, 울산, 대구, 춘천 지역의 회원사들을 방문했다. 뿐만 아니라 수원, 인천 등 수도권과 서울 지역의 회원사도 찾아 회원들과 손잡고 눈 마주치며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아직까지 그때의 기억과 감동이 생생하다. 당선 이후 회장이라는 자리에 대한 엄중한 무게감이 매일매일 어깨를 짓누르고 있지만 부담감이 아닌 소중한 책임감으로서 감사하게 생각하며 고민의 크기를 늘려가고 있다. 전임 김선호 회장을 잘 이어서 더 많이 소통하고 더 많은 회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협회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8년 동안이나 협회 부회장을 맡아 활동해왔다. 어려움은 없었나.
44대 이혁찬(현 중앙일보 편집에디터) 협회장 때 중앙일보 간사를 맡아 협회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섀도 캐비닛(Shadow Cabinet)’을 자처하며 협회 행사 때마다 앞장섰던 기억이 난다. 이후 45대 박문홍 회장 때 처음으로 부회장을 맡았다. 당시 사단법인으로 전환된 협회를 안착시키는게 지상과제였고, 편집기자들의 고령화와 감소 속에서 협회의 행사에 회원들을 동원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결국 농구대회 대신 창립기념 세미나를 만들고, 배구대회도 가족운동회로 바꾸는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또한 편집기자 숫자가 줄면서 협회 활동에 관심을 갖고 봉사하는 인재도 급격히 줄었다. 그때 협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다. 생명체가 대를 잇는 것이 가장 중요하듯 협회도 유기체처럼 다음 대를 이어 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시 김선호 회장과 다시 집행부를 꾸리면서도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이 인재 확보였고, 협회 행사 때마다 집행부들에게는 ‘스카우팅 리포트’ 미션이 주어졌다. 누가 협회를 위한 인재가 될 수 있을지 눈여겨보라는 임무였다. 간사세미나, 창립기념세미나, 한국편집상, 데스크세미나를 통해 많은 물밑작업이 이뤄졌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내건 선전구호가 ‘편집의 힘을 믿습니다. 함께의 힘을 믿습니다’였다. 이 구호를 정한 이유가 있나.
편집기자 생활이 올해로 24년째다. 스포츠조선 편집부를 거쳐 중앙일보로 옮겨 19년째. 그사이 언론 환경은 많은 변화와 부침을 겪었다. 다행히 신문이 없어진다고 15년 전부터 걱정했지만 그렇게 되진 않았다. 그리고 편집부 규모는 줄었지만 편집기자가 사라지지도 않았다. 다행히 편집기자들은 방송, 디지털편집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결국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경쟁력을 키우는 실력 있는 편집기자들은 살아남는 것이다. 최근 편집기자를 뽑고 싶어도 뽑을 자원이 없다는 하소연을 많이 듣는다. ‘편집의 힘’을 믿는 이유가 바로 이 부분이다. 실력 있는 회원들이 전국에 든든히 버티고 있지 않나.
‘함께의 힘’은 지방 회원사들의 롤모델인 전북지회의 모습에서 찾아볼 수 있다. 5개 회원사가 똘똘 뭉쳐 단합대회를 열고 송년모임을 한다. 도지사, 시장 등 지역 유력 인사들이 스스로 찾아와 편집기자들과 함께 삼겹살을 굽고 술잔을 나눈다. ‘함께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순망치한’이라는 사자성어처럼 울타리가 사라지면 위기가 온다. 함께의 힘으로 편집의 울타리를 만들고, 편집의 힘으로 실력을 키우면 편집기자와 편집기자협회는 ‘윈윈’할 수 있다. 우린 그걸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함께의 힘을 믿는다’는 구호가 결국 회원들 간의 소통을 늘리겠다는 의미로 들린다. 소통 확대를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함께의 힘’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면 어떠한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일단 회원사 및 회원들과 많은 만남을 가져볼 생각이다. 함께의 힘이 중요한 이유는 편집의 힘을 든든하게 뒷받침해주는 토대이자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전북처럼 단위 지역 회원사들이 자주 모였으면 한다. 협회가 촉매제가 돼서 적극 지원하겠다. 그래서 각 회원사들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는 간사들의 역할에 주목했다. 간사장 밑에 부간사장들을 뽑아서 유기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구상 중이다.
또한 회원사의 중심 편집기자들이 다 모이는 간사세미나는 동료의식을 높이는 것은 물론 서로의 편집 열정을 공유해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는 자리가 되도록 준비할 생각이다. 열정 있고 실력 있는 중심 편집기자들이 각 회원사에서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함께 교류하며 성장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함께의 힘’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시너지 효과일 것이다. 또 협회의 중요한 사업, 바꿔나가야 할 부분을 놓고 데스크세미나, 간사세미나 등을 통해 같이 고민하고 논의하는 것을 전통으로 만들려고 한다. 간사세미나는 2년 전부터 1가지 주제를 놓고 분임토론을 해오고 있다. 데스크세미나도 올해부터 좌담회 형식으로 주제토론을 벌였다. 한국편집상 해외시찰 중에도 두 차례에 걸쳐 좌담회를 진행했다. 토론을 통해서 공감대를 넓히고 정책을 확정하고 집행하도록 하겠다.
-선거운동 기간 지방 회원사들도 돌아 봤을 텐데, 느낀 점이 있었나. 또 지방 회원사들과 유대를 강화할 복안이 있나.
8년 간의 협회 부회장 활동을 통해 많은 회원들과 소통했고, 이를 통해서 많은 인적자산을 쌓을 수 있었다. 가는 곳마다 반겨준 회원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오래된 동료, 형제, 식구들을 만난 느낌이었다. 김선호 회장 때와 마찬가지로 전국을 돌면서 총회를 개최하고 세미나를 열겠다. 새해 2월 총회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광주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광주일보 유제관 부국장이 제안했다. 이런 것들이 함께의 힘 아니겠나. 지역 회원사들을 더 자주 찾아보고 같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함께 고민하겠다.
-디지털편집상을 신설하는 등 편집상 개편·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구체적인 설명 부탁한다.
상은 어떻게 룰을 바꾸든 논란을 남긴다. 이달의 편집상과 디지털편집상을 놓고 간사세미나와 데스크세미나에서 몇 차례 토론을 가졌지만 결론을 도출하지는 못했다. 우선 이달의 편집상을 좀 더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심사채점표를 만들 생각이다. 독창성, 정확성, 영향력, 제목과 레이아웃의 조화 등 항목을 세분화해서 평가할 방침이다. 이렇게 심사채점표를 만들면 매달 100개가 넘는 응모작을 심사위원들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10~20명 정도의 심사위원단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종합, 경제‧사회, 문화‧스포츠, 피처 4개 부문인데 각 부문별로 심사위원을 2, 3명씩 투입해서 1차 심사를 하게 할 생각이다. 채점결과 점수가 높은 2~3배수의 후보작을 선정한 뒤 기존처럼 선배 심사위원들이 2차 심사, 그 후 회원투표로 수상작을 최종 선정하는 방식을 구상 중이다. 20명 정도의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 현직 편집기자 심사위원단을 꾸리는 게 가장 큰 난제다. 우선은 최근 한국편집상을 수상한 10년차 이상 편집기자들을 일단 1차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 한국편집상 수상자 좌담회에서 주제토론을 한 결과 보완점이 좀 있었다. 새 집행부와 함께 안을 만들어서 총회 때 발표하도록 하겠다.
디지털편집상과 관련해서도 선거운동 기간에 많은 질문을 받았다. 어떤 기준인지, 대상자는 누구인지, 어떻게 심사할 것인지 등 많은 고민이 필요한 분야다. 최근 2년간 디지털뉴스 편집을 담당했다. 뉴스가치를 판단하고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제목 뽑는 일을 누가 가장 잘 하겠나. 바로 편집기자들이다. 디지털뉴스 편집도 편집기자의 영역이다. 중앙일보를 포함해 많은 회원사들이 디지털 부서에 편집기자들을 배치하고 있다. 지면과 디지털 둘 다 편집기자의 핵심 영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편집상을 만든다는 것은 디지털 분야도 편집기자의 영역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막연한 두려움을 버리면 편집기자들의 새로운 일자리가 될 것이다. 디지털상을 만들고 회원들을 수용해 편집기자들의 새로운 영역으로 만들어보겠다. 지속가능한 편집기자협회를 만들기 위해서도 중요한 문제다. 이달의 편집상과 마찬가지로 총회 때까지 안을 만들도록 하겠다.
-회원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대학 졸업하고 1993년 첫 직장이 신세계백화점이었다. 신입사원 연수 때 백화점은 사양산업이고 대형마트의 시대가 온다고 했다. 그때 창동에 이마트 1호점이 생겼다. 20년도 더 지나 이젠 대형마트도 온라인에 밀려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오늘날 신문의 모습은 유통업과 많이 비슷하다. 매장에서도 소비자들의 손길을 붙잡기 위해 진열과 상품 구성을 바꾸는 ‘편집’을 한다. 미디어를 산업적 관점에서 보면 취재기자는 뉴스 생산을 담당하고 편집기자는 뉴스 유통을 담당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상품 유통 플랫폼이 다양해진 것처럼 뉴스 유통 플랫폼도 다양해지고 있다. 애용하는 유통 플랫폼이 달라질 뿐 소비자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신문도 편집기자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플랫폼에 따라 일하는 형태는 달라질 수 있다. 실력 있는 편집기자는 어느 분야에서도 유용한 인재로 활용된다. 플랫폼이 다양해질수록 편집기자의 필요성도 늘어날 것이라고 믿는다. 사실 협회가 큰 힘을 갖고 있지는 않다. 노조도 아니고 경영에 간섭할 수 있는 위치도 아니다. 회원들에게 억지로 행사에 참여를 강제할 수도 없다. 그러나 실력 있는 편집기자들을 모을 수 있고 노하우를 나눌 수 있는 인재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참여와 관심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함께의 힘을 키울수록 우리의 잡(Job)은 더 커지고 늘어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함께의 힘을 믿고, 함께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