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4명의 기미상궁이 필요해

대만 여행은 먹방이 될 거라는 기대와 달리, 식사시간마다 고역을 치른 간사들이 많았다는데…. 10명이 둘러앉은 원형 테이블에서 모든 요리마다 가장 늦게 맛을 보는 간사가 있었으니, 4명이 ‘오케이’ 해야 수저를 들었다고.

“맛있어요?” “먹을 만해요”

“괜찮아요?” “생긴 건 그래도 괜찮은데요.”

“진짜 괜찮아요?” “느끼해도 그 중 나아요”

“거짓말 아니죠?” “정말이에요. 맛있어요”

“그럼 4명이상이 오케이 했으니까 먹어봐야지”

 

돼지? 개? 도마뱀? 이건 뭐지?

화려했던 요리만큼 에피소드도 많았다. 까맣게 생긴 그게 문제였다. 먼저 맛을 본 간사들이 이건 무슨 고기지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돼지고기 같은데요” “닭고기 맛인데” 갖은 추측이 난무했다.

“혹시 개고기 아닐까”

“으악”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조모 여기자는 음식을 내동댕이 치기도 했다.

결국 친절한 종업원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돼지고기라고 결론을 내려줬지만, 이미 입맛은 끝.

 

오리 눈을 가려라

그나마 만만한 베이징덕 요리가 나왔다. 한참 흡입을 하던 중 한국선 못 보던 오리 머리가 눈에 띄였고, 눈까지 생생했다. “여기선 머리도 먹나보죠?”

“먹는 거니까 나왔겠죠. 먹어볼까요?” 하고 젓가락을 들었던 막내 기자. 맛을 보더니 안색이 창백해졌다. “윽, 뇌를 먹었어요.”

순간 다른 반쪽을 들었던 모 간사는 슬그머니 냅킨으로 오리 눈을 가렸다고...

 

가장 높이 난 ‘로또 1등’ ‘협회 발전’

폭우가 퍼붓는 가운데 체험한 천등(天燈) 날리기. 1m쯤 되는 빨간색 천등의 네 개면에 각각 소원을 적고 화약 종이에 불을 붙여 하늘로 띄우는 것. 시펑에서 천등에 소원을 빌어 날리면 이뤄질 확률이 높다는 가이드의 말에 저마다 간절한 소원을 적었는데.

‘가족건강’ ‘00아 사랑해’ 라고 쓴 가정파가 주류를 이뤘지만 몇몇 튀는 문구들이 있었으니...

‘00신문 만세, 부장님 사랑해요’ ‘000노조 교섭 성공’ ‘합격’ ‘다이어트 성공’

그런데 간사들의 간절한 소망에도 억수처럼 퍼붓는 빗줄기에 대부분의 천등들은 힘차게 솟아올랐다가 그대로 급전직하 하고 말았다.

반면 폭우를 뚫고 까마득하고 떠오른 단 하나의 풍등이 있었다. 간사들이 ‘가식적’이라며 만류에도 강행했던 김선호 회장의 ‘협회 발전 만사형통’, 마흔 넘어도 총각인 모 기자의 ‘장가 간다’, 그리고 ‘로또 대박’ 이런 건 쓰지 말아달라는 가이드의 지침에도 ‘로또 1등’이라고 쓴 천등이었다.

‘로또’의 부푼 꿈을 안은 주인공은 단번에 1등 되면 협회에 1000만원, 같이 천등 날린 분들에게도 1000만원씩 주겠다고 공약도.


카드결제 불가의 행운
단체로 들린 과자 가게에서 카드가 된다기에 맘 놓고 시식하고 고르고 골라 여러개를 샀건만 특정 브랜드 신용카드는 불가. 결국 본의 아니게 반품. 이후 101타워에서 멍때리다가 눈앞에서 기대없이 맛본 펑리수가 더 맛있고 값도 싸 운좋게 득템. 게다가 카드결제까지 OK. 


여기자들의 소 혀 사랑

4박5일의 세미나 마지막 밤 조별토론을 마친 D조의 처음이자 마지막 회식. 일찌감치 침대에서 시체가 된 1명을 제외한 D조 전원과 슬며시 가출한 A조 2명 등 총 11명은 자정에 가까운 시각 숙소 앞 유일하게 문을 연 소고기 샤브샤브 집에서 마지막 밤을 찢어.
재료가 바닥나 소꼬리와 도가니를 익혀 먹으며 고량주를 홀짝이던 그들 앞에 던져진 번외편 미션. 천상의 미각을 자랑하는 조장의 간곡한 권고로 소 혀를 주문하게 된 것.
절대 먹지 않겠다던 여기자들은 마지못해 맛본 소 혀의 맛과 식감에 ‘금사빠’로 변신. 소 혀에 대한 무한 사랑을 다짐하며 행복한 회식을 마쳐.
한편 자정이 넘어서면서부터 의자에 앉아 손님들을 쏘아보던 음식점 직원들은 데드라인인 새벽 1시 30분에 정확히 실내조명을 꺼버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