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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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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배일동, 판소리계 아웃사이더이자 ‘독공(獨功)파’의 태두
    작성자 대표 관리자 (ip:)
    • 평점 0점  
    • 작성일 2017-04-07 17:5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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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82

    김용길의 미디어 스토리<22>


     

     

    순천 출신 배일동 명창은 판소리계의 아웃사이더이자 ‘독공(獨功)파’의 태두이다. 스물여섯 늦깎이로 소리의 세계에 입문. 젊은 시절 몇몇 스승에게 소리의 본질을 사사한 후 홀로 정진의 길에 나선다.
    남녘 조계산 지리산의 작은 폭포 아래 7년 동안 독공(獨功)하였다. 가슴 속 애끓는 소리를 끄집어내 눈앞의 바위벽에 힘껏 쏟아냈다. 소리는 시퍼런 파도로 들이치고 하얀 포말로 여운을 남긴다.
    판소리계는 배 명창의 깊고 넓은 성량을 ‘폭포 목청’이라 부른다. 세월이 흘러 모바일 스마트폰 시대. 그는 자신의 휴대전화 메모장에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듯 26년 소리 수련의 여정을 새기기 시작했다.
    이것이 올봄 ‘독공’이란 책의 탄생 사단이다. 그의 박학다식한 사변과 판소리 열정은 씨줄과 날줄로 교직 되면서 일찌감치 경박한 페이스북 글 문화 속에서 독보적인 문객으로서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아왔다. 필자 또한 페이스북에서 명창을 만나 교유하였다. 배 명창은 지금 판소리계 최고의 ‘1인 미디어’다. 배 명창의 미디어적 변주를 통해 한국 판소리는 다국적으로 호흡하며 ‘판소리 한류’의 심해를 유유히 헤쳐 나가고 있다. 그를 만나 온몸으로 소리쳐대는 ‘독공의 삶’을 질문했다. ‘뭐시 중허냐’고 따져 물었다.

     




    # 과거 훌륭한 명창들은 자신만의 저서를 남긴 경우가 드물었다. ‘독공’은 판소리의 세계를 일별할 수 있는 훌륭한 읽을거리다. 책을 펴낸 뜻은 무언가.                                        

    “판소리와 재즈를 결합한 퓨전 공연을 많이 했다. 외국 공연을 자주 가면 해외 아티스트와 예술 전문가들이 묻는다. ‘영어로 번역된 판소리 이론서를 구할 수 없느냐’고 푸념했다. 판소리의 역사가 300년이 넘어가는데 부끄러운 일이다. 판소리의 전수가 주먹구구식이었다. 이젠 나라도 나서야 했다. 컴퓨터를 할 줄 몰라 엄두를 못 내고 있는데 휴대전화 메모앱에 써보니 뜻밖에 글이 술술 풀렸다. 80여 일 만에 원고지 1000매 초고를 완성했다. 이후 2년 동안 10번 퇴고했다. 이제 첫 번째 책이 나왔으니 두 번째 책도 곧 나온다. 이를 토대로 내년께 미국에서 영어로 된 번역서가 나올 예정이다.” (필자는 이때 절로 기립해 큰 박수를 보탰다.)



    # ‘독공’이란 공부법을 소개해 달라.

    “소리꾼이 스승에게 사사한 소리의 원리를 가다듬고, 더 나아가 자신만의 독창적인 소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깊은 산 속에 홀로 공부하는 것을 말한다. 진정한 공부는 백척간두에 서서 절절하게 홀로 공부하는 것이다. 누구에게 의지하거나 기대지 않고 스스로 묻고 찾아서 간절한 마음으로 절차탁마하는 게 진정한 공부다. 수면시간 네 시간을 빼고 온종일 소리만 했고 잠들기 전 2시간은 독서를 했다. 겨울의 적막강산은 산이 텅 비어서 훤히 내다보인다. 춥지만 정신은 또렷하고 만물이 고요해 화두를 잡고 집중하기에 가장 좋았다. 책은 음양오행 사서삼경 동양의학 철학 종교서를 탐독했다. 참 몸서리치게 공부했다. 독공은 스승으로부터 독립하는 출발점이다. 예술의 품격을 높이는 데에는 독서만한 게 없다.”



    # 독공 시절 슬럼프는 없었나. 어떻게 극복했나.

    “지리산 달궁에서 3년쯤 거할 때 그 시절을 소회할 수 있는 일기를 썼다. 아래 글이다.
    ‘요 며칠 소쩍새가 밤만 이슥해지면 밤새도록 목 놓아 울어댄다. 저놈의 목구멍은 구성져서 쩌렁쩌렁 울리는구나. 저 목구멍을 나한테 주면 참말로 좋을 텐디. 선암사에서 지리산으로 옮긴 지 3년째인데 이놈의 내 목구멍은 막혀서 풀릴 기미는 없고 정녕 이러다 말 것인가. 늦은 저녁 폭포로 가서 한바탕 소리를 불러 제낄 때 작은 새 한 마리 가만히 나를 쳐다본다. 마치 ‘너는 뭘 그리 근심하냐? 있는 그대로 하면 되지!’ 하고 말이나 하듯이. 그 순간 눈물이 스르르 나왔다. 에라이, 모르겠다. 그저 동풍이 불면 언젠가는 내게도 봄이 오겠지.’
    어차피 광대의 길은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는 것. 가슴에 품은 뜻을 소리에 실어 풀어놓을 수만 있다면 족할 것을 득음까지 꿈꿀 일이 뭐 있겠는가. 다만 오늘 한 걸음 착실히 내디딜 뿐이다.”



    # 명창 스스로 체험한 판소리의 매력은 무엇인가.
    “판소리는 구비문학이며 소설이고 서사시이다. 다섯 바탕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흥부가’ ‘적벽가’ 모두 서사시의 유장함 속에 인간의 고락이 서려 있다. 최고의 매력은 잘 정련된 사설과 아름다운 음악적 형식미에 있다. 감동적인 뜻이 담긴 서사적 줄거리에 자연스런 장단, 붙임새, 선율, 음조, 시김새 등의 음악적 형식미가 날개를 달아준다. 즉 민초의 애환을 다룬 문학과 한국적 소리음악의 절묘한 만남이 판소리다.”



    # 자기만의 ‘독공’에 전력투구해보려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조언을 해 달라.
    “독공은 성실함만으로 성공할 수가 없다. 격물치지(格物致知)하는 치열 함이 있어야 한다. 산 속에 있으면 정작 그 산을 못 본다고 하지 않나. 산을 제대로 보려면 저 멀리 너른 들녘에서 보아야 하듯이 소리 공부는 소리가 품고 있으며 소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세상사의 인문(人文)으로 보아야 한다. 우리가 대하는 모든 것이 격물(格物)의 대상이다. 즉물(卽物)들을 직접 마주 대하고 체험하면서 연구하고 궁리(窮理)하는 과정이 격물이다. 치지(致知)란 그렇게 얻은 이치들을 자기 내면의 깊은 성찰로 더욱 정밀하게 다듬는 것. 결국 격물치지(格物致知)란 실기와 이론의 겸비다. 사는 게 돈오점수(頓悟漸修)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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