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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1면 제목, 그 5초의 전쟁… ‘편집쇼윈도’가 명품신문 결정한다
    작성자 대표 관리자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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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1-06-07 16: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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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24

    신문 1면 헤드라인 리뷰 (상)


    1면은 신문이 그날 기사들 중에서 가장 먼저 독자에게 보여야할 것들과 보이고 싶은 것들을 골라서 모아놓은 지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뉴스 밸류도 고려하지만, 신문의 이미지나 정체성을 돋우는 역할도 살펴서 고릅니다. 또 시의성이나 계절성을 고려하기도 하고, 감성적 접근으로 독자와 교감하여 소통의 친화력을 높이는 콘텐츠들을 선보이기도 합니다. 신문의 매력은 1면으로 좌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1면에 실린 기사들은, 그안의 지면에 실린 기사들의 격(格)과 질(質)과 재미와 다양함을 암시하는 ‘쇼핑가의 쇼윈도’ 구실을 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신문들의 1면 기사를, 쇼핑하는 기분으로 한번 읽어보기로 합시다. 쇼핑을 한다는 것은, 지금 눈앞에 있는 물건에 대해, 내 지갑의 돈을 꺼내어 지불할 만큼 구매욕을 느낀다는 뜻일 것입니다. 신문 기사의 쇼핑객은, 그보다 더 까다로운지도 모릅니다. 콘텐츠를 채택하고 뉴스를 수용하기 위해 바삐 살핍니다. 다채로운 매력을 제공하는 신문들과 그 경쟁자들이 사방에 널려있기 때문입니다. 1면이 손님을 붙드는 시간을 저는 ‘5초’로 표현합니다. 이 5초는 바로 헤드라인을 읽는 시간이며, 기사내용과 소통할지 감(感)을 잡는 시간입니다.


    [기사1]

    이 신문은 톱기사로 항만노동자의 근무환경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참으로 심각한 문제를 포착했습니다. 얼마전 경기도 평택항에서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사망한 23세 이선호씨의 사고를 계기로, 기자는 지난 10년간의 항만노동자 사고 관련 대법원 판결문을 뒤졌습니다. 제목을 한번 읽어볼까요.


    한 줄에 11자씩 22자(숫자는 묶음으로 한 글자)의 제목을 달았습니다. 조금 딱딱하지만 표현하고자 하는 강조점이 부각된 힘이 있는 제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면의 독자는 이 문제에 대한 ‘정보의 사전공유’정도가 매우 낮기에, 그것을 바로 전달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알려줘야 할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우선 10년간 34명의 사망자가 있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하고, 그 중에서 대법원의 실형 확정까지 내려진 것이 1건 밖에 없었다는 말을 해야 했겠지요. 

    표현을 꼼꼼히 했지만, 제목 속에는 항만노동자가 숨진 상황이 ‘산업현장’이었다는 점이 빠져있습니다. 그리고 실형선고를 내린 대상은 기업의 관리책임자인데, 항만노동자가 실형 선고를 받은 듯한 애매한 문장 형식이 되어 있는 것도 아쉬운 점입니다. 


    물론 독자가 그렇게 이해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문장이 복잡하면서도 꼬여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제가 이 지면을 맡았고, 같은 길이로 달고자 했다면 이렇게 표현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위에 표현된 것은 소자(小字) 설명인 ‘루비’제목입니다.


                 <사망한 평택항 항만노동자>

    『10년간 34명 '이선호'의 참극

    기업 법적책임진 건 딱 1건


    그러나 그보다는 물샐 틈 없이 다 표현하겠다는 생각을 우선 접어놓고, ‘툭 던지는’ 말부터 꺼냈을 겁니다. 왜냐하면 캐주얼한 1면 독자가 쇼핑 대상에서 눈을 떼기 전에 관심을 붙잡아햐 하기 때문입니다.


    항만노동자, 죽는 게 죄였다


    이렇게 제목을 달았을 겁니다. 그리고 그 아래 부제목으로 <10년간 사망한 항만노동자 분석해보니/ 기업이 유죄처벌받은 건 딱 1건/'이선호의‘참극’은, 솜방망이 법이 낳은 재해희생>을 넣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것 또한 제목을 다는 한 방법일 뿐입니다. 제목은 정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짧은 제작 시간 동안에 치열하고 집요하게 고민하는 편집기자들의 영원한 과업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기사2]



     지역신문은 독자가 지역주민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전국지의 관점으로 기사와 편집을 판단하는 일은 어리석 은 것일지 모릅니다. 철저히 지역의 관점을 지니고 지역의 언론이 되는 것이 더욱 강해지는 방향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신문은 5.18   유족회가 국민의힘 의원들을 추모제에 처음으로 초청한 뉴스를 크게 다뤘습니다.  의미있는 기사이며, 우리 국민 전반의 격(格)을 높이는 진전을 담고 있다고 봅니 다. 편집기자는 이 문제를 '국민 통합'이란 포인트로 부각시켰습니다. 


    나무랄 데 없이 깔끔하게 이 뉴스의 의미를 뽑아낸 제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어쩐지 심심합니다. ‘뉴스가 되는 핵심’을 전체적인 의미의 일부로 다루면서, 기사가 지닌 톡 쏘는 맛이 희석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핵심은 야당의원인 정운천과 성일종이 5.18추모제에 초청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대권 ‘잠룡’들은, 거의 당연한 코스이기에, 기사의 분위기를 돋우는 추임새로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이 지면을 편집했다면, 이렇게 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여야 의원.잠룡들 광주로…  5·18유족회, 큰 러브콜



    [기사3]

    기사를 읽으며 큰 감동과 함께 직업적인 연민까지 느껴졌습니다. 34세의 용인소방서 신진규 소방관이 순직한 뒤에 전국 6만 여명 소방관 거의 전원의 조의금이 답지해 5억원을 넘겼다는 겁니다. 편집기자는 이 내용을 담담한 메인 헤드라인으로 달았습니다.

      

    이 기사는 편집자가 달아놓은 것처럼, 소방관들 간의 뜨거운 동료애를 느낄 수 있는 뉴스입니다. 헤드라인을 살펴보면, 전국 소방관의 99%가 십시일반으로 동참했다는 내용이, 작은 제목으로 내려가 있습니다. 큰 제목만 보면, 돈 있는 누군가가 5억원을 쾌척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 편집자는 독자가 소제목까지 읽어주기를 바랐을 것입니다. 그러려면, 큰 제목이 눈을 붙들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1면 독자는 캐주얼하게 지나가버리기 쉽습니다. 전국 소방관들이 모두 주머니를 털었다는 미담을 읽게 하려면, 강력한 아이캐처(눈을 붙잡는 제목)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저는 기사에 들어있는 멘트를 활용해, 이렇게 달았을 것 같습니다.


    "내가 죽은 것 같습니다"

     전국 6만여 소방관 조의금...

                  순직 신진규 동료에 5억원 몰려왔다 


    [기사4]

    이 기사도 지역신문 1면에 실린 것입니다. 코로나 이후 침체 일로를 걸어왔던 김해공항 국제선이 활기를 찾고 있다는 기사입니다. 아직 전염병은 끝나지 않았는데, 이달 보름간 1820명의 승객이 이 공항의 국제선을 이용했습니다. ‘무착륙 국제관광비행’ 사업이 흥행을 거둔 것이죠. 이 사업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최대 600달러까지 면세품을 구입할 수 있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코로나에 억눌린 소비가, 이 기묘한 여행을 핑계삼아 ‘보복’처럼 폭발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편집자는 이 기사의 제목을 이렇게 달았습니다.

    김해공항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은 헤드라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날개 펼쳤다’는 말은, 여객기라는 점을 의식한 은유일 것입니다. 날개를 펼친 것은, 비행을 준비한다는 의미도 되고 이미 비행을 시작했다는 의미도 되는, 다소 모호한 감이 있는데, 편집자는 그 모호함을 십분 이용하는 것 같습니다. 정상화를 준비한다는 상황설명도 되고 정상화가 되어간다는 기대감도 담을 수 있으니까요. 코로나에 찌든 삶인지라 이런 미화(美化)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 메인제목이 독자를 ‘혹’하게 할 수 있을까요. 이 기사의 매력은 역시 솔직한 팩트가 아닐지요.


    김해 국제선 '면세점 비행'으 기적

     '무착륙 여행' 보름새 1820명 이용...

     코로나시대 항공의 짭짭한 날갯짓


    [기사5]


    편집자는 신조어를 제시해 기사의 주목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불독족(불혹을 넘긴 독신자)’이란 표현은 불독이란 견종(犬種)이 지닌 특징(생김새라든가, 혹은 물면 놓지 않는 고집)을 떠올리게 하는 맛이 있습니다. 홀로 사는 4050이라고 반드시 늙어가는 얼굴과 독신을 고집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지녀야할 이유는 없기에, 단지 앞글자를 딴 신조어로 쓰기엔 당사자를 모욕하는 느낌이 있는 게 흠이라면 흠입니다. 

     이 기사는 서울 1인가구 중에서 26%가 불독족이고 불독족의 88%는 전월세 거주자라는 분석 결과를 토대로 쓴 것입니다. 기사의 취지는 정부와 지자체의 1인가구 대책이 2030에만 맞춰져 있어서, 저 불독족이 사실상의 사각지대라는 점을 부각하고자 한 것 같습니다. 제목을 보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가 좀 어렵습니다. 헤드라인 맨처음에 등장하는 88%가 무엇의 88%인지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불독족의 88%가 전월세를 산다는 것인데, 말을 뒤집어놓으니 그 의미로 읽히지 않게 되었습니다. 전월세 내용은 버리고, 이렇게 가면 어떨지요.


    『1인가구의 26%

     '불독’을 아십니까

       4050 불혹의 독신자… 정부는 2030만 챙겨 


    [기사5]

    신문사가 단체와 공동으로 ‘발명의날(19일)’ 행사의 하나로 연 시상식 내용을 기사화한 것입니다. 대개 신문의 브랜드력을 높이고 공동체에 대한 높은 관심을 표현하기 위한 의욕으로 전면에 부각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개 이런 기사들은 잘 읽히지 않고 흥미로운 콘텐츠이기도 쉽지 않는데, 이 기사의 경우는 성공적인 것 같네요.


     카카오톡을 발명품으로 부각시킨 센스는 훌륭합니다. 그것이 우리 일상에 미친 영향과 삶의 환경들을 바꿔나가고 있는 것을 살펴보면 가히 ‘최고발명’이라 할 만합니다. 다만 제목에서 한국을 ‘韓’이라고 표현한 것은, 아직까지는 어색한 방식입니다. 韓美나 韓中 등 두 나라를 맞서 세울 때의 韓은 익숙하지만, 韓만 단독으로 쓰일 때는 낯선 감이 있습니다. 美, 日, 中, 英 등은 이미 한 글자의 국호(國號)로 굳어졌으나 한국만큼은 맞서거나 열거되는 것이 없이 단독으로 쓰이지 않는 관행이 있습니다. 편집기자들은, 글자수의 압박 때문에 가끔 한 글자로 쓰려고 합니다만, 써놓고 보면 제목이 거칠어 보이는 점이 있습니다. 앞으로 계속 그렇게 쓰다보면 바뀌겠지만, 관행이 될 때까지는 ‘한국’으로 써주는 것이 좋습니다. 


     21세기 한국 최고의 발명은 ‘카톡’


    카카오톡은 ‘카톡’으로 써도 못 알아듣는 이가 없을 만큼 약어도 대중화되어 있습니다. 그걸 줄이고 한국을 살리는 게 옳은 방법이 아닐지요.


    <다음 회에 계속>

    아주경제 편집총괄 겸 논설실장

    첨부파일 이상국의 편집강의.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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