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K영성 이끈 사상가 ‘다석’의 발견


- 지난 봄 인사동에서 빈섬 이상국 아주경제 논 설위원(이하 빈섬)을 만났을 때 일이다. 점심 식 사자리에서 빈섬은 종교 사상가 다석 류영모의 이야기를 꺼냈다. 목소리가 들떠 있었다. 지난 3 년간 그야말로 다석에게 푹 빠져 있었다고 했다. 다석의 묘에 찾아가 일행들과 함께 제를 올리고 그를 위한 시와 노래를 불렀다고도 했다. 빈섬은 영화 ‘암살’의 모티브가 된 여성 독립운동가 남자현 지사 등 잊혀진 위인을 세상에 알리는데 앞장 서 왔다. 그런 그를 다시금 몰입케 한 다석은 과 연 어떤 인물이었을까. 

책 ‘저녁의 참사람-다석 류영모 평전’은 이런 질 문에 대한 대답을 모아놓았다. 아주경제 지면을 통 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얼나의 성자 다석 류영 모’란 제목으로 연재된 글들을 새롭게 편집한 책이 다. 저자는 책을 내며 “류영모를 살았고 류영모를 앓았다”고 고백한다. 류영 모와 함께 식민지의 암흑과 동족상잔의 전란을 살았고, 전쟁 이후의 혼란과 격동기 를 압축 성장하듯 살아냈다 는 것이다.

다석 류영모는 함석헌과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현 대 철학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씨알’ 사상으로 유명한 함석헌의 스승 이자 일제 강점기 기독교를 통한 독립운동을 펼 친 김교신의 스승이다. 그는 한국의 민주화, 산업 화, 종교가치 운동에서 정신적 기반을 일궈낸 선구자이기도 했다. 기독교의 참 종교화를 위해 30 년간 YMCA 강연을 했던 인물이자 광주의 가난 하고 병든 이들의 구호운동을 지원하고 이 지역 을 ‘빛고을’이라고 명명했던 사람, 북한산 자락에 은거하며 재산을 털어 남을 돕는데 앞장섰던 삶 으로 ‘북한산 성자’라 불린 사람이다. 

이 책은 류영모가 이룩한 ‘다석(多石) 사상’이 코로나 시대의 정신적 위축과 가치 상실기에 의 미 있는 ‘K-영성(Sprituality)’으로 새롭게 주목 받는다고 말한다. 다석은 신은 어디에도 있을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인간 속에 '얼(성령)'으로 들 어와 있다고 했다. 이것이 류영모가 말하는 ‘얼나’ 다. 류영모는 인간과의 대면으로 신과의 대면을 대체하려는 종교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신앙은 철저히 신과 나의 단독자 대면일 뿐이며, 스스로 찾아나서는 자율행위일 뿐이라고 말한다. 종교 가 비즈니스화하고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집회와 행사를 강행하는 무리들이 늘어나는 지금 우리 가 새겨들을 대목이다. 

저자는 앞으로도 다석 관련 저술에 집중할 계 획이다. ‘다석문답 : MZ세대와 K 영성을 논하다’, ‘다석의 노래’ 등을 준비 중이다. 어둡고 혼란한 시대에 다석이라는 빛을 비추기 위한 행보가 이 제 막 시작된 것이다.

(빈섬 이상국 지음, 박영호 공저 및 감수, 메디 치미디어, 2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