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편집기자에 대한 만족도… 평소엔 50%, 지금은 80%!-

강원도민일보  김영희 차장


#“현재 직업에 만족하시나요”

며칠전 한 중학교 진로탐색 강의중 학생 의 질문이었습니다. 순간 이걸 어떻게 대 답해야 하지.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날 그 교실에 있던 학생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거 짓말을 하고 강의를 마무리했습니다.

저는 뭐라고 답했을까요? 저는 “70% 만족합니다, 세상에 100% 만족은 아마 없을테니까요”라고 했습 니다. 학생들에게 무언가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절반보다는 많게 그렇다고 매우 높은 퍼센트는 스 스로 수긍할 수 없었기에 적당히 ‘70%’라고 얼버무렸습니다. 그날 귀가 후 진짜 나의 만족도가 얼마인지 생각해보았습니 다. 50%나 될까.

취재 데스크가 지나가며 툭 던지는 말들이 있습니다. “제목 이 기사를 살렸어.” “000(외부)에서 제목 좋대” 기사와 제목이 딱 맞아떨어질 때 이런 말씀들 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매일 듣 는 소리라면 좋겠지만, 정말 아주 매우 드물게 들어는 봤으니 내가 제대로 일하고 있구나, 그래 나보다 윗사람에게 칭찬들 었으니 60% 만족.

불과 며칠 지났지만 다시 그 학생이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이번에는 80%라고 빠르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 편집상>이라는 큰 상을 받게 되었으니 제 직업에 편집기자라 는 일에 80% 만족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퀴즈왕 이어 편집상까지 대박 내년에도 운수대통, 씩씩하게

머니투데이  권수정 기자


아직도 편집이 어렵다. 아니 할수록 더 그렇다. 어제의 지면은 오늘의 반성문이 다. 난 왜 이 생각을 못 했을까- 다음날 다른 신문을 보면서 매번 감탄하고 후회 한다. 이번엔 정말 잘 해봐야지- 의욕이 불끈 솟는 날에는 무리수 제목(나름 궁 서체입니다)을 지어봤다가 ‘3초 커트’ 당하기도 했고 가독성 떨어지는 레이아웃을 내밀었다가 시원 하게 뒤집혀도 봤다. 앞으로 이런 실수하지 말아야지- 매일 오답 노트를 써 내려가는 수험생 같다. 언젠가는 속 시원히 강판 버튼 누르고 뿌듯해하는 날도 오겠지? 더덩실 춤이라 도 추며 퇴근하는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오늘도 대장에 뭔가를 끼적인다.

상과는 평생 거리두고 살 줄 알았는데 비대면 체육대회 퀴 즈왕에 이어 연말까지, 그야말로 협회 복이 터졌다. 개인적으 로 크고 작은 일들로 파란만장했던 한 해였는데 덕분에 마 무리가 아주 좋다. “수고했어 올해도” 일과 육아 모두 잘 해 내고 싶어 바둥거리는 내게 건네는 위로 같아 따뜻하다. 운 수대통의 기운을 이어받아 내년에는 더 씩씩, 싹싹해지자고 다짐해본다. 항상 부족한 지면에 힘을 실어주시는 이인규 부 국장과 김용균 위원, 조남각 부장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린 다. 가뜩이나 마감에 쫓겨 숨 막히는데 마스크 쓰고 고군분 투하는 편집부 선배, 후배님께도 감사드린다.



1분만에 ‘픽’한 사진이 준 행운 백발이 돼도 특집 지면 짜고파

서울신문  김경희 차장


따뜻한 5월의 봄날, 암투병으로 돌아 가신 친정 아버지를 떠나보낸 슬픔 속에 서 미쳐 헤어나오지 못할 때, 정신줄을 부여잡을 수 있게 해 준 건 바로 제가 천 직이라고 생각하고 버텨온 ‘편집’ 때문이 었습니다.

저는 편집을 20년 넘게 했는데도 아직도 헤매고, 여전히 부족한 ‘편집쟁이’입니다. 격변하는 뉴미 디어 시대에 저는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도 깊 어지는 시기입니다.

요즘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이 인기인데요, 얼마 전에 ‘놀 면 뭐하니’를 보다가 거기에 오일남 역으로 출연했던 70대 오영수라는 노배우의 후일담을 봤습니다. 정말 우연히 설거 지하다 봤는데 그분이 하신 이 멘트에 순간 울컥해서 한동안 먹먹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1등 아니면 안 될 것처럼 흘러갈 때가 있다. 그런데 2등은 1등에게 졌지만 3등에게 이겼지 않은가. 모두 가 승자다.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승자는 하고 싶은 일을 최 선을 다해서 어떤 경지에 이르려고 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 람이 승자고 그렇게 살면 좋겠다.” 

저도 하고싶은 일에 늘 최선을 다한다면 꼭 승자가 아니어 도, 꼭 상을 받지 않아도 내 삶의 승자가 아닐까 감히 말해봅 니다.



기자란 실용과 허세·지혜 뒤섞여 하루 이겨내고 소맥 타먹는 직업

아시아경제  이근형 기자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됐는데 쿨한 척할 수는 없고. 한국의 법도상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것이 도리이므로 입사 이래 지금까 지 많은 지도와 질책과 밤낮으로 음주 지 원을 아끼지 아니하시었던 임훈구 부장께 가장 먼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갑작스레 오랜만에 특별한 소재나 목적없이 긴 글을 써보려고 하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무슨 말 을 해야 할까. 그러던 중에 어쩌다 편집기자가 돼 처음 겪었던 1년 차 시절이 생각이 났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됐을 무렵 편집 국 전 사원이 강당에 모여 세미나를 했다. 뉴욕타임스 혁신보 고서를 설명하고 뉴욕타임스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온라 인이 대세가 될 것이며, 신문 1면이라는 것은 효용가치를 잃고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제 편집기자라는 직업으 로 새로 시작하는데 실업 예고라니.  

그로부터 1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물론 세상은 바뀌었다. 지면의 영향력은 감소했고, 매년 독자가 줄고 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지면 편집을 하고 있다. 세상의 변화는 그때도 당연히 그 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빠르게 오지 않는다. 여전히 나 의 일은 유효하고 온라인은 우리의 시대를 끝내주는 플랫폼이 아 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는 플랫폼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뉴미디 어가 나올 때마다 기존의 미디어는 위협을 받아왔지만 없어진 게 뭐가 있던가. 게다가 우리는 방법을 또 찾겠지. 늘 그랬듯이.



지쳐있는 일상에 ‘편집상 선물’ 잃어버릴 뻔한 열정, 다시 챙겨

전자신문  김상희·박새롬 기자


사이언스 지면을 맡는 날엔 아침부터 머리를 쥐어뜯는다. 일찍부터 과포자(과학포기자) 겸 수포자(수학포기자)였 건만, 성인이 돼서 이런 시련을 겪다니…. 그날의 과제는 입 밖으로 한 번도 내뱉어 본 적 없는, 그 단어도 생소한 ‘네안데르탈인’이었다. 선배들이 툭툭 던져주는 농담인 듯 농 담 아닌 농담 같은 아이디어도 흘리지 않고 머릿속에 차곡차 곡 쌓는다. 더 지체할 시간이 없다. 결국 나와 같은 문과형 인간 을 위해 쉽고 심플한 제목을 택했다. 말장난처럼 보일까 걱정 했지만, 박새롬 기자의 그래픽이 갈 곳 잃은 지면을 살려냈다. 개떡 같이 설명해도 찰떡같이 만들어 내는 금손, 아니다 싶은 것은 칼 같이 거부하는 단호함, 상상도 못한 것을 한 줄기 빛 처럼 짠하고 꺼내는 번뜩임…. 그래픽 기자와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지면을 완성하는 과정은 괴로우면서도 짜릿하다. 잘 차려진 그래픽에 숟가락만 얹은 것 같아 민망할 따름이다. 사실 요즘 나는 지쳐있었다. ‘편집기자로서 김상희는 여기까 지인가’라는 생각이 들 즈음, 상상도 못 했던 한국편집상 수상 소식을 들었다. 늘 박수 보내는 것에 익숙했기에 축하받는 것 이 민망하고 간지러웠다. 너무나도 영광스러운 상이지만 나태 해지고 있던 나에겐 당근보다 채찍처럼 느껴진다.



무대위 조연댄서‧신문위 편집자 동료와 함께하는 팀워크 닮은꼴

조선일보  신상협 차장


처음엔 그냥 춤 좀 추는 댄서들 데려다 놓고, 으르렁거리게 시켜놓고, 등수 매기 고 끝내는 그런 프로그램인 줄 알았습니 다. 그런데 그게 그렇지 않더라고요. ‘스 트릿 우먼 파이터’ 말입니다. 국내 최초 로 여성 스트리트 댄스팀들 경연을 내세 웠는데, 보다 보니까 제가 일하는 분야인 편집과 많은 게 겹칩니다. 

노래를 듣고 하나씩 안무를 짜며 한 편의 전체적인 작품을 만들어 내는 스우파 팀들을 봅니다. 편집부가 신문 만드는 게 떠오릅니다. 열정과 팀워크. 

편집자는 지면의 책임자이고, 편집부는 신문의 완성자입 니다. 헌데 매일 일을 시작할 때 나의 새하얀 지면은 바다 같 습니다. ‘와 이리 넓은기고…’ 망망대해. 오늘도 쉽지 않지만 리더와 동료 덕에 하나씩 채워갑니다. 편집은 나 혼자 짜는 일인 동시에 팀이 함께 만드는 과정입니다. 다루는 기사가 거의 똑같은 상황, 그런 조율을 거치며 균형을 잡고 고유의 색깔을 내보입니다.

스우파 덕에 나와 편집을 다시금 돌아보게 됐습니다. 또 돌아보니… 우리 부장이 계시네요. 이 자리를 빌어 부족함 가 득한 편집자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비춰주고 응원해주 시는 이택진 부장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더불어 우리 편 집부, 선‧후배를 넘어선 동료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꿈꾼다, 팩트 넘어 누구나 편애하는 제목을

중앙일보  임윤규 차장·방진환 수석 디자이너


얼마전 어느 시인의 시집을 읽다 꽂힌 싯구 가 하나 있다. ‘누구나 편애하세요’. 그 뜻은 ‘누구나 사랑하세요’일 터인데, ‘누구나 사랑하 세요’라는 말보다 백만배는 임팩트가 컸다. 편애라는 말을 부정에 부정을 하지 않 고도 ‘누구나’라는 말을 붙여 ‘누구나 편애하세요’라는, 머리 를 한방 때리는 초긍정문을 만든 시인. 이런 게 발상의 전환 이구나. 무릎을 쳤다.

편집기자는 똑같은 게 하나 있다. 남과 똑같기를 거부한다. 팩 트에 넣을 임팩트를 찾고, 임팩트를 찾아도 ‘누구나 편애할 수 있 는' 퍼펙트를 꿈꾼다. 차별화된 지면을 만들기 위해 오감에 육감 까지 쥐어 짜낸다. 지면에 지면 질수록 불면의 밤이 늘어난다. 그 렇지만 불면의 밤이 쌓이고 쌓이면, 지면을 압도하는 날이 점차 많아진다. 무릎치는 편집은 결핍과 상처에서 돋아난다. 편집은 함께의 힘이다. 중앙일보 편집 내비게이션 이혁찬 에디터. 그리고 장동환 데스크, 이주호 디자인 데스크. 나와 1면 디자인을 머리 맞대고 고민하는 공동 수상자 방진환 선 배. 이번에 같이 수상은 못했지만 1면 디자인을 방 선배와 번 갈아가며 빛내는 최종윤. 그리고 편집과 디자인 선후배 모두 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 드린다.



현수막이란 무엇인가 제목이란 또 무엇인가

한국일보  박새롬 기자


며칠 전 저는 마감 시간이 지났는데도 지 면을 마무리 하지 못했습니다. 입사하고 가 장 늦었던 날 같네요. 결국 선배께서 제 대 신 지면을 열어서 마무리를 해주셨어요. 기 사가 늦게 왔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제목 을 좀 더 빨리 뽑았다면 데스킹도 빨리 받았 을 테고 시간 내 마무리 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한참 동안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이틀이 지났 을 때 한국편집상 수상작에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한 참 부족한 편집자라는 생각을 조금 덜어내고 남겨둡니다. 거리를 점령한 현수막에 대한 기사가 그다지 새로운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일보 뷰엔팀이 소속된 멀티미디어 부에서는 거리가 아닌 건물 외벽의 현수막에만 초점을 맞춰서 아이템을 차별화하고, 다양한 사진 아이디어를 제시해줬습니 다. 여백이 가득한 레이아웃을 보고 ‘일부러 비워놓은 거 맞아?’ 묻는 분도 계셔서, 너무 아무것도 안 한 것처럼 보이려나 싶어 서 바꿔야 하는지 고민도 했지만 그대로 하는 게 사진이 잘 보 이는 것 같아 진행했습니다. 이달의 편집상을 받게 됐을 때 파 격적인 레이아웃이라는 심사평을 해주셔서 다행이었어요. 제가 지면에 내거는 제목과 부제목이라는 현수막이 항상 적 확하고 바른 방향이 될 수 있게 도와주시는 국장, 부장들께 감 사드립니다. 퇴근 후 함께 하는 한잔으로 얼굴에 미소라는 현 수막을 띄우게 해주시는 편집부 선배들께도 늘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