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가수 이소라의 2집 ‘영화에서처럼’ 앨범 속지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내가 살아가는 모습이 필름으로 찍히고 거기 주인공이라면 나 혼자 있을 때조차도 입 가리고 웃어야 될거야” 지난 여름 재택을 하며 문득 20년전에 발매된 카세트테이프 속지에 쓰여 있던 이 문구가 떠올랐습니다. 그래요. 재택하는 당신! 혼자 방안에서 무엇을 하고 계셨나요. 궁금합니다.

 타사의 한 후배는 모니터에 작은 창을 띄워놓고 드라마 몰아보기를 한답니다. 저도 재택 초창기에는 게임을 해볼까, 드라마를 볼까 하는 꿍꿍이를 품었습니다. 하지만 일과 오락을 병행하기는 상당히 무리가 따랐습니다. 

처음에는 점심시간 침대에 누워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습니다. 한숨 자고 일어나면 호랑이 기운이 솟더군요. 그 덕분인지 모 부장에게 “집에서 일 안할 줄 알았는데, 그래도 전일제작 지면에 신경 쓴 티가 난다”는 칭찬도 받았습니다. 한 가지 일탈의 재미가 있다면 바로 내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음악을 틀어놓을 수 있다는 겁니다. 좀 한가할 때에 무슨 음악을 들을까 스트리밍 서비스를 훑어보는 게 재택 생활의 큰 기쁨입니다. 음악을 듣곤 싶은데 직접 고르기 귀찮을 때는 유튜브에 있는 ‘커피숍 음악 5시간 연속 듣기’같은 걸 틀어놓으면 좋더군요.  

재택 업무를 하며 알게 된 저만의 꿀팁도 공유해 봅니다. 첫 번째는 태블릿과 컴퓨터 모니터를 연결하는 어플리케이션(이하 앱)입니다. 이 앱을 이용해 PC와 태블릿을 무선으로 연결하면 태블릿을 보조 모니터로 쓸 수 있습니다. 기자 조판제를 하는 우리 신문은 편집기자가 직접 종이에 원하는 모양의 일러스트나 레이아웃을 그려서 미술팀에게 갖다 주는데요. 처음에는 작업 의뢰서를 직접 사진으로 찍어 메신저로 보냈습니다. 하지만 이 앱을 사용한 뒤로는 태블릿에 직접 그려서 전달할 수 있게 되니 무척 편리하더라구요.

두 번째로는 ‘기계식 키보드’로 스트레스를 날려보세요. 사무실에서는 딸깍딸깍, 철컹철컹거리는 소음 때문에 신경이 쓰이는 ‘체리 청축 키보드’, ‘버클링 방식 키보드’ 같은 걸 마음대로 쓸 수 있습니다. 저렴한 건 4만~5만 원대의 기계식 키보드도 있으니 한번 구매해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정장을 입고 재택근무를 하는 것입니다. “오버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제가 취재기자 시절 알았던 홍보팀 직원이 쓰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이 친구는 회사를 관두고 제주도로 내려가 주식 전업 투자자가 됐는데요. 항상 회사일을 하는 것처럼 제때 일어나 정장을 입고 업무용 방에서 근무를 한다고 합니다.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마음을 다잡는 방법이라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