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 <6>오디너리피플


서울 종로구의 중심부, 어느 건물 안에서 근무하는 디자이너는 문득 바깥세상에서 일하고 있는 다른 디자이너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각자의 장소와 공간에서 특별한 지금을 보내고 있을 그들과 만나 또 다른 미지의 장소와 공간을 탐험해보고자 한다.


오디너리피플은 대학에서 만난 멤버들이 모여 다양하고 능동적인 시도를 통해 보다 나은, 정확한, 효과적인 소통을 도모하는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다. 2006년 ‘포스터 만들어 드립니다’ 전단지를 벽에 붙였고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MBC 브랜딩 리뉴얼, VIBE와 함께한 IDOL-LIC 프로젝트, NCT 앨범 디자인, 에이랜드와의 협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인상 깊은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Q. 디자인 스튜디오 ‘오디너리피플’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강진: 저희는 대학교에서 처음 만난 사이입니다. 함께 만나서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들이었죠. 모두 시각디자인과 전공생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디자인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문득 과제만 하는 게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고 ‘뭔가를 해보자!’라고 얘기했던 것이 오디너리피플의 시작이었습니다. ‘포스터를 만들어 드립니다’ 프로젝트를 통해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되었고요.

서정민: 자연스럽게 꾸려진 모임이 졸업하고 난 후에도 계속해서 유지될 수 있겠다 싶었어요. ‘포스터 만들어 드립니다’ 외에도 많은 프로젝트를 학부 생활과 함께했기 때문에 학점은 시원하게···포기했죠(웃음). 멤버 한 명이 해외에 있어서 지금은 세 명이서 꾸려가고 있습니다.



Q. ‘오디너리피플’ 이름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강진: 그룹 이름을 정해보고자 다 함께 학교 강의실에 모였었어요. 그런데 멤버가 많다 보니까 아이디어가 많아서 쉽게 정해지지 않더라고요. 그때 마침 존 레전드의 음악 ‘오디너리피플’이 흘러나왔죠. 정확한 가사 내용을 바로 이해한 건 아니지만, 그 순간의 느낌과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자연스럽게 정하게 되었어요.


Q.'포스터 만들어 드립니다’ 전단지가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현재는 디자인 외주를 받을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들이 생겼는데요. 그 당시 전단지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강진: 당시 저희가 대학교 2학년이었는데요. 잘 모르지만 그래도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었어요. 클라이언트와 함께 만들어가는 협력자처럼 일하고 싶다는 포부를 홍보용 전단지에 적어놨었거든요. 당장의 보수보다는 대화를 통해 함께 프로젝트를 만들어 가는 관계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컸기 때문인데요. 그렇다고 명백히 영리를 추구하는 프로젝트에서 보수를 포기한 대가로 그러한 관계를 얻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무언가를 만들어볼 기회는 필요했지만, 그것을 저희가 받아야 하는 당연한 대가를 포기하면서 받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포스터 만들어 드립니다’ 프로젝트는 비영리단체와 작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이러한 기준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만나게 된 파트너에게 저희 작업과 생각을 잘 보여주고, 일정을 잘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좋은 관계, 함께 좋은 결과물에 대해 고민하는 관계가 될 수 있을 테니까요. 


Q. 작업을 보면 기본 도형의 형태와 선, 그리고 타이포를 사용한 디자인이 눈에 띄는데요. 특히 선호하는 그래픽 요소들이 있을까요?

이재하:저는 일러스트레이션에 가까운 도형을 많이 사용하는 편인데요. 예를 들어 어떤 개념을 표현할 때, 이를 상징하는 개체들을 간소화시키고 또 간소화시킵니다. 오해의 소지가 적은 가장 명확한 방향으로 가다 보면 결국엔 기본 도형이 되더라고요.

강진: 프로젝트마다 적용되는 표현 방식이 다를 것 같은데요. 구조를 시각적으로 표현할 때 기본 도형, 선 같은 형태를 선택하는 것이 굉장히 명확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결과물이 하나의 형태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매체에 맞춰 변화할 수 있는 형태로 작동해야 하는 경우에는 그 요소들을(도형이나 선) 기본으로 제작했을 때 적용이 용이하기도 하고요. 다양한 의미들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면 한정적으로 묘사되기 쉽지만, 도형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시각적으로 확장하거나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지는 것 같아요. 


Q. 앞으로 그래픽디자이너로서 살아갈 더 행복한 삶을 위해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강진: 더 좋은 일들을 멋있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싶어요. 그리고 그 결과로 돈을 더 많이 벌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과정들이 롱런하기 위한 원동력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재밌게 새로운 것들을 계속 만들어나가면서도, 스튜디오 운영에 대한 고민도 계속해야 할 것이고요. 예전에는 새벽까지 일하던 방식이 일상적이었다면 이제는 그럴 수가 없고 같이 일하는 친구들도 있기 때문에 밸런스를 함께 맞춰나가야 하겠죠. 변하는 상황 속에서 우리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재하: 현실적인 조건을 이유로 작업과 삶에 대한 의욕이 좌절되는 것을 바라지 않으니 그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환경을 갖춰나가고 싶어요.

서정민: 계속해서 변해가는 삶 속에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균형을 잃지 않고, 앞으로도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는 삶을 잘 지켜나가고 싶습니다.

서울경제 디자인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