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골든벨 1등 머니투데이 권수정 기자

- 내가 1등이라니... 비결은 '스피드' 모두의 열정 더해져 따뜻했던 시간

머니투데이 권수정 기자
머니투데이 권수정 기자

“유야호~.”

도전 골든벨 결과를 보고 두 눈을 의심했다. 내가 무려 1등이라니.

사실 앞부분은 ‘정답 사이로’ 막 피해갔다. 편집기자협회 회원사 개수는? 사단법인 전환 연도는? 예상보다 높은 난도에 머릿속이 하얘졌고

모든 문제를 놓치고 말았다. 협회에 대한 애정 아닌 '상식'이 부족했던 탓이라고 변명해본다. 엄마, 아빠와 함께 운동회에 참여했던 (일부) 자녀들 사이에서 ‘노잼’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이내 센스 넘치는 문제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주말에 버거킹 먹었었는데 로고가 어떻게 생겼더라. 라라랜드 재미있었어. 탕수육은 역시 찍먹. 만약 초능력이 생긴다면. 스윙칩 맛있어서 두 달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무리 미운 사람이라도 1억은 못 참지!”. 포기하면 편하다고 했던가. 초반의 오답 덕분에 문제 풀이가 한결 빨라졌다. 밸런스 퀴즈는 처음이었는데 재미있어서 술술 찍혔다. 턱없이 부족한 실력임에도 좋은 결과를 낸 비결은 아무래도 이 ‘스피드’ 같다. 협회 가족들과 마음이 잘 통하는 ‘가장 보통의 사람’에게 유리한 종목이었던 점도 한 몫했다.

이름마저 생소했던 온라인 가족운동회. 사실 처음엔 컴퓨터 앞에 앉기도 쑥스러웠다. 마스크를 써야 하나 허둥지둥하다가 눌린 머리를 감추기 위해 챙이 넓은 모자를 집어 들었다. 일종의 위장이었다. 하지만 부끄러웠던 마음도 잠시, 행사가 진행될수록 어느새 빠져들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집안의 소중한 물건을 보여달라는 미션에 후다닥 거실로 나가 무언가를 뒤적거렸고, 초성 퀴즈를 맞히기 위해 초집중했던 것이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나 운동회에 진심인 편이구나.’’ 

‘뼛속 편집인’을 증명하는 듯한 댓글들도 기억에 남는다. ‘ㅇㅂㅈㅅ ㅇㅍㄴㅌㅇ’를 보고 ‘어벤져스 인피니티워’, ‘ㄱㄱㅎㅇㅇㅇ ㅇㅇ’를 보고 ‘궁금한이야기 와이’를 알아차린 초능력자들과 원수 같은 남편에게 100억을 준 뒤 총 101억을 겟하겠다는 댓글은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다. 

줌으로 모여 함께 한 3시간, 비록 비대면이었지만 오랜만에 마스크 벗은 온전한 얼굴을 마주 할 수 있어 좋았다. 언택트였지만 모두의 열정이 더해져 충분히 따뜻했다. 내년에는 너른 잔디밭에서 배구공을 직접 주고받을 수 있기를.

 

행운권 1등 전북도민일보 고동우 기자

- 온 채팅장에 '내가 여기 있다'라며 환호한 순간

전북도민일보 고동우 기자

90년대 초등학교에서 열리는 운동회라고하면, 어딘지 모르게 시끌벅적한 축제 같은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날 하루만을 위해 열심히 연습했었던 마카레나, 교문과 운동장 주변에 자리잡은 온갖 먹거리와 장난감들, 항상 혼자서 오던 학교를 김밥과 유부초밥을 싸들고 온가족이 함께 올 수 있었던 날. 평소 엉덩이 무겁기로 유명하던 나도 이날만큼은 신나게 뛰놀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래서일까, 코로나19로 지난해 편집기자협회 체육대회가 무기한 연기됐다는 소식에 무척 아쉬웠다.

벌써 2년째 가라앉지 않는 바이러스 확산세에 올해에도 체육대회는 어려운걸까 낙담하던 때, 비대면으로 운동회를 진행한다는 공지를 듣고 많이 반가웠다. 비록 직접 만나지는 못하지만, 협회 선배·동료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드디어 기다리던 랜선운동회 날. 컴퓨터로 줌을, 스마트폰에 땡기지 어플을 켜고 반가운 얼굴들을 마주했다. 몸을 쓰는 것보다 키보드 타이핑에 훨씬 자신 있으니 어떤 게임이든 맹활약하잔 마음가짐을 다듬고 운동회에 참여했다. 초성퀴즈와 이미지게임, 자신만의 보물사진을 공유하는 시간과 땡기지 어플을 활용한 퀴즈타임까지. 그런데 이게 왠일, 편집기자 4년차의 기량은 아직 햇병아리에 불과했던 것일까. 자신만만하던 초성퀴즈의 정답 채팅은 어쩜그리 빠르게 올라가던지. 그러나 게임은 그저 몸풀기일 뿐. 역시 본선은 경품추첨의 시간이었다. 라디오에 사소한 사연을 보내도 이따금 경품을 받을 정도로 소소한 운이 따라주는 스스로를 믿으며 이름이 불리기만을 기다렸다. 마지막 ‘스타일러’에서 이름이 불린 순간, 환호에 앞서 잠잠하던 키보드가 제역할을 해냈다. 온 채팅창에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알리고서야 목청껏 환호할 수 있었다.

 

응원상 서울신문 신혜원 기자

- 응원 밥상에 숟가락만··· 최고 생일 선물을 '겟'

서울신문 신혜원 기자

"생일날 아침에 퀴즈대회라고? 아, 좀 그런데…’’

제헌절인 제 생일은 늘 빨간 날이거나 휴일이라 잊혀지기 일쑤 이긴 했지만, 생일 아침 온라인체육대회라니… 솔직히 선뜻 내키지는 않았지만 온라인으로 퀴즈대회를 어떻게 할지 궁금증도 컸습니다.

‘‘이모 생일날 퀴즈대회 있는데 같이 할래?’’ ‘‘응! 우리도 하고 싶어’’

그렇게 약간의 귀찮음과 설렘을 안고 조카들과 신나게 놀아보자는 맘으로 시작된 아침.

응원상이 있다는 말에 손재주 있는 언니는 집에 있는 재료로 뚝딱뚝딱 응원 도구를 만들었고 ‘컴퓨터 천재’ 7살 셋째는 컴맹인 이모를 위해 줌을 설치해주었습니다. ‘멋 좀 아는’ 9살 둘째는 ‘‘빨리 씻어’’ ‘‘화장 좀 해’’라는 잔소리로 이모의 얼굴을 관리해 주었고 ‘퀴즈 박사’ 11살 첫째는 옆에 착 붙어서 퀴즈 맞추랴 단톡 보내랴 제 ‘비서’ 역할을 제대로 했습니다. 그야말로 저는 언니네 식구가 잘 차려놓은 응원 밥상에 숟가락만 얹은 셈입니다. 

처음 하는 온라인퀴즈대회에 저도 조카들도 응원 도구를 흔들며 들리지도 않을 목소리를 목청껏 외쳤습니다. 몇 개 맞추지 못한 퀴즈에 풀 죽어있을 무렵, ‘‘마지막 응원상은 서울신문 신혜원 기자입니다’’ 공지가 뜨자 조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서로 하이파이브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최고의 생일 아침으로 업그레이드 시켜 주신 협회와 응원상 쿠폰과 함께 생일축하 문자까지 주신 협회장님, 내 일처럼 축하 톡을 보내준 협회원들, 응원상을 팍팍 밀어준 우리 서울신문 가족들 모두 정말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빛나는 미모로 옆에 있는 이모를 오징어(?)로 만들었지만, 생일날 아침 졸린 눈 부비며 이모보다 더 열심히 퀴즈대회 참여 해준 이뿌니들 보윤, 보경, 창준이 너무너무 사랑해~~ 내년에는 오프라인 체육대회서 우리 응원 실력을 뽐내 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