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편집기자. 이름 한 글자 나오지 않지만 신문에 영혼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방송으로 치면 PD와 아나운서 같은 존재다. PD처럼 지면의 세세한 부분까지 어떻게 만들지 기획하고, 아나운서처럼 제목을 통해 목소리를 낸다. 좋은 지면을 만들고자 매일매일 두뇌 풀가동을 하고나면 피로감이 쌓인다.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는 회의를 거쳐 나온 기사가 강판 직전 느닷없이 바뀌면 '회의감'도 든다. 아귀가 맞지 않는 기사를 이리 옮기고 저리 옮기고 하다보면 편집을 하는 건지 테트리스를 하는 건지 모를 답답함에 폭발할 지경에 이른다. 하지만 이런 짜증을 참고 견딘 끝에 수상감으로 '감' 잡히는 지면을 만들고 나면 피로감은 말끔히 사라진다. 언제 그랬냐는 듯. 그러고는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으로 퇴근길을 나선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가족'의 품을 향해. 


한국편집기자협회(회장 신인섭)는 연중 캠페인 ‘함께 D.R.I.V.E’의 6월 테마 Influence(영향)에 맞춰 회원 참여 온라인 이벤트를 진행했다. 코로나19에 지친 회원들의 사기를 돋우기 위해 '편집기자'를 시제로 하는 사행시 공모전과 가족사진 콘테스트 두 부문으로 백일장을 열었다. 5월 24일부터 6월 13일까지 응모작을 접수한 결과 뜨거운 경쟁이 펼쳐졌다. 



■ 사행시 106편·가족사진 27편 경쟁

사행시 부문에는 106편, 가족사진 부문에는 27편의 작품이 접수됐다. 심사는 협회 집행부와 회원사 간사들이 맡았다. 개인별로 각 부문 1, 2, 3위를 투표하고,

차등 배점(1위 5점, 2위 4점, 3위 3점)을 적용한 뒤 합산 점수로 최종 순위를 매겼다. 특히 사행시 부문은 100편이 넘는 응모작 중에 재미있는 작품이 많아 

1, 2, 3위를 고르는 데 애를 먹었다는 후문. 

사행시 부문 1위는 경기일보 권경진 기자(68점), 2위 디지털타임스 이정혜 기자(37점), 3위 아시아경제 권수연 차장(30점)이 차지했다. 

또 ‘신문’을 소재로 한 가족사진 콘테스트에는 세계일보 김창환 차장이 131점을 얻어 1위에 올랐다. 2위는 전자신문 김태권 부국장(58점), 3위는 충북일보 신아영 차장(45점)이 선정됐다.


협회는 각 부문 수상자에게 1등 20만원, 2등 15만원, 3등 10만원의 백화점 모바일 상품권을 지급하고, 참가자 전원에게는 시원한 아이스크림 모바일 쿠폰(1만원)을 전달했다.


■ 편집기자 센스가 돋보인 사행시 부문

천재와 천치의 차이는 '재치'라고 했던가. 사행시 부문에서는 편집기자들의 천재적인 감각을 뽐내는 작품들이 많았다. 왜 편집기자인가를 보여주는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우열을 가르기 힘들었던 총 106편의 작품 중에서 1, 2, 3위를 차지한 작품들을 보면 편집기자들의 재치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편하게 / 집에 가려는데 / 기자들은 눈치 없이 / 자꾸 재송하네

1위를 차지한 경기일보 권경진 기자의 수상작은 '맞아 맞아' 하며 박수쳤을 편집기자들이 많았을 것이다. 집이 멀어서 혹은 약속이 있어서, 퇴근 무렵엔 좀 수월하게 일을 마무리 짓고 빨리 나갔으면 싶은데 꼭 이렇다. 강판하려는 찰나 '눈치 없이' '재송' 기사를 보내면 누구랄 것 없이 머리에 '뿔'이 나기 마련이다. 제발 '죄송'하다는 말 하지 말고 재송 좀 하지마세요!

편안하게 달아볼까 / 집요하게 달아볼까 /  기가막힌 제목하나 / 자꾸자꾸 욕심이나

2위 디지털타임스 이정혜 기자의 작품은 사행시에 딱 맞췄다. 네 글자 운율에 '네 박자 재미'까지. 그렇다. 제목은 붙잡고 있을수록 자꾸자꾸 욕심이 난다. 쉽게 달고 끝낼까 싶다가도 불현듯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편집기자들의 숙명인 것을.

편의점에서 꼭 만나요~ / 집 앞에서도 기다릴게요~ / 기차역 매점에도 있을 거예요~ / 자꾸 '초록창'만 보는 당신!! 고개 좀 돌려주세요. 편집의 매력이 뿜뿜. 저는 ‘신문’ 입니다

3위 아시아경제 권수연 차장의 수상작은 신문과 편집을 ‘짝사랑’에 대입시켰다. 편의점, 집 앞, 기차역 매점 앞에서 "나를 좀 봐 주세요"하는 신문이, '네이*'에 빠진 사람들을 향해 '흥칫뿡'하는듯한 장면을 사행시로 묘사했다. 마지막 행까지 읽고 나서야 '아하 신문 얘기구나' 알아차릴 만큼 밀고 당기는 힘이 크다. 편집은 '밀당'인 것을 잘 알고 있는 편집기자다.

■ 따뜻한 가족애 넘친 가족사진 부문

가족사진 응모작들은 신문을 소재로 따뜻한 가족애를 담았다. 자녀와의 놀이, 교육에서부터 반려견과의 한 컷까지 주제는 다양하다. 

압도적으로 1위에 오른 세계일보 김창환 차장의 '정보의 바다를 항해하다'에는 아빠의 정성이 가득하다. 자녀를 위해 직접 신문으로 소품을 만들었다. 

두 자녀가 신문으로 만든 종이배에 올라, 신문 모자를 쓰고 신문 망원경으로 보며 먼 정보의 바다를 항해하고 있다. 이 뿐이 아니다. 별과 바다와 등대가 비추는 빛, 그리고 예쁜 보라색 배경까지 컴퓨터 그래픽을 입혔다. 


2위 전자신문 김태권 부국장의 '전자신문으로 하는 조기교육'은 바쁜 아침 일상 속에서 찍은 한 장의 사진에 소중함을 담았다.

마치 아빠가 만든 신문을 데스킹하듯 살펴보는 어린 아기의 모습이 보기만 해도 사랑스럽다. 제목에 오타는 없는지 레이아웃은 깔끔한지. 두 손으로 신문을 꼭 쥔 아이의 뒷모습에서 어둡지만은 않을 것 같은 신문의 미래가 보인다. 


3위 충북일보 신아영 차장의 '딱지로 모자로 숨바꼭질까지… 신문은 아이들의 장난감'은 네 살 딸의 천진난만함을 세 컷 연작으로 그려냈다. 신문으로 만든 딱지로 두 눈을 가리고 숨바꼭질하고, 마치 밀레의 이삭 줍는 연인들처럼 바닥에 놓인 딱지를 줍는다. 또 신문 모자를 쓰고 즐거워하다 모기가 다리에 붙으니 놀래서 엉엉 울기도 한다. 


이밖에 협회보를 펼쳐 든 아이의 모습이 담긴 '아이와 함께하는 아침의 열림', 코로나 때문에 집 거실에서 캠핑을 즐기는 '코로나 극복 체험 홈 캠핑으로', 부모님과 함께 우리 땅 동쪽 끝에서 촬영한 '독도 끝에서도 한국경제', 재개발 철거 소음으로 시끄러운 동네에서 반려묘와 함께 말 못할 서러움(?)을 담은 '우린 못 떠나, 갈 곳이 없어' 등이 수상작에는 들지 못했지만 많은 선택을 받았다.


가족사진 콘테스트를 통해 보여준 회원들의 가족애는 7월 17일에 열릴 '온라인 명랑 운동회'에서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