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5> '페이퍼프레스' 박신우 디자이너


서울 종로구의 중심부, 어느 건물 안에서 근무하는 디자이너는 문득 바깥세상에서 일하고 있는 다른 디자이너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각자의 장소와 공간에서 특별한 지금을 보내고 있을 그들과 만나 또 다른 미지의 장소와 공간을 탐험해보고자 한다.

서울 광진구 성수동에 위치한 다섯 번째 인터뷰의 주인공. ‘페이퍼프레스’는 박신우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1인 그래픽디자인스튜디오다. 역동적인 그래픽과 화려한 컬러는 다양한 모습으로 확장되고 있는 그녀의 작업 세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Q. 페이퍼프레스의 시작이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처음부터 스튜디오를 하겠다 하는 생각은 없었어요. 졸업을 앞두고 막연하게 취업준비를 하겠거니 하다가 취업하면 개인 작업을 별로 못할 것 같은 아쉬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상수동에서 셰어작업실을 사용하면서 아르바이트 겸 소소한 일거리부터 시작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Q. 페이퍼프레스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으신 건가요?

A. 원래는 독립출판을 하고 싶어서 프레스를 붙였고 레터링을 해서 로고를 만들게 되었어요. 주로 2D작업 인쇄물 작업 위주로 진행을 하려다 보니 페이퍼를 덧붙이게 되었죠. 거창한 의미는 없었어요. 유독 네이밍에 알파벳 P가 많이 들어가는데 또 제가 성이 박씨(Park)잖아요?(웃음)


<‘페이퍼프레스’의 작업실 풍경과 박신우 디자이너. 오른쪽은 박신우 디자이너의 ‘버드나무’ 패키지 디자인>


Q. 1인 스튜디오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A. 작업실을 둘이 쓸 때보다는 혼자 쓸 때 심심하긴 하지만 잘 모르는 사람과 작업공간을 셰어하게 되면 불편한 점도 생기지 않을까요? 성향은 사실 잘 모르겠어요. 혼자 있으니 조금 더 편하기도 하지만 같이 쓸 때 오히려 집중이 잘 될 때도 있었으니까요. 마음 맞는 사람과 같이 공간을 쓰는 게 더 좋을 것 같기도 하네요.

저는 처음에 무조건 같이할 수 있으면 같이하라고 하고 싶어요. 몸짓을 가볍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이 1인 스튜디오의 장점이지만 혼자 커버해야 할 일이 많아요. 심리적인 부분도 그렇고요. 또 같이 작업하다 보면 개인별로 더 잘하는 영역이 따로 있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날 수도 있어요. 업무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도 사실 일이 많아서 같이 일하는 직원을 늘려야 하나 고민 중이에요.

Q. 1인 스튜디오로 활동하지만 다른 단체나 모임에서 활동을 하는 것이 있나요?

A. ‘FDSC’라는 모임과 전시에서 만난 사적인 친목교류가 있어요. 일 적인 활동은 별로 없는 것 같고요. 사실 혼자 있을 시간이 별로 많지가 않아서 거의 클라이언트와 딱 붙어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많다 보니. 계속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고 하루 종일 대화하다가 끝나는 경우도 있어요.


Q. 작업 중에 ‘토핑’ 포스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요. 전반적으로 작업성향이 추상적이면서도 굉장히 운동적이고 과감한데 주로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하나요?

A. 미리 스케치를 통해 구도를 짜기보다는 조금 더 즉흥적으로 가는 편이에요. 화면 안에서 요소를 대고 그려보는 느낌이랄까요? 완성된 그림을 그려놓고 쫓아가는 방식은 아니고 이것저것 해보면서 괜찮은 것들이 나오면 좁혀가는 방식으로요.

Q. 본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뭐가 있을까요?

A. 다 기억에 남지만 ‘버드나무 브루어리’가 요즘 밖에서 자주 눈에 띄어요. 브랜드가 유명해져서 그런가 밖에서 제 작업결과물을 볼 때 뿌듯하고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Q. 타이포, 그래픽, 드로잉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작업을 하시는데 가장 흥미를 느끼고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분야는 뭔가요?

A. 처음에는 타이포 그리는 것이 가장 재미있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글씨를 그리는 것은 매우 어렵고 정교한 작업이기 때문에 그런 것보다는 타이포를 이용한 이미지를 다루는 작업이 가장 재미있는 것 같아요. 브랜딩도 재밌고요. 페이퍼프레스의 스튜디오 로고도 소문자만 레터링을 직접 해서 만든 것인데, 대문자와 소문자를 아우르는 타이포 세트를 완성도 있게 만든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달았죠.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A. 그래픽디자인분야가 더 유명해졌으면 좋겠어요. 좀 더 접근성이 쉬운 분야 중 하나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속성을 대중들이 잘 모르는 부분이 아쉬워요. 이쪽 분야로 진입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관심과 열정은 뜨거운데 정작 취업시장이나 업계는 그에 못 미치는 대우나 환경이 대부분이라 안타까운 마음도 크고요. 디자인 관련 이벤트나 전시도 굉장히 많은데 좀 더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면 좋겠네요.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이야기해도 될까요? 저 ‘나이키’와 같이 작업해 보고 싶어요! 해외에서 노출되는 나이키 그래픽 프로모션들을 보면서 기회가 되면 저도 그런 작업들을 같이 진행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어요. 제가 ‘나이키‘의 엄청난 팬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