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27> 가독성 높은 편집과 좋은 헤드라인

 

신문은 매체의 특성상 설득 효과가 가장 높다. 특히 헤드라인은 수용자를 설득의 단계로 이끄는 이성적이고 감성적인 내비게이션이기 때문에 더욱더 중요하다. 헤드라인 작성 시 참고할 만한 것이 5I룰(rule)이다. 5I룰은 'Idea' 'Information' 'Interest' 'Impact' 'Impulsion'을 뜻하는 것으로 헤드라인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정보를 담고 있으며, 재미있고, 힘이 있어 수용자 마음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헤드라인을 뽑고 배치하는 일은 공간 작업이라서 이미지(사진·일러스트레이션·인포그래픽 등), 기사 등과 시각적으로나 의미적으로 연관 지어 레이아웃을 해야 한다.

 

1) 편집의 평가 기준

좋은 편집의 기준은 평가자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헤드라인도 마찬가지다. 특히 신문의 관여자들(사주·경영자·취재기자·취재원·광고주·수용자 등)이 누구냐에 따라 좋은 편집과 좋은 헤드라인의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계량화된 가이드라인을 정할 수 없다. 

경영자에게 좋은 편집이란 신문의 열독률과 구독률을 높여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것이 신문의 신뢰도나 인지도, 그리고 선호도를 높이는 저널리즘 효과이거나, 판매 부수나 광고 수익 같은 마케팅 효과이든 궁극적인 목적은 편집에서 확실하게 의제를 설정하고 그 의제를 여론화해 유형무형의 이익을 얻는 것이다.

수용자들에게 좋은 편집과 헤드라인은 읽기 편하고, 이해하기 쉽게 정보의 지도를 잘 그려준 성능 좋은 ‘내비게이션’과 같은 것이다. ‘정보의 내비게이션’이 길을 잘못 안내하거나 최신 정보로 업데이트가 안 된 경우 아무리 디자인적으로 훌륭하고 헤드라인이 감각적이라도 금방 외면받게 된다. 따라서 좋은 레이아웃을 구현하거나 좋은 헤드라인을 작성한다는 것은 대단히 지난한 작업이다. 이해·영향·이해관계가 첨예한 관여자들의 서로 다른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의미에서 좋은 편집이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기준이 있다.

 

2) ‘좋은 편집’ 지면 전체의 기준: 주목성(attention)

편집은 수용자에게 말을 걸어 그들이 귀 기울이고 기사를 읽게 만드는 작업이다. 즉, 다음 페이지로 넘기려는 수용자의 시선과 손가락을 멈추게 하는 것이다. 바로 ‘stopping power’이다. 이 첫 번째 게이트(gate)를 통과해야만 언론의 게이트키핑(gate keeping) 파워를 발휘할 수 있다. 취사선택되고, 의미가 부여되고, 틀지어진 메시지를 수용자에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게이트에서는 수용자의 관심·공감·비판·선호·확신·태도변화·행동 등으로 편집의 ‘울림’에 대한 ‘떨림 현상’이 일어난다. 멀티미디어 시대 이후 프런트페이지 등 주요 지면의 주목성이 주로 시각적 요소(인포그래픽이나 일러스트레이션 등)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지만 헤드라인은 지면에 생명을 불어넣는 ‘화룡점정’과 같은 요소이다. 

편집을 김춘수 시인의 ‘꽃’에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①시각적 요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②헤드라인: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③메시지 효과: 우리는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히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즉, 메시지가 결여된 시각적 요소는 아름다울 수는 있지만 생명이 없는 조화(造花)에 불과한 것이다. 편집기자들이 데드라인이라는 극한상황과 맞서면서까지 ‘찰나의 언어’를 찾아 헤매는 까닭은 아이쇼핑(eye shopping)에 익숙한 수용자의 눈과 손을 멈추게 하는 ‘끌림’을 갖기 위해서이다.

 

3) ‘좋은 편집’ 저널리즘 측면의 기준

①정확성(accuracy)

‘언론보도는 정확성이 생명이다.’

정확성은 사실(fact)에 근거해서 진실을 알리고 역사를 기록하는 편집기자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인 동시에 가장 취약한 아킬레스건이 되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사실에 근거하기 때문에 어떠한 외압이나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지만 팩트 파인딩(fact finding) 오류 땐 무거운 사회적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

②신뢰성(credibility)

정확성이 편집기자의 1차적인 영역이라면 신뢰성은 미디어의 권위를 상징한다. 수많은 매체 중에서 ‘제호’가 주는 믿음만으로도 콘텐츠의 진실이 담보되기도 한다. 따라서 편집은 내용과 형식면에서 가치와 권위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신뢰의 밑바탕이 되고 이 신뢰가 수용자와 사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된다.

③적합성(right)

뉴스 편집은 원천 소스(source)인 기사와 사진 그리고 언론사의 뉴스·디자인정책에 적합한 콘셉트(concept)와 아이디어라야 한다. 아무리 돋보이는 편집이라 하더라도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적합하지 않다면 내부 게이트키핑 과정을 거치면서 가감되고 심지어는 폐기되기도 한다. 이러한 적합성의 오류는 편집기자의 과잉 자신감이나 감정적 흥분에서 비롯된다. 

편집기자는 종종 기사 메뉴를 받는 순간 이거다 싶은 ‘필(feel)’을 받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이성보다 감성이 더 강하게 작동되어 이미지 과잉이나 수사의 인플레이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정확성이 간과되고, 의미 없는 이미지가 부각되고, 자기만의 언어에 사로잡히게 된다. 

뉴스 편집은 예술작품이 아니다. 일반 대중이 보고 쉽게 이해하고 느껴야 한다. 수용자가 의문부호를 다는 순간 그 헤드라인, 그 편집은 이미 생명력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

다음 호에는 [‘좋은 편집’ 지면 제작 측면의 기준]이 이어집니다.

yyk2020@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