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상은 기분 좋은 나눔이다. 맛있는 ‘밥상’은 물론이고, 뭔가를 잘해서 받는 ‘수상(受賞)’은 아름다운 나눔의 씨앗이 된다. 상을 주고받으며 온기를 나눠 갖고, 축하해 주러 온 동료들은 훈훈한 분위기에 녹아든다. 시상식 뒤풀이 계산을 책임질 상금은 ‘받는 기쁨’을 배가한다. 이처럼 편집기자들에게 이달의 편집상은 나눔의 밥상이자 술상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제233회 이달의 편집상을 받은 한국경제 윤현주 기자는 최근 진짜 나눔을 선보였다. 지난 2월 피처 부문(‘날 닮은 너, 묘하게 끌리네’) 수상작에 이름을 올린 윤 기자는 3월 30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상금을 쾌척했다. 그는 “미약하지만” 상금 액수만큼의 자비를 더해 기부금을 두 배로 키웠다.‘묘한 끌림’이 어떻게 나눔으로 이어졌는지, 그 얘기를 들어봤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첫 걸음 떼

내 이름을 딴 재단 만들고 싶어”


-이달의 편집상을 수상하고 협회보 소감에 기부 계획을 밝혔다. 기부를 결정한 계기가 있나.

"지금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은 아니지만, 어렸을 때부터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장남으로서 늘 생계를 걱정했다. 그래서 학교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수십 곳을 경험했는데,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도 웃으며 세상을 살아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도 희망을 품은 사람은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 그렇기에 미래 세대들과 밝은 세상을 만들어 보고 싶어 이번 기부를 결심했다.”


-기부가 처음인가. 아니면 기부 경험이 많나. 기부처로 특별히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택한 이유가 있나.

"회사를 통한 단체 기부는 종종 했지만, 내가 주도적으로 하는 기부는 처음이다. 10대 때 사회복지시설에 가서 봉사 활동을 가끔 했는데 그분들의 미소를 잊지 못한다. 초등학생 때 집에 있는 위인전을 수차례 읽었는데, 위인들의 공통점은 본인의 생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 기꺼이 한 몸 바친다는 거였다.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나는 넘어지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정신력과 체력을 갖췄다고 자부한다. 그 힘으로 위인들처럼 아이들에게 희망의 날개를 달아주고 싶었다.” 


-수상금에 자비까지 털어 두 배로 선심을 베풀었다. 이유가 있나.

"삶의 최종 목표가 성공하면 내 이름을 딴 재단을 만드는 것이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그에 대한 첫 걸음으로 월급의 일부를 떼어 수상금 두 배 수준의 기부금액을 만들었다. 어린이재단에서 후원받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매일 싱글벙글이다. 이렇게 행복한 적이 내 인생에 더 있었나 싶을 정도로 기쁘다.”


-다음 이달의 편집상 수상 때도 또 기부할 생각인가.

"이달의 편집상은 동시대를 살아가며 수고하는 전국의 편집기자들과 독자들의 사랑으로 받은 영광이다. 그런 행운이 또 온다면 당연히 기부할 거다.”


-기부를 하고 싶지만 주저하는 사람도 많다. 베풂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돈이 많은 사람이라고 기부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마음 부자’만이 할 수 있는 고귀한 행동이라 생각한다. 당장 잘 하겠다 생각하지 말고, 지금 잘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겠다고 결심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어떤 꽃은 봄에 피고, 어떤 꽃은 겨울에 피어난다. 남을 향한 배려, 그 착한 생각만 가지고 있어도 충분히 아름다운 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