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편집기자가 가진 역량 많아… 본인만의 전문영역 찾기를”

 

 

 

 

편집기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동경했을 자리. 바로 편집부 종합부장이다. 편집부장은 기사 밸류 판단과 1면부터 오피니언 면까지 기사 배치, 레이아웃, 사진 선택, 제목 등을 총괄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짊어진 자리다. 이른 아침부터 회사에 나와 마지막 판을 마감할 때까지 편집국을 지키는, 편집국장 다음으로 편집국에 가장 오래 머무르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 편집부장의 자리에 오른 지 6개월이 채 안 된, 새내기 데스크들이 지난 14일 프레스센터에 모여 ‘포스트 코로나 시대, 편집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코로나 시대 편집부장이 된 신임 데스크들은 어떤 고민을 갖고 일하고 있을까. 그들의 생생한 대화를 들어본다.

 

■사회 : 김창환 협회 부회장

■패널 : 김남준 동아일보 부장, 하동원 세계일보 부장, 김영환 한국일보 부장  

■정리 : 하승희 협회 부회장

 

공간분리 등으로 코로나 철저 대비

소통 어려움은 모임·메시지로 해결

부서원간 마찰 피해야 스트레스 줄어

 

사   회 : 코로나 시대를 맞아 재택근무·공간분리 등 회사 별로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대응하고 있다. 회원사들은 어떻게 하고 있나.

김남준 : 동아일보는 작년 8월부터 층간 분리를 하고 있다. 자가격리 기간에 맞춰 2주마다 이동하고 야근도 2주 단위로 하고 있다. 코로나가 편집부 근무체계마저 양극화시켰다. 재택근무도 시범적으로 계속 운영 중이다. 

하동원 : 세계일보도 공간 분리 중이다. 편집기자 2명과 미술기자 1명을 가산동 사옥에 배치해 6개월 단위로 근무하고 있다. 원격편집이 가능해져 확진자가 발생 한다 해도 예전처럼 셧다운을 할 필요가 없다.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은 있다. 

김영환 : 한국일보도 1차적으로 공간분리를 했다. 1차 유행 때는 상암동, 2차 유행 때는 용산 사옥을 이용해 분리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재택근무를 꾸준히 늘렸다. 지금은 공간분리는 없애고 확진자 수에 따라 탄력적으로 절반까지 재택근무를 병행하고 있다. 

사  회 : 코로나 시대 소통의 문제를 말씀하셨는데 소통 강화를 위한 특별한 방법이 있는지.

하동원  : 부원들과 4명 정도 소규모로 모여 대화하는 자리를 자주 갖는다. 부장이 주로 부원들과 식사 약속을 미리 잡는다. 깊이 있고 개인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장점이 많다. 

김영환  : 사내 SNS나 대외 메신저를 이용해 업무 지침을 전달하다 보니 업무적 소통은 매우 객관화됐다. 영업시간 제한 덕에 감정적인 것보다는 압축적이고 이성적인 대화가 가능해졌다. 역설적으로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는 사라졌다.

김남준  : 일에 치이고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부원들과 소통을 잘 못하고 있다. 가급적 단톡방을 통해 여러 가지 정보를 공유하려고 한다. 나름의 장점은 있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5인 모임 금지와 영업시간 제한이 풀리기를 바란다.

사  회  : 비자발적으로 귀가시간이 빨라지고 술자리 횟수도 확실히 줄었다. 언론사에서도 워라밸에 대한 논의가 많아졌는데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동원  : 주 52시간 근무는 하고 있지만 근무의 질이 문제다. 주 52시간 근무를 하더라도 근무의 질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김남준  : 동의한다. 업무 강도가 중요하다. 야근은 낮 근무와는 전혀 다르다. 야근에 대한 보상이 더 이뤄져야 한다.

사  회 : 스트레스도 많을 텐데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있는지 궁금하다.

하동원  : 반장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반장이 물주전자도 떠오고 칠판도 지우고 떠든 사람 이름도 적듯 부장의 역할을 그렇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편집부는 같은 공간에서 오랜 시간 함께 근무하기 때문에 부원들 간에 마찰을 줄이고 친밀도를 높이는 게 스트레스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김남준  : 군대에 있을 때부터 써온 방법이 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땐 이건 연극무대에 올라와서 하는 역할놀이라고 생각한다. 내 진짜 삶과는 무관할 수도 있는 하나의 역할놀이라고 생각하고 견디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김영환 : 개인적 스트레스 해소법은 일과 생활을 분리하는 것이다. 집에선 업무 생각 안 하고 운동하고 이것저것 하면서 지내려고 한다.

하동원  : 작년에 분리근무를 6개월 정도 했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겨서 1차 재난지원금으로 헬스클럽에서 PT를 받았다. 6개월 정도 하니 6kg 정도 빠지고 허리가 2인치 정도 줄고 자신감도 생겼다. 후배들에게 시간을 내서 운동하는 걸 적극 권장한다. 

 

모두가 ‘디지털 퍼스트’ 외치지만

편집이 위기라고만 볼 수는 없어

역량 발휘하면 새 영역 개척 가능

 

뉴스 유통 채널 중요성 갈수록 커져

편집 역량, 디지털시대에도 큰 경쟁력

콘텐츠 프로듀서·마케터 등 특화 중요

 

편집부 인력구조 ‘역삼각형’으로 왜곡

온라인과 교류 확대로 인력난 더 가중

서로 다독이며 ‘고령화’ 해결 모색해야

 

사   회  : 각 회사마다 디지털 퍼스트를 외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편집 혹은 편집기자가 갖고 있는 무기는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하동원  : 편집기자와 온라인은 철저히 구분돼야 한다. 신문편집은 하나의 플랫폼으로, 하나의 콘텐츠로 존재해야 한다. 그러려면 신문편집이 바뀌어야 한다. 속보 경쟁은 이제 끝났으니 기획하고 분석하는 여러 형태의 깊이 있는 콘텐츠를 지면에 반영해 온라인과 차별화해야 한다. 미첼 스티븐슨이 얘기한 지혜의 저널리즘 같은 걸 인용하면 거기에 답이 있지 않을까. 

김영환  : 2014년 한국일보 디지털뉴스팀을 만들어서 세팅한 경험이 있다. 다시 종이로 돌아와서 편집을 하고 있는데 후배가 이런 질문을 했다. 디지털도 하고 페이퍼도 하고 어떻게 다 하냐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난 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답해줬다. 온라인은 대중성에, 신문은 가치에 포커스를 두고 있을 뿐이다. 

김남준  : 동아일보는 온라인 친화 편집을 시도하고 있다. 편집을 할 때 온라인에서 유통이 돼도 파괴력을 가질 수 있는 양수겸장 편집을 지향한다.  편집기자도 콘텐츠 프로듀서에만 머무르지 말고 콘텐츠 마케터로서의 역량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어느 언론인 출신 교수님 말씀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뉴욕타임스 국제부문 총괄회장은 “웹이나 닷컴 모바일에서 기사와 편집이 구현되는 방식에서 젊은 독자들이 불편을 토로해온다면 환영해야 한다. 왜냐하면 독자들이 디지털 구현방식에서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소통하는 게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뉴스를 어떤 채널을 통해 어떻게 유통 시키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 콘텐츠 라이터, 콘텐츠 프로듀서, 콘텐츠 마케터 이런 식으로 각자의 특화된 부분을 찾을 필요도 있는 것 같다.

하동원  : 언론환경이 입사했을 때와 매우 달라졌다. 백신을 예로 들어보자, 옛날에는 백신 하면 천연두 감기 정도 생각했다. 지금은 mRNA방식이니 하는 식으로 전문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지혜의 저널리즘을 차용해서 편집기자도 자기 공부를 해야 한다. 예전처럼 사회면 했다 1면 했다 하는 게 아니라 자기의 전문성을 가지고 편집에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영환  : 편집기자가 갖고 있는 역량은 매우 많다. 그 가치는 디지털 시대, 특히 온갖 뉴스가 넘쳐나는 시대에 굉장히 큰 경쟁력이다. 종이가 없어지면 뭘 할까를 고민할 게 아니라 뭘 해도 우리의 능력이 크다는 걸 얘기하고 싶다. 편집기자를 대신할 용어로 뉴스피디, 뉴스큐레이터 정도를 꼽을 수 있다. 만약 기획기사를 만들 경우 글과 사진, 영상, 인터랙티브, 웹디자인 등을 총괄해 조율할 수 있는 트레이닝을 받은 사람이 편집기자다. 

김남준  : 재미있는 상상을 한 적이 있다. 아침 회의 때 항상 온라인 기사 조회수가 나온다. 주로 단독이거나 셀럽에 대한 기사일 때 조회수가 높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데도 조회수가 폭발하는 경우가 있다. 역으로 온라인에서 통했던 제목을 종이신문에 이식해볼 방법은 없을까 고민해봤다. 

사  회  : 취재부서와 일할 때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고 어떻게 의사조율 하는지.

하동원  : 편집은 첫 번째 독자라는 생각으로 기획단계에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기사 발제를 했을 때 첫 독자로서의 입장을 전달하고 취재에서 미흡한 부분을 협력하고 있다. 

김남준  : 편집부장이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편집부장은 여러 부서 사이에서 다이어그램으로 교집합을 찾아내야 한다. 그런데 그 교집합에서 독자를 빼놓는 실수를 자주 범한다.

하동원  : 디지털팀에서 일해 봤는데 페이지뷰 수가 지상과제처럼 느껴졌다. 저널리즘이나 콘텐츠의 가치를 고민해야 하는데 숫자에만 치중하게 되더라. 뉴스의 가치를 어떻게 지켜내느냐가 편집이 갈 길이라고 생각한다.

김영환  : 페이지뷰에 관심을 갖는 건 그게 유일한 지표이기 때문이다. 신문은 100만 페이지뷰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10만이든 5만이든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에 맞는 독자들이 보는 콘텐츠를 만들고 거기에 역량을 쏟는 게 우리가 할 일이다. 

사  회  : 인력구조 문제, 편집부 고령화에 대한 생각은.

하동원  : 편집부 인력구조 자체가 왜곡돼 있는 것도 문제다. 80년대 말 창간 붐일 때, 90년대 중반, 2002 월드컵 때 사람을 많이 뽑았다.  그렇다 보니 역삼각형 구조가 됐다. 

김남준  : 사람은 늘 부족하다. 지금 동아일보 편집부가 25명인데 15년 전에는 50명이 넘은 적도 있었다. 

김영환 : 일하는 입장에서는 인력이 많을수록 좋은 게 당연하다. 회사는 늘 충원을 하고 있는데 신문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느낌이다. 

김남준  : 취재기자들을 편집부에 순환 배치하면서 부원 25명 중 8명이 취재부서 출신이 됐다. 고령화 문제는 심각하다. 나를 포함해 50대가 많은데 편집부 지속 가능성도 위기다. 

김영환  : 편집기자협회 회원이 30% 정도 줄었다는데 경력 채용도 쉽지 않아졌다. 온라인까지 인력을 보내니 편집부 인력난이 더 심해졌다.

김남준  : 앞으로 닷컴과 편집부 인력 순환이 더 많아질 것 같다.

김영환  : 이제 디지털 뉴스도 저널리즘에 신경을 쓴다. 저널리즘 트레이닝을 받은 기자들이 필요한 것이다. 고령화 문제는 우리가 서로 다독이고 공존을 모색하는 수 밖에 없는 듯하다. 

사  회  : 편집부장이 돼서 달라진 점 또는 후배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김영환  : 우리만의 컬러에 대해 도전하고 창의적으로 하려는 후배가 좋아 보인다. 편집의 완성도를 떠나 시도해 보려고 하는 것들에서 많은 걸 느끼고 반성한다. 가급적 그런 걸 살려주려고 하는 편이다.

하동원  : 부장이 되어 보니 조망권이 생기더라. 누가 창의적으로 일하는 지 누가 어떠한 고민을 얼마나 하는지 등등. 물론 다 보이는 건 아니지만. 조망권 프리미엄을 얻었으니 그걸 후배들과 나눠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일 바쁜 일과지만 보다 나은 지면과 콘텐츠를 위해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김남준  : 예전에는 사실주의냐 표현주의냐 사이에서 표현주의파였다. 그런데 부장이 돼서 일을 해보니까 창의적인 표현주의를 독려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나는 그걸 지켜주는 데스크가 좋았는데 부원들에게는 영감을 불어넣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들 때가 있다.

 

도전하는 창의적인 후배들이 좋아 보여

부원들에 영감 불어 넣지 못할때 자괴감

보다 나은 지면 위해 함께 고민 할 것

사  회  :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말씀은. 

김영환  : 예전에 협회에서 몇 년 일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고민도 편집의 활로를 어떻게 찾을 것이냐였다, 중요한 건 기준점을 어디다 두느냐인 것 같다. 디지털과 편집은 적이 아니고, 편집의 능력은 무궁무진하다.

김남준  : 편집기자가 가진 게 많다는 말씀이 인상적이고 많이 공감된다. 협회 차원에서 편집아카데미 같은 교육기관이나 연구기관을 만들어서 제목 디자인 콘텐츠유통 디지털 그래픽 등 이런 식으로 나눠서 강의를 했으면 한다. 

하동원  : 상투적이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 생각했으면 한다. 편집의 위기가 맞다. 그러나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 활로를 모색한다면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여기에 협회의 할 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