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데스크는 외롭다. 아침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혼자서 바쁘게 챙겨야한다. 그게 뉴스든 사람이든 일상 업무든. 빠진 건 없나, 이건 어떻게 부각시킬까. 고민하고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치이고 또 치인다. 하지만 어떡하랴. 책임을 져야하는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속상한 일이 생겨도 분루를 삼켜야할 뿐. 

부서원과의 소통도 항상 신경써야한다. 퇴근길에 소주 한잔 같이하며 업무 시간에 하기 힘든 이야기를 부원들과 나누는 데, 지난해 코로나19가 대유행한 이후로는 그마저도 쉽지 않다. 

 

  데스크는 괴롭다. 잘한 건 빛이 안 나도 실수한 건 희한할 정도로 눈에 크게 띈다. 오타라도 나는 날엔 출근길이 두렵다. 편집기자는 자기 지면에 집중하지만, 데스크는 전체를 본다. 나무보다 숲을 봐야한다. 조율하는 과정에서 지면들끼리 싸우지 않도록 강약을 조절해야한다. 튀지 않게 고쳤을 때, 대장을 받아든 편집기자의 눈에는 불꽃이 튄다. 반대로 데스크가 귀신같은 감각으로 적확한 단어 하나를 제목에 바꿔 넣었을 땐 ‘급’이 다른 존경을 받는다. 

 

  한국편집기자협회(회장 신인섭)는 지난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편집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신임 데스크들의 이야기를 듣는 좌담회를 열었다. 동아일보 김남준 부장, 세계일보 하동원 부장, 한국일보 김영환 부장이 자리를 함께했다. 코로나 시대에 편집 업무의 변화, 부서원들과의 소통 문제, 주 52시간 근무제의 정착, 취재부서들과의 협업 과정, 디지털 시대 외연 확대에 대한 고민 등을 놓고 2시간 동안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다.

코로나 대응에 따른 편집부 업무 변화에 데스크들은 ‘피로 누적’을 지적하면서 부서원들과의 ‘소통 방법’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동아일보 김남준 부장은 “작년 8월부터 층간 분리를 해서 2주 연속으로 야근을 하고, 2주는 일찍 퇴근하는 방식으로 근무를 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야근 끝나고 늦밤에도 소주 한잔씩 했는데, 오후 10시 제한 때문에 힘들어졌다. 편안한 자리에서 부서 선후배들의 말을 들어볼 기회가 줄어든 것은 아쉽다. 단톡방에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하는데, 가감 없이 모두에게 전달함으로써 부족한 소통을 조금이나마 메우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하동원 부장은 “편집부원 2명과 미술기자 1명이 가산동 사옥에서 공간 분리 근무 중이다.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원격 편집이 가능해 추가적인 대응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5인 이상 모임 금지 때문에 회식은 어렵다. 대신 소수로 나눠 미리 약속을 잡고 점심을 먹으니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해졌다. 소통에는 도움이 되더라”고 전했다.

 

 한국일보 김영환 부장은 “상암에서 공간 분리를 시행했는데 장기화 되니 피로감이 굉장히 높았다. 재택근무는 확진자 수에 따라 (많을 땐 절반 정도) 변화를 주며 시행했다”며 “술자리에 가도 시간 제한 때문에 압축적으로 얘기를 하고, 이성적인 대화를 많이 한다. 으쌰으쌰하던 분위기가 절제됐지만 오히려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했다. 

 대다수 언론사가 ‘디지털 퍼스트’를 외치는 현재, 편집기자의 생존 무기와 외연 확대에 대한 데스크들의 생각도 들었다. 

 

 하동원 부장은 “신문 편집 자체는 하나의 플랫폼과 콘텐츠로 존재해야 한다. 기획하고 분석하는 형태의 깊이 있는 콘텐츠를 지면에 반영하는 것으로 온라인과 차별해야 한다”며 “1면을 맡느냐, 사회면을 맡느냐 이것이 중요한 시대가 아니다. 자기만의 특화된 장점을 가지고 그것을 살릴 수 있는 편집을 해야 한다. 회사가 키우고 부서가 자유권을 줘야 신문 편집이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김남준 부장은 “신문사의 디지털 전략과 맞물려 온라인 친화 편집을 하고 있다. 신문 제목이 온라인에서 그대로 유통될 수 있고 파괴력을 가질 수 있는 양식으로 만들어보자는 실험을 하고 있다”며 “편집기자들이 콘텐츠 프로듀서의 역할에 머물러 왔다면 이제는 콘텐츠 마케터의 역량을 발휘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만들고 포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채널과 홍보를 통해서 어떻게 유통을 시키느냐를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김영환 부장은 “신문과 온라인은 하는 일이 다르지 않다. 다만 온라인은 대중성, 신문은 가치에 초점을 맞추는 정도의 차이는 있다”며 “편집기자가 성장하면서 가지고 있던 역량은 큰 자산이다. 디지털 시대가 온다고 해서 종이가 없어지고 편집기자는 뭘 해야 할까 같은 고민을 할 것이 아니라, 각 플랫폼에 맞는 전략을 새로 짜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