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훗날 역사에 관심이 많은 AI가 자기네 역사를 기록한다면 2020년 Top뉴스는 코로나팬데믹이 아닌 ‘알파폴드2’와 ‘GPT-3’의 탄생일 것이다. 


2019년 8월 그 유명한 알파시리즈의 막내 알파폴드(AlphaFold)의 등장에 과학계가 발칵 뒤집혔다. 알파폴드는 단백질 접힘(Folding) 규명을 위해 태어난 AI다. 단백질 접힘 연구는 길게는 수년씩 걸리는 생물학계 대표 ‘노가다’로서 인간은 50년간 수억 개의 단백질 중 고작 17만개만 밝혀냈을 뿐이다. 2020년 11월, 후속작인 알파폴드2는 이 작업을 불과 2~3시간만에 놀라운 정확도로 해결했다.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쉽게 예측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신약 제조의 혁명이었다.


우리에겐 GPT-3가 더 충격적이다. GPT-3는 언어AI로서 자연어로 대화하듯 명령을 내린다. 몇 개의 단어만 제시하면 소설이나 신문기사를 쓸 수 있는데 GPT-3가 쓴 기사는 놀라울 만큼 능숙해 이를 접한 신문기자들이 경악했다는 후문이다. 신조어의 뜻을 유추할 줄 알고 유머에 밝으며 디자인적으로는 레이아웃 생성도 가능하다! 


두려운 질문을 해야할 때다. AI는 과연 신문기자를 대체할 수 있을까? 객관적으로 말해 수요만 확실하다면 가능하다. 비싸지도 않다. GPT-3 시험판 이용가격은 요금체계에 따라 다른데 ‘창작’은 월 100달러에 불과하다. 편집국 관리자 1명이 ‘알파기자’ 프로그램을 활용해 신문을 제작할 날은 언제일까? 2030년? 2025년? 

아니다. 너무 디스토피아적인 상상이다. AI는 아직 개와 고양이를, 축구공과 대머리 심판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DB화한 기존 기사를 참조해 단순 보도는 할 수 있지만 문제 제시나 통찰력에 기반한 기사는 쓸 수 없다. 현장의 생생함은 어떻게 전달할 것이며, 인간의 상식을 모르는데 독자들과 공감하고 위로하는 제목을 내놓을 수 있을까? 기존의 방식을 초월한 레이아웃은? 


AI가 우리의 TO에 영향을 줄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무한한 능력을 신문제작에 어떻게 활용할지 미리 상상해 두는 편이 이득이다. 예를 들어 “알파기자야, 여름휴가에 대한 기사를 쓰고 바다 풍경을 담은 레이아웃에 낚시성 제목을 달아줘”라고 명령해 특집판을 뚝딱 짜낼 수 있는 것이다.


올해 2월 열린 신민준과 커제의 LG배 결승경기를 AI를 이용한 해설방송을 통해 본적이 있다. 대국을 잘 풀어가던 신민준이 느닷없이 악수로 꼽히는 빈삼각을 두는 게 아닌가! 그 방송에서는 AI가 각 수마다 승률이 가장 높은 수를 알려주곤 하는데 그와 전혀 동떨어진 수였다. AI가 예측한 기대승률은 폭락하고 대국을 지켜보던 해설자와 채팅창에서 장탄식이 이어졌다. 그러나 신민준의 빈삼각은 교묘한 함정이었고 커제는 그 낚시에 걸려 역전패 당했다. 떡수인줄 알았던 빈삼각은 AI마저 초월한, 그야말로 신의 한수였던 것이다. 뇌의 힘은 정말 경이롭지 않은가?

강원일보 강동휘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