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까똑 까똑 까똑~ 우렁찬 카톡 소리가 들립니다. 이정도의 알림음이라면 전날 밤 만취한 상태라도 눈을 뜨게 할 것이고 저 멀리 30m 밖에 있더라도 ‘누군가 나를 애타게 찾고 있구나’란 사실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슬쩍 눈길만 준채 짐짓 모르는 척 관심을 끊습니다. 물론 궁금합니다. 너무나 보고 싶습니다. 누가 무슨 말을 던졌는지, 하지만 왠지 모를 자존심이 발동합니다. ‘1’이 사라지면 ‘내가 메시지 오기를 목 놓아 기다린 게 티 나지 않을까’ ‘나를 할 일 없이 카톡만 쳐다보고 있는 놈’이라 생각하지 않을까하고 혼자 심각해지죠. 이런 경험들 있으신가요? 카톡에서 사라질 ‘1’이 무서워 메시지를 확인 하지 않은 적 말입니다.  

전 솔직히… 상당히 많습니다. 약간의 ‘관종(?)’ 끼가 있어서 그런지 ‘내가 늦게 보면 상대방이 애가 타겠지’ ‘내가 언제 보나 그들이 주시하고 있겠지’ ‘혹시 내게 크나큰 일이 생겨 못 보나 하며 걱정하고 있을거야’란 므훗한 생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카톡 밀당’ 내가 먼저 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수백 번 고민하다 결국 큰 맘 먹고 보냈는데, 이럴 수가 5분이 지나도록 ‘1’이 사라지지 않는 것입니다. 아 괜히 보냈다… 순간 후회 막심하죠. 물론 요샌 메시지 삭제 기능이 생겼지만 그래도 한번 쏟아낸 카톡을 다시 주워 담기란 쉽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휴대폰을 뺏어 메시지를 삭제해 버릴까란 생각도 잠시 해봤으니깐요. 특히나 술에 취해 보낸 수많은 카톡을 다음날 확인할 때면… 하 지저스… (이 자릴 빌려 제게 ‘취중 카톡’ 테러를 당하신 모든 분께 사죄드립니다 꾸벅) 하지만 저는 카톡의 매력을 ‘1과의 눈치 싸움’ 수신확인 기능이라 생각합니다. 문자 메시지처럼 글과 사진을 주고받지만 문자는 보내면 그만, 카톡은 상대방이 봤는데도 왜 반응이 없지, 왜 답이 안 올까하고 기다리고 궁금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인터넷 상에서 ‘1이 사라지지 않고 메시지 확인하는 방법’이 무수히 떠도는 것이겠죠.

서론이 길었습니다. 오랜만에 스크랩 해두었던 이 지면을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딱 봐도 아시겠죠.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습니까. ‘읽느냐 씹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로댕마저 고뇌하게 만드는 카톡 수신확인이라니. 친분관계에서는 재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이나 갑을 관계가 적용되는 사회생활에서는 카톡 수신확인이 족쇄가 되기도 합니다. 상사의 메시지를 바로 확인하고 즉각 답변을 해야 하는 상황도 다수 발생한다고 하더군요. 답장이 조금이라도 늦는다면 불호령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꽤나 부담스럽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고민을 두 면에 걸쳐 비주얼한 그래프로 보여주었습니다. 그저 웃고 넘기는데서 그치지 않고 많은 독자들의 고민을 담아 공감을 끌어낸 지면이라 생각합니다. 강남통신 애독자로서 저도 다짐해 봅니다. 이처럼 재미와 의미 둘 다 잡을 수 있는 지면을 만들어보겠다고….

서울경제 황원종 기자

강남통신 2014년 6월 18일~24일자 G1, 2, 3면. 필자는 카톡의 매력을 '1과의 눈치 싸움' 수신확인 기능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