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 임윤규의 편집단상 -


요즘 잘나가는 작사가 김이나
얼마전 별밤지기가 됐다는 기사를 보고
“김이나가 별밤지기 깜냥이 되나?”
돌아다니며 선후배에게 물었어요


얼마 뒤 TV에서 그녀를 봤습니다
괜히 미안했습니다
“깜냥이 되나?”라고 했던 말이 생각나서요
내게 되물었습니다
“당신이 김이나를 알아?”


그녀를 알기 위해 그녀가 쓴 책 한 권을 샀습니다
최근 에세이 '나를 숨 쉬게 하는 보통의 언어들'


책장을 덮는 순간
“미안해요 김이나씨” 독백이 흘렀습니다
그녀는 별밤지기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만든 언어사전이 있었습니다
지질하다 - 구차하면 좀 어때?
외롭다 - 오롯이 내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공감 - 통하는 마음은 디테일에 있다
추억 - 다르게 적혀 있는 지난 날
한계 - 또 다른 가능성과 마주하는 순간


그녀는 단어 하나하나에
자신만의 정의와 생각과 철학이 있었습니다
그녀만의 언어 하나하나가
내겐 뒤통수를 후리는 죽비 같았습니다


김이나는 보통의 언어를
자신만의 언어로 만든 다음
음표라는 날개에 얹어
세상으로 날려보내
평범함을 특별하게 만드는 사람이었습니다


이렇게 단어 하나하나에
의미라는 숨을 불어넣자면
머리에 김이 나지 않을까도 싶지만
매일매일 쳇바퀴 도는 듯한 삶을
나만의 방법으로 특별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글을 쓰며
편집이라는 보통의 언어를
내 언어로 정의해봤습니다
‘일상의 의미를 알려주는 세상에서 가장 큰 집’


이제 출근해서 제목 달아야겠습니다
김이날 것 같습니다 ^^


중앙일보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