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윤여광의 편집인사이드


수용자의 미디어 선택과 이용은 그 사람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척 신중하고 까다롭다. 그러나 한번 이용하기 시작하면 쉽게 바꾸기도 어려운 것이 매체 이용 속성이다. 이러한 매체 충성도는 세대나 계층의 열독 문화로 굳어지기도 한다.
신문은 편집에 의해 품질 차이가 확연하게 구별되는 정보 상품이다. 단순하게 정보의 나열에 그친 것부터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구사하는 신문까지 너무나 다양하다. 하지만 수용자들은 무엇이 좋은 편집이고 무엇이 나쁜 편집인지 쉽게 구별하지 못한다. 단순히 ‘신문’으로만 인식할 뿐이다. 종이 신문이라는 커다란 카테고리 안에 있는 수많은 브랜드(제호)의 특징과 특성을 잘 모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간지의 경우 한번 구독하기 시작하면 다른 신문으로 바꾸기가 쉽지 않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대부분 시각적으로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타이포그래피, 헤드라인 형식, 페이지네이션에 길들어 ‘매체 충성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매체 충성도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 구독률이 낮아지고 열독률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새로운 수용자 확보는 고사하고 기존 수용자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편집기자가 수용자의 열독 문화 만들어야
그렇다면 이러한 신문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뉴스의 편집 측면에서 해결책을 찾는다면 ‘열독 문화’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단순히 정보를 파는 게 아니라 편집 문화를 서비스해야 한다. 다양한 종류의 정보, 임팩트 있는 사진, 일목요연한 인포그래픽, 가독성 높인 레이아웃, 잘 디자인된 공간 등 편집기자가 연출하는 ‘문화’를 소비하게 해야 한다.
편집기자는 수용자에게 ‘정성 들여 잘 만들었다’라는 느낌을 줘야 한다. 이러한 작은 느낌과 감동이 모여 충성도 높은 열독 문화로 자리 잡게 한다. 이렇게 수용자에게 차별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편집국(편집부) 내부에서도 ‘수용자 중심’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는 편집부와 인포그래픽 담당자, 그리고 취재기자들까지 참여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모으고, 토론을 거쳐 실행에 옮기는 열린 조직 문화를 가져야 가능하다. 콘셉트를 제시하는 데스크와 그 콘셉트에 맞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편집에 반영하는 편집기자들의 열정이 있다면 뉴스 편집, 그 이상의 문화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편집 데스크의 변화가 신문을 바꾼다
이러한 문화 상품을 최일선에서 조율하는 사람이 편집 데스크다. 편집 데스크는 ‘편집의 꽃’이다. 연차에 따라 오를 수 있는 관리형 자리가 아니며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반적인 업무도 아니다. 편집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노하우, 그리고 이성적 판단과 정서적 능력을 동시에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취재와 제작, 판매와 광고 부서까지 아우르며 신문의 브랜드 파워를 극대화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과 의무가 있는 자리이다.
그중에서도 스마트미디어 시대 편집 데스크에 가장 중요하게 요구되는 능력은 새로운 편집 리더십이다. ‘스토리텔링’형으로 편집의 패러다임이 변하기 위해서는 편집을 책임지고 있는 데스크의 편집관과 리더십이 변해야 한다. 기존의 편집 데스크 역할이 지면을 기획하고 페이지네이션을 정하고 레이아웃과 헤드라인, 그리고 제목을 수정하는 것에 그쳤다면 이제는 뉴스 정책을 입안하고 디자인 정책을 만드는 뉴스룸의 코디네이터(coordinator)와 미디에이터(mediator: 중재자)가 되어야 한다. 데스크의 지휘 아래 전체 지면이 상호작용하며 하모니를 이루어야 한다. 데스크의 새로운 리더십에 따라 지면이 거듭날 수도 있고 신문의 위기를 가속할 수도 있다. 데스크가 편집을 변화시키기 위해 스스로 질문할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우리 신문사 편집 방향은 수용자 중심형인가?
편집 데스크가 변해야 편집이 변하고, 편집이 변해야 신문이 산다. 데스크가 서비스맨 정신으로 신문을 편집해야 명품 신문이 탄생한다. 데스크의 ‘자아도취형 장인정신’은 자칫 신문을 수용자에게서 더 멀어지게 할 수 있다.
②우리 신문사 편집은 수용자들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재미를 주고 있나?
뉴스 편집은 수용자의 시선을 잡아끌고 기사를 읽게 만드는 매력 타점이 있어야 한다. 헤드라인과 이미지 그리고 레이아웃을 통해 강렬하게 어필해야 한다.
③스토리텔링 개념을 도입하고 편집에 적용하고 있나?
스트레이트 기사와 직설적인 편집 시대는 끝났다. 스토리텔링이라는 시대적 언어로 수용자에게 이야기를 걸고 그들과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④새로운 편집 방향(concept)을 만들어내고 공유하고 있나?
편집 데스크는 창조자(creator)이다. 지면 전체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과 뉴스 감각, 그리고 이성과 직관의 조화 속에서 편집의 닻을 내리고 돛을 달아 이슈를 만들고 그 이슈를 여론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⑤뉴스룸 기자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끌어내고 있나?
편집 데스크는 뉴스룸 전체의 협력과 참여를 끌어내는 최후의 스위퍼(sweeper)이다. 편집 부서만의 데스크가 아니다. 콘텐츠 생산부터 편집까지 전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조율하고 의견을 개진해서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 편집 데스크는 리더십을 갖추고 뉴스 흐름에 정통해야 한다.
데스크는 고뇌하는 ‘편집의 시시포스(Sisyphos)’이다. 창조적이고 정열적으로 뉴스룸을 이끌면서 끊임없이 대내외적인 부조리(편집에 대한 외부의 압력이나 내부의 나태함 등)와 싸워 궁극적으로 수용자 중심의 지면을 만들어내는 그리스 신화 속 시시포스와 같다.


스포츠조선 콘텐츠본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