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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미나·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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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 데스크 세미나 한국경제 전장석 부장

      사막이라는 지면에 기적의 제목을 올린 도시


      추웠다. 사막의 체온에 길들여진 몸뚱아리를 서울의 꽃샘추위가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공항에 내리자 담금질하는 쇠가 ‘피시식’ 하고 찬물에 식듯 몸에서 열사의 바람이 빠져나온다. 미열 속에 제2롯데월드가 환각처럼 다가왔다. 두바이의 초고층 빌딩으로 익숙해진 눈에는 그저 평범한 건물로만 보였다.
      낙타처럼 무거워진 짐을 끌고 일행은 이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려 한다. 막상 헤어지려니 데면데면했던 얼굴도 친근감이 든다. 4박6일의 노정을 함께 했기 때문이리라.
      다시 두바이에서의 첫날, 일행을 태운 대한항공 KE 951기는 사막 위를 걷듯 사뿐히 활주로에 내려앉았다. 직행한 호텔에서 룸메이트인 김종서 선배 (서울경제)가 마음씨 좋은 아저씨처럼 먼저 말을 걸어왔다. 사막의 미어캣이 귀를 쫑긋 세우듯 모두들 첫날밤을 예민한 촉수로 설쳤으리라.
      이튿날, 점심을 먹은 일행은 사막투어를 위해 4륜구동 짚차에 6명씩 올라탔다. 한 30여분 쯤 지났을까 온통 황토색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막이라는 도화지에 드문드문 풀의 낙서가 보였고 그 사이를 힘 좋은 도요타 행렬이 곡예하듯 달렸다. 인도 출신의 젊은 드라이버는 과격하게(?) 자신의 혈기를 과시했다. 얼핏 보기에 오프로드를 제멋대로 달리는 것 같지만 차들은 나름대로 정해진 루트가 있었다. 뉘엿뉘엿해지자 사막 한가운데서 흥겨운 무대가 펼쳐졌다. 금발의 무희도 입에서 불을 뿜는 사내도 베두인족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지만 캔맥주를 부딪치는 이방인들에게 사막의 밤은 대단한 호기심과 흥미 그 자체였다.
      사흘째 되던 날, 일행은 모노레일을 타고 곧장 인공섬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고급저택과 상가들이 야자나무 가지에 해당하는 양쪽으로 수려하게 펼쳐져 있었다. 말로만 듣던 7성급의 버즈 알 아랍 호텔이 싱그러운 페르시아만의 파도와 어울려 그림같은 모습을 연출했다. 선탠을 하고 있는 비키니 차림을 힐끗힐끗 쳐다보며 일행의 셔터소리가 따가운 해변을 뛰어다녔다.
      일정 나흘째, 아부다비로 향했다. 한 시간 반 만에 도달한 그랜드 모스크 사원의 지붕이 히말라야의 설산처럼 눈부셨다. 검은 니캅과 히잡을 쓴 여인들이 모스크의 하얀 기둥과 묘한 흑백의 대비를 이뤘고 어디선가 관광객들은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일행들은 갖가지 포즈로 주인공이 되어 부드러운 바람을 스카프처럼 목에 둘렀다. 건물을 감싼 새파란 물은 마셔도 될 만큼 깨끗해 보였다.  
      마지막 날, 구시가지의 전통시장과 금시장을 둘러보았다. 그들의 일상을 좀 더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이밖에도 두바이몰의 음악분수쇼, 프레임 타워, 두바이왕궁 등등 두고두고 볼거리가 많은 여행이었다.
      생각해보니 두바이는 상상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준 도시다. 사막이라는 척박한 지면 위에 레이아웃을 하고 초고층 빌딩과 각종 건물들로 제목을 뽑았다. 두바이를 사막의 기적이라고 하지만 틀린 말이다. 그들은 기적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만들어 가고 있었다. 두바이는 지금도 ing다. 척박한 사막이 오히려 그들에게 무한긍정의 에너지원이라는 사실을 베테랑 편집자들은 이미 간파한 듯했다.

    • 2018 데스크 세미나 인천일보 김정원 편집기획부장

      갤S8 든 거지, 번역앱 켜니 “돈달라”소리가


      매일매일 달라진다는 거대도시 두바이. 사막에 도시를 세운 오일머니의 힘 놀랍다. 나무 잔디도 돈으로 키우는 나라. 하루에 두 번 자동으로 물을 준단다. 그래서 나무가 많은 집이 잘사는 집이라고. 다들 나무가 많다. 다들 잘 사는 집 인가보다.
      오래된 사원, 근사한 궁전, 황량한 모래사막. 애주가들에게는 아쉽지만 무알콜 맥주, 무알콜 와인이 전부더라.
      도착 첫날 콘센트가 맞지 않아서 숙소 근처 24시간 슈퍼마켓으로 가는 길. 낯선 외국인이 다가오는 낌새를 챘다. 순간 긴장.
      역시 말을 걸어왔다. 영어로 뭐라 하는데 알아들을 수 있는 한마디. “hungry” 배고프니까 도와달란 얘기인 것 같다. 내가 못 알아듣는 것 같으니 꺼내든 건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S8.
      이 동네 거지들은 고급 스마트폰을 쓰나? 번역기를 통해 들린 말은 역시 돈을 달란다. 나보다 더 말끔한 인간이 구걸을? 두바이 거지들을 기본적으로 몇 억씩 가지고 있다는 가이드 이야기. 거지도 부자인 나라다. 젠장!
      일정 3일째 날. 숙소에서 몸무게를 재보니 벌써 3kg이 빠졌다. 점심은 현지식 뷔페. 전날과 달리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았다. 속이 안 좋아 들어간 화장실. 좌변기 칸이 꽉 차 있었다. 급한 마음에 손이 먼저. 손잡이를 돌려보니 열린다. 빈칸인가? 문을 여는 순간. 아뿔싸 외국인이 엉거주춤 앉아있다 깜짝 놀란다. 근데 그 외국인이 외친 한마디 “sorry” 뭐지 내가 해야 하는 말 아닌가.
      쪼르르 가이드에게 물어봤다. “여기 화장실은 안에서 잠가도 밖에서 열리나요?”
      가이드 왈 “무슨 소리인지 그럴 리가 있나요?”
      못 볼 걸 보여줘서 사과를 했을까?
      움직이면 멈출 수 없고 멈추면 움직일 수 없는 쇼핑 천국 두바이. 시계바늘이 빠르게 돌아가는 나라.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기억에 남는 여행. 그보다 더 큰 기억을 안겨준 편집기자 선후배들. 참 좋은 사람들을 만나 6일 동안 움직이며 멈출 수 없는 여행을 했다.

    • 2018 데스크 세미나 한국일보 이직 편집부문장

      발길 닿는 곳마다 세계 최대·최고·최초


      뉴스와 씨름하던 서울을 벗어나 두바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대한항공 기내에서 영화로만 접했던 화려한 도시를 상상하며 10시간 동안의 갑갑함을 견뎌냈다. 오후 7시에 도착한 두바이. 날은 저물었지만 바람 한 점 없는 따사로운 공기가 내 몸을 휘감았다. 공항 인근 호텔에 여장을 풀며 첫 날은 시차적응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설렘에 얕은 잠을 잔 후, 호텔에서 가볍게 식사를 하고 버스에 올랐다. 차창 밖으로 내다본 두바이 모습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하늘 위로 치솟은 기기묘묘한 빌딩, 사막을 파서 도심에 물길을 낸 운하, 거리마다 들어선 쇼핑몰과 호텔…. 외관을 금으로 치장한 ‘ㅁ’자 모양의 액자빌딩 전망대에 올라가니 구시가지와 신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축구장 50배 넓이의 두바이 쇼핑몰 내부에선 15m 높이의 초대형 수족관이 벽처럼 솟아있었고, 건물 밖 광장에선 수십 미터의 거대한 물줄기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나흘 동안 발길 닿는 곳마다 ‘세계 최대, 세계 최고, 세계 최초’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우주에서도 볼 수 있다는 인공섬 ‘팜 주메이라’, 세계 유일의 7성급 호텔인 ‘버즈 알 아랍’, 세계 최고층 빌딩으로 21세기 바벨탑으로 불리는 ‘버즈 칼리파(828m)’. 나는 기꺼이 42달러를 지불하고 버즈 칼리파 124층 전망대에 올라갔다. 그곳에서 제주도 두 배 크기인 ‘중동의 진주’ 두바이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이곳에 오기 전 “사막 사파리 투어는 하지마라, 위험하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일생일대의 기회는 올 때 잡는 법! 6명이 한 조가 되어 RV차에 나눠 탔다. RV차가 사막 위 울퉁불퉁한 지표면과 오르내리막 길을 한 시간 이상 내달렸는데, 온몸이 들썩이고 심장이 쿵쾅거려 연신 “오 마이 갓”이라는 비명이 새어나왔다. 현지 운전기사는 얄밉게도 관광객이 비명을 지르면 지를수록 차를 더 거칠게 몰아갔다. 그 덕(?)에 맨 뒷자리에 앉은 배기찬 부장의 차 손잡이가 그만 ‘뚝’ 떨어져나가기도 했다.
      매일 30도를 넘는 날씨에 땀을 식히려 조선일보 안덕기 부국장과 카페에 들어갔다. 안 국장이 휴대폰 자동통역기에 “오렌지 주스 한 잔이 달러로 얼마죠?”라고 말한 후 아랍어로 번역된 화면을 보여주니, 종업원이 신기해하며 아랍어로 대답했는데 한글로 “6달러”라고 적혀있었다. 이젠 그 나라의 언어를 몰라도 두려움 없이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것을 피부로 절감했다.
      최대의 비용으로 상상 이상의 ‘판타지 세상’을 창조해내는 두바이. 아라비아 반도의 작은 어촌에 불과했던 이곳이 지금은 지구촌 돈과 인재를 흡수하는 블랙홀이 됐다. 셰이크 모하메드 국왕의 ‘무한 상상력의 콘텐츠’를 구현하기 위해 시내 곳곳마다 온갖 공사가 한창이다. 골드(금), 레드(햇살), 블루(해변)로 반짝반짝 빛나는 기적의 도시. 이 환상적인 세미나 플랜을 짜느라 고생한 김선호 편집기자 협회장, 신인섭 부회장, 김용주 기획국장, 강경남 차장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 “귀한 손님들 오시려고”… 달구벌 총회 전날 내린 반가운 폭설

      대구 정기총회 이모저모


      반가운 손님 내린 대프리카
      오랜만에 영남 지역에서 열린 총회를 하늘도 반긴 것일까. 총회 하루 전인 8일, 대구에는 7.5cm에 달하는 폭설이 내렸다. 3월에 내린 달구벌 눈으로는 기상 관측 이래 111년 만에 세 번째로 많은 적설량. 총회 당일도 멀리 팔공산의 하얀 풍광과 길가에 미처 녹지않은 눈들이 각지에서 모인 협회 식구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협회 버스를 마중 나온 박운상 대구시 문화과장은 “귀한 손님들이 오시려고 소복이 큰 눈이 내렸다”며 아낌없는 촌평.


      ‘멸치~’하면 ‘대가리’하세요
      이번 총회 일정의 백미는 골목투어였다. 총회 시작 전 대구가 자랑하는 도심 골목길을 1시간여 남짓 짧지만 굵게 둘러봤다. “방천시장이 낳은 3대 인물이 양준혁, 김광석 그리고 김우중이라예” 대구 아지매 해설사 두 분이 동행하며 구수한 입담과 함께 골목골목 숨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상화(스케이팅 선수가 아니라 저항시인) 형의 생가를 설명하며 “이 집을 미리 사 놨다면 대박났을 텐데”라며 농담 같은 진담. 청라언덕 선교사 고택 앞에서 협회 일행이 단체사진 포즈를 취하자, 해설사 한 분이 “멸치~하면 대가리~하세요” 모두가 배꼽 쥔 포토타임.


      간사님들 질문 없으시나요?
      “만원 단위 이하는 생략하고 읽겠습니다” 경인일보 이송 감사의 2017년 결산 감사보고로 본격 시작한 정기총회. 10분이 넘은 숫자와의 사투를 끝내고 “질문 있으신가요?” 시선 한 바퀴. 간사들은 일제 침묵. 이어 “올해 배구대회는 5월 26일에 열립니다” 2018년에 예정된 행사 하나하나 꼼꼼히 일정 설명을 마친 이의호 사무국장. “혹시, 질문 없으신가요?” 역시나 조용~. 계속된 협회보 필자 모집, 경조비 규약 변경 등 다른 안건 발표 뒤에도 모두가 함구. 발표자들은 안도하는 한숨을 쉬었지만, 뒤풀이에서는 송곳 질문이 이어졌다는 후문.


      갈비, 막창, 치킨… 대구 정말 맛있네예
      “대구에서 손꼽히는 갈비집이라예” 골목투어 해설사가 총회 뒤풀이 장소로 예약된 식당 이름을 듣더니 엄지 척. 역시나 명불허전. 총회가 끝나고 허겁지겁 지글지글 맛있게 냠냠. 테이블 안내판을 봤더니 ‘재래기에 싸서 먹으면 고기가 더욱 맛나요’ 기레기도 아니고 재래기?? 누군가 “상추 겉절이가 경상도 사투리로 재래기”라고. 2차는 대구 가서 안 먹으면 후회한다는 막창집. 흐물흐물 징그러운 막창을 불에 올려 지그시~. 폭탄주를 부르는 고소한 식감에 젓가락은 또다시 쉴 틈이 없었다. 생존자 10여명이 남은 3차에선 치킨을 주문했다. 대구는 교촌, 호식이 등 치킨프랜차이즈 본점을 5개나 갖고 있는 치킨의 본고장이라고. 큼지막한 다릿살을 장갑 낀 손으로 쭉쭉 찢어먹는 맛이 일품이었다. “공자, 맹자… 그 중에 최고는 먹자” 매일신문 남한서 차장의 건배 구호가 위장 깊이 녹아 든 맛투어였다.


      “집에 가야해요” 새 신랑의 절규(?)
      업무 때문에 총회에 참석 못한 매일신문 권기현‧김가영 기자는 마감을 하자마자 달려와 뒤풀이에 합류했다. 편집기자 대표 훈남인 권 기자는 아쉽게도(?) 지난해 11월 결혼한 품절남. 텃밭에서 열린 협회 행사에서 1차, 2차, 막차까지 발군의 뒷심을 발휘한 권 기자. 모두가 지쳐 자리를 파한 새벽 2시쯤. “숙소에서 한 잔 더하고 자고 가라”는 여러 선배들의 만류에도 권 기자는 미소 띤 얼굴로 “외박은 안 된다”며 완강히 거부했다. 총각 때와 달리 깐깐해진 이유는 “아내가 임신 중”이라고. 반면, 권 기자와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유부남 모 기자는 “오늘 같은 기회가 없다”며 집을 코앞에 두고도 외박을 자처하며 해방감 만끽.


      “이렇게 조용하신 분들은 처음”
      서울에서 회원들을 태우고 1박2일 운전대를 잡은 버스기사님의 재치있는 입담. 도착 예상시간을 안내하고, 틈틈이 춥지 않은지, TV채널은 맘에 드는지 친절을 과시하더니 대구에선 근대골목 해설사가 소개를 마치자마자 팡파르를 울려 큰 웃음까지 선사.

    • 2017 한국편집상 해외시찰 후기

      레알 마드리드 경기 직관… 레알 럭키!


      조선일보 박준모 기자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 도착한 128일 금요일은 공교롭게도 레알 마드리드와 도르트문트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예선이 열리는 날이었다. 처음엔 볼 생각도 안했다. 예약도 안했고 티켓도 매진됐을 게 뻔하니까. 자유 시간에 레알 홈구장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를 둘러보고 레알 공식 매장에서 호날두 유니폼, 레알 목도리, 장갑을 구매했기에 큰 미련도 없었다. 하지만 숙소로 돌아가는 내내 이건 뭔가 아니다싶었다. 내가 마드리드에 온 날, 축구팬인 나를 기다렸다는 듯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가 잡혀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걸 지레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가고 있다. 이게 말이 되는가? 그러고도 내가 축구팬인가?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가?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상부(?)에 보고한 뒤 콜택시를 불러 경기장으로 갔다. 택시비만 5만원이 나왔다. 경기는 이미 시작했기에-나중에야 알았지만, 시작 전이었다- 입장해도 시합을 오래 볼 수 없었다. 그래도 갔다. 함성 소리라도 듣기 위해서였다. ‘뻗치기를 하면 경기 끝나고 나오는 호날두 머리카락이라도 볼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있었다.

      막상 현장에 도착하니 사람이 너무 많은데다 워낙 출입구가 많아 어디로 갈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었다. 일단 달렸다. 그리고 들이댔다. 착하게 생긴 경찰이나 직원을 붙잡고 티켓 구하고 싶다고 했더니 임파서블이란 답변이 돌아왔다. 포기하지 않았다. 이 사람은 여기로 가라고 하고, 저 사람은 저기로 가라고 했다. 가라는 데로 달렸다. 마침내 매표소 앞에 섰을 때 직원이 내게 말했다. “티켓 1장 있네요. 경기 시작하지 않았냐고요? 이제 막 시작하려는 참인데요?” 나는 눈물을 글썽이며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땡큐!! 땡큐 베리머치!!!”

      티켓을 손에 쥔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내 영혼은 전율했다. 온몸은 핏줄까지 부르르 떨렸다. 티켓 인증샷을 찍는데 손이 부들부들 떨려 사진이 계속 흔들렸다. 티켓을 노린 누군가가 날 덮칠까봐 사주 경계를 철저히 했다. 하지만 이번엔 게이트 위치를 몰랐다. 경찰이 가리키는 곳으로 또 달리고 달렸다. 입장한 뒤에도 자리가 헷갈려 현지 직원을 붙들고 제발 자리에 데려달라고 애걸했다. 난리법석 끝에 나의 목적지인 ‘405-E 구역 439섹터의 3번째 줄 3번째 자리를 찾았다. 챔피언스리그 주제가가 울려퍼지는 산티아고 베르나우를 마주했을 때 등골에 다시 한번 소름이 쫙 돋았다. 내 눈앞에서 호날두가 골을 넣었고, 지단이 대머리를 드러낸 채 선수들을 다그치고 있었다. 90분간 나는 레알팬으로 완벽히 빙의했다. 레알 마드리드 패션으로 중무장한 내게 마드리드 사람들은 얼마나 호의적이었던가. 꿈같은 90분이 지난 뒤 경기장 인근의 교통지옥에서 간신히 택시를 잡아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밑도 끝도 없이 택시 기사에게 말을 건넸다. “저 레알 마드리드 경기 봤어요. 대단하죠?” 기사가 씨익 웃는다. “유 알 쏘 럭키

      스페인에서의 마지막 밤이 저물고 있었다. 모든 게 아름다웠다. 그리고 상상도 하지 못했던 럭키! 함성 소리라도 들으려고 갔는데 축구를 보고야 말았다. 어쩌면 그날 나는 세계 최고의 행운아였을지도 모른다. 축구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나라, 축구를 일상으로 여기는 나라, 어머니와 아들이, 할아버지와 손녀가 함께 축구를 보는 나라. 이 멋진 나라 스페인을 이제 떠난다.

      나도 웃으며 답했다.

      예스, 아이 엠 쏘 럭키

       
    • 2017 한국편집상 해외시찰 후기

      자석같은 끌림, 강렬했던 에스파냐 투어


      경인일보 안광열 차장

      식상한 후기는 NO' 집행부의 강력한 요청에 고민입니다. 마침 쓰려던 게󰡐걸어서 세계 속으로󰡑같은 잔잔한 글이었는데. 예능을 원하는 집행부의 바람을 헤아려, 무척이나 특별했던 제 룸메를 소개할까 합니다. 아마도, 아니 틀림없이, 1면 하단 박스나 못해도 이모저모에 실릴 룸메이지만 후기를 통해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박자석, 아니 박은석 차장과의 강렬했던 만남

      이름 박은석. 197X년생. 전자신문 차장. 나보다 한두 살 많겠지 했는데, 나중에 나이를 알고 나서 경악했을 정도의 동안입니다. 그래도 허물없이 지낼 정도의 친화력을 갖고 있고, 이달의 편집상을 심심찮게 수집한 내공있는 선배입니다. 공항에 도착해 만나기로 한 약속장소에 가보니 빨간 점퍼를 걸치고 사람 좋은 웃음을 하며 다가왔습니다. 몇 마디 나눠보니 꽤나 남자답고 듬직합니다. 이 정도면 며칠 같은 방 쓰며 여행해도 괜찮겠구나 안심했는데. 티켓팅을 하러 가던 중 얼굴색이 변하면서 갑자기 캐리어를 맡아 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왔던 길을 냅다 뛰어 돌아갑니다. 영락없는 아저씨 뜀박질로 돌아온 선배가 익숙하다는 듯 얘기합니다. “가방을 두고 왔었어. 으허허허 (보조개 등장)”

       

      # 모두를 끌어당긴 남자, 마그넷박

      바르셀로나의 한 거리. 그의 숨겨왔던 욕망을 불사르게 한 아이템을 만난 곳입니다. 모두가 그 유명한 스페인 전통요리 추로스를 먹기 위해 이동하는데 한 남자가 안보입니다. 박 선배였습니다. 한 노점에 진열돼있는 마그넷을 바라보는데, 그 눈빛이 몹시도 이글거렸습니다. 4개에 10유로. 박 선배는 결심했다는 듯 노점상에게 말을 겁니다. “, 텐 유로? 노노... 파이브, 텐 유로 오케이?” 스페인 노점상이 어이없다는 듯 한국에서 온 남자를 바라봅니다.

      그런데 이 남자, 기어코 5개의 마그넷을 손에 쥐고 의기양양하게 걸어옵니다. 이게 시작이었습니다. 박 선배는 이동하는 도시마다 마그넷을 쓸어 담으며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세관에 보따리상으로 걸린다, 마그넷 때문에 비행기 못뜬다, 그거 다 붙이려면 냉장고 큰 거로 바꿔야한다 등. 주변의 온갖 염려 섞인 만류에도 마그넷은 점점 불어났습니다. 그렇게 모은 게 44(추정).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 마그넷이 가득 든 봉지를 보며 나직한 소리로 입속말을 합니다. 󰡐더 살 걸!󰡑


    • 2017 한국편집상 해외시찰 후기

      스페인은 쇼크다. 사발면과 마그넷 때문에


      전자신문 박은석 차장

      #쇼크1. 20여년 만에 빨간 국물 ‘원샷’

      아시아를 벗어난 적이 없었는데...TV 여행프로에서나 볼 수 있었던 유럽을 다 가보다니 꿈만 같다. 애기 둘 등쌀에 허리가 휜 와이프와 지면 개선으로 고생할 편집부원들을 과감하게 등지고 가다니, 한편으론 미안했다. 그래도 짐은 꾸려야지.^^*

      스페인 날씨가 초겨울이라고?...몸속 내장지방이 쌓였는데도 추위는 남들보다 배로 느끼는 터라 내복 등을 바리바리 실을 수밖에. 큰 캐리어가 옷가지로 빵빵해졌다. 모스크바 눈보라를 헤치며 칠흑 같은 새벽에 바르셀로나 숙소에 도착했다. 3시간 눈 붙였나. 몸이 으슬으슬 추웠다. 잠이 깬 룸메이트도 덜덜 떨었다. 가이드한테 물어보니 스페인 집이 원래 춥다나. 따뜻한 아랫목이 그리웠지만 현지 문화를 적응하겠다는 마음으로 꿋꿋이 버티기로 했다.

      이튿날은 작심하고 술을 먹고 뻗기로 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눈을 떠보니 새벽 5시. 얼어 죽을 것 같다. 입김이 나오는 듯 욕이 나왔나...냉기가 온 몸을 휘감았다. 아! 외투를 입고 잘 걸. 술기운에 이불을 다 걷어찼다. 룸메이트도 덩달아 깼다. 그 때 우리를 구원해준 건 한국서 공수해 온 사발면이었다. 천금과도 바꿀 수 없는 ‘농* 김치 사발면’을 단숨에 흡입했다. 얼어붙은 속이 이내 녹아내렸다. 군대 제대 이후 20여년 만에 빨간 국물까지 싹 다 비웠다. 수십년 지켜온 ‘철칙’을 깨서 쇼크였다. 그 다음 날도 먹고 그 다음 날도 먹은 듯하다. 우리 방 히터가 문제였던 것 같다. 다른 숙소로 이동한 후에는 찜질방처럼 후끈했다.

       


      #쇼크2. ‘빠에야’는 먹기만 하고 못샀다

      바르셀로나에 있는 가우디 걸작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은 누군가 논하리라 보고 생략한다. 역사책에서나 봤던 이슬람 ‘알함브라 궁전’과 철통보안을 자랑하는 프라다인지 프라도인지 하는 미술관도...

      첫 날 투어를 시작하자마자 가이드에게 카탈루냐 음악당은 안 가냐고 물었다. 안 간다는 말을 듣고 아쉬움을 토로하자 음악에 조예가 깊다고 생각했나 보다. 냉장고에 붙이는 그 놈의 ‘마그넷’ 때문인데 ㅋㅋ. 음악당 앞에선 1유로에 3~4개 판다는 얘기에 그만.

      베스트 프렌드의 부탁을 받고 도시를 옮길 때마다 사명감처럼 찾아다녔다. 개업선물 겸 주려고 사들이기 시작했는데...이리 보고 저리 봐도 참 예쁘지 아니한가. 자석처럼 끌리는 묘한 매력이 있다. 해외 좀 다닌다 하는 사람은 기념으로다가 하나씩 수집하나 보다. 마그넷이란 품위 있고 빠다 냄새 나는 용어도 처음 알았다. 어쩜 이리 앙증맞고 소재나 모양이 다양한지,

      도시마다 파는 것도 다르고 한 번 지나치면 두 번 다시 살 수 없다. 그 귀한 걸 본의 아니게 아낌없이(?) 동료에게 되팔았다. 예전 홋카이도 간사 세미나 갔을 때 ‘코로로젤리’를 판 것처럼.

      그러던 마지막 날, 마드리드 투어를 마치고 버스에 올라탔을 때 두 번째 쇼크가 왔다. 스페인 볶음밥 ‘빠에야’를 기가 막히게 재현한 마그넷을 버스에서 자랑한 사람이 있었으니...정 대리님 지금이라도 파시죠. 타일형 마그넷 10개랑 바꿉시다.

        

    • 2017 한국편집상 해외시찰 후기

      파밀리아 성당, 톨레도… 꿈에도 그리던 감동이


      국민일보 서정학 차장 

      한국편집상이라는 큰 상을 탄 게 아직도 얼떨떨하다. 더구나 해외시찰지가 평소 그리던 스페인이다. 두 번의 행운을 한꺼번에 받으니 그야말로 꿈만 같다. 평소 해외여행은 못가도 TV 여행프로그램 만큼은 열심히 보며 가슴에 두었던 곳. 가우디의 건축을 경이롭게 여기며 언젠가 가보겠다던 희망이 실현되다니. 화면 속 빠에야를 보며 군침 흘리던 기억과 작별할 시간이 다가왔다.

      부푼 희망을 안고 출발 전까지 스페인을 열공하리라 다짐했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여행책자를 책상 가장 좋은 자리에 모셔 두었다. 연속되는 야근과 예상치 못한 일들이 첫 장을 넘기지 못하게 만들었다. 결국 비행기에 오른 뒤에야 첫 장을 열었다. 스페인으로 가고 있다는 실감나지 않는 현실에 사진과 글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밤잠을 뒤척이듯 비몽사몽간에 장시간의 비행은 어느덧 끝나고 바르셀로나의 풍경이 다가왔다.

      스페인엔 소매치기가 많아요” “가방은 반드시 앞으로 매시고 캐리어는 항상 손 안에 두세요” “여권 잃어버리면 골치 아픕니다

      현지 가이드에게 귀가 아프게 들은 주의사항이다. 걱정이 밀려왔지만 가우디의 스페인을 만 난다는 설레임은 커져 갔다.

      첫 날 버스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으로 향했다. 외벽에 조각된 예수님과 주변 인물들의 스토리가 성경을 풀어 놓은 듯 했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온 따스한 빛과 나무 모양의 기둥들이 숲속을 거닐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했다.

      이어 인도와 차도를 합쳐 폭이 100m는 돼 보이는 바르셀로나 도심에 도착했다. 그리고 화보 속에서 수없이 봤던 낯익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모퉁이에 손으로 그린 것 같은 곡선의 주택 카사밀라’. 멋지다는 생각보다 어떻게 이어 붙였을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대가의 작품은 이색적인 것을 훨씬 넘어 아름다운 파격이었다.

      가우디 건축의 감격은 오리엔테이션에 불과했다.

      넷째날 마드리드가 수도로 정해지기 전 오랫동안 수도였던 고도(古都) 톨레도에서 큰 감동이 기다리고 있었다. 좁고 아기자기한 오르막 골목길을 지나 산토 토메 교회에 들어섰다. 입구 한쪽 벽에 그려진 3대 성화(聖畵) 중 하나인 오르가즈 백작의 매장’. 엘 그레코의 대표작이라는 가이드의 설명을 듣기 전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책으로 봤던 명화들이 박제된 느낌이었다면 실제로 대면한 작품은 확실히 뭔가 달랐다. 가이드의 해박한 설명이 더해지니 희미한 감동이 더욱 진해졌다. 살아서 많은 선행을 했다는 오르가즈 백작이 땅에 닿을 듯 두 성인의 품에 안겨 있다. 이 작품이 그려진 벽 앞 바로 아래 실제로 백작이 안치돼 있다. 작품 안팎으로 스토리텔링이 이어지게 만든 배치가 절묘하다.

      사랑하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가우디의 건축을 흠모한 시간만큼 감동이 전해졌다. 예상치 못한 명화와의 만남도 그랬다. 경계를 풀고 마음을 여는 순간 가까워지는 신비한 체험이었다.

      무엇보다 낯선 선후배들과의 만남이 갈수록 진한 동료애를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유쾌한 동지들과의 즐거운 여행. 되돌아온 일상에서 새롭게 출발할 새 힘이 솟는다. 이젠 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주위를 돌아보며 갈 수 있을 듯하다.


    • 2017 한국편집상 해외시찰 후기

      “남편아, 보여?” 혼자 보기 아까워 영상통화


      머니투데이 최윤희 차장
        여행에 앞서 걱정이 컸다. 열몇시간의 장시간 비행은 처음인데다 낯가리는 성격, ‘체’만 있고 ‘력’은 없는 몸이 문제였다. 민폐는 되지 말자가 여행의 목표. 하지만 다짐이 무색하게 러시아 공항에서 경유 비행기를 기다리던 중 방전돼버렸고 기상 악화로 스페인행 비행기에 3시간 갇혀있던 동안 세상모르고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인천공항에 집합한 지 24시간 만에 바르셀로나에 도착, 여자 기자는 혼자라 독방을 쓰는 호사를 누렸다. 여행의 첫 목적지는 FC바르셀로나 홈구장이었다. 경기가 있는 날이라 내부 구경은 못한 채 다들 메시 사진 앞에서 인증샷만 찍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찾아간 곳은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TV에서 보고 언젠가 꼭 가보리라 생각했던 그 곳이 건물 사이로 보이자 가슴이 뛰었다. 혼자보기 아까워 남편과 영상통화로 성당 이곳저곳을 보여줬다. 제대로 약올린 셈이다.
        이어진 자유시간에선 가죽자켓, 화장품, 초콜렛 등 다들 부탁받은 쇼핑 미션을 수행하는데 집중했다. 그리고 탄생한 ‘마그넷박’. 어느 기념품 가게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는 박모 선배 덕분에 여행이 더 재밌어졌다. 그라나다로 넘어가 세비야, 꼬르도바, 세고비아, 톨레도, 마드리드까지. 매일매일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며 오래된 유적들을 보며 감동했고, 관람을 마친 후엔 모두가 마그넷박의 쇼핑을 응원했다. (부디 받은 사람도 기뻐했길;)
        일상으로 돌아온 지 열흘. 6박8일 간의 스페인 여행은 꿈처럼 지나갔다. 상을 받은 것부터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직접 보고 ‘신데렐라 성’ 뒤로 떠오르는 열기구를 보며 조식을 먹었던, 머릿속에 그림처럼 남은 그 순간들. 집행부의 배려 덕에 여유롭게 스페인을 즐기면서 올해 찍은 것보다 더 많은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사진 찍히는데 서툴어 고생하신 신인섭 부회장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만든 좋은 기억. 언젠가, 다시 한번 좋은 꿈을 꿀 수 있길 바란다.

    • 2017 한국편집상 해외시찰 후기

      애완견이 죽으면 주인이 휴가 쓰는 나라


      중앙일보 이진수 차장

      #나이든 분에게 이런 표현을 쓰긴 죄송스럽지만...가이드는 푼수였다. 혼자 말하고 혼자 깔깔댔다. 쉴 틈 없이 입에서 나오는 얘기엔 힘이 있었다. 삶을 사랑하기에 가능한 그런 목소리였다. 대학 졸업 후 무작정 프랑스로 유학 가려다 우연히 들렀다고 한다. 그녀의 스페인 삶은 그렇게 30년 가까이 흘렀다. "여기가 젊을 때 밤새 클럽에서 놀다가 아침에 배고프면 먹던 곳이예요"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길을 가다가 느닷없이 말한다. 가우디가 설계해 아직도 공사중인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에선 아무도 몰랐던 조각과 숫자에 담긴 비밀을 술술 얘기한다. 하몬(한국에선 과거 '하몽하몽' 영화 때문에 하몽으로 잘못 오역됨)과 와인의 궁합을 말할 땐 본인의 추억을 풀어놓는다. 그녀가 스페인이고 스페인이 그녀인 것처럼...


      #처음 이틀을 묵은 바로셀로나 외곽. 우리로 치면 일산-분당 같은 신도시 주택가였다. "여기선 집을 화려하게 꾸미지 않아요"...이유를 묻자 "그럼 다른 사람도 꾸미고 싶잖아요. 서울은 어딜 가든 욕망을 부추기지만 여긴 안 그래요"..."값도 비싼 편은 아니예요 평당 700만원 정도?"...초등학생도 "너희 집 몇평이냐"고 묻는 한국 풍경이 떠올랐다.


      #마지막 날, 산미겔 시장에서 3시간 넘게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폭풍 쇼핑의 시간. 가이드와 함께 늦은 점심을 했다. 주문한 음식이 40분 넘게 나오지 않자 "오늘은 좀 늦네" 이게 그녀의 유일한 짜증이었다. "여기선 손님이 왕이예요. 그럼 왕도 왕답게 굴어야지" 우린 1시간을 깔깔 대며 스테이크와 파스타를 먹었다.
      #낮잠의 나라, 애완견이 죽으면 주인이 휴가를 쓰는 나라, 어딜 가든 올리브 나무가 있는 나라, 석유 빼곤 다 생산되는 나라...우리처럼 죽기살기식으로 안 살아도 그들의 삶은 여유로웠다. "오늘 친구 생일인데 못 가겠네"라며 웃다가 "오늘 못 만나면 다음에 보면 돼요"라는 그녀의 말에 스페인을 보았다.



    • 2017 한국편집상 해외시찰 후기

      그곳에선 매일 밤이 마지막 밤이었다


      동아일보 박재덕 차장

      마지막 밤을 위하여.
      우리의 건배사는 매일 같았다. 바르셀로나를 시작으로 그라나다 세비아 톨레도 세고비아 마드리드까지. 스페인 여행에서 하루 한 도시를 훑어가는 우리 여정의 밤은 늘 마지막이었다.
      내일이면 일상으로 돌아가는 날. 아침에 눈 뜨자마자 평소에는 그렇게도 안 챙겨먹던 아침밥을 먹고나면 우린 한국행 비행기를 탄다. 그래서였을까. 여느 때처럼 피곤이 몰려왔지만 마드리드의 밤은 조금 특별했다. 그날의 단톡방.

      >다들 연락이 없으셔서 우리끼리 한잔합니다 ㅜ
      >갈까?
      >술이 아쉽게도 한병 밖에 없네용 ㅜ
      >227호에 8병 있음. 아 6병.
      >ㅎㅎㅎㅎ 갈까요 ? 박기자는 아무래도 12시 넘어야 ;;
      >우리방에도 작은것 5병 있어요ㅠ
      >여성동지들 방에 쳐들아가도 되나 몰라.
      >방 호수를 정해주시면 !
      >226호입니다. 그대신 안주가 없어용~~ㅜ
      >저도 껴줍니까.
      >안주 지참하면 끼워주지 않을까? ㅎ
      >안주없고 입만 있어요 ㅠㅠ
      >안타깝네. 난 오징어 남은거 있다는
      >먹을수 있는거라곤 (선물용으로 산) 발사믹하고 립밤뿐.
      >대단해~~
      >입만 갖고 갈게요.. 오징어 적선 좀 해주세요.

      그렇게 오지않는 잠을 억지로 밀어내며 다시 모였다. 소주컵(?)이 돌아가고 각 방에서 공출되어온 술과 안주가 한 상 차려졌다. 아침 식당에서 들고온 사과 한개도 과일안주라는 거창한 이름표를 달고 한자리를 차지했다.
      추악보다 맛난 안주가 있으랴. 일주일간의 기억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바르셀로나 가우디 건축물과 해변식당 빠에야, 탄성의 연속이었던 알함브라궁전, 누구든 그 태양 아래 서면 송송커플이 될것만 같은 스페인광장, 마그넷박 쇼핑의 전설과 레알 마드리드 경기장을 열정 하나로 찾아간 열혈 멤버 이야기까지…
      그 순간 함성소리만 듣고 와도 다행일거라던 레알 마드리드 축구경기장 직관 인증샷이 단톡방에 뙇.
      대~~박 소리를 지를새도 없이 인증샷의 주인공이 문을 열고 뙇.
      흥분지수가 올라가고 시간을 잊을 무렵 누군가 분위기를 정리했다.
      “이거 술 더 사와야하지 않을까?”



    • 2017 데스크 세미나 머니투데이 조남각 부장 후기

      승리의 여신 니케의 진짜 아우라



      1. 에펠탑
      어떤 것은 멀리서 봐야 그 모습을 알 수 있다. 그 안에서는 온전한 모습을 보지 못하기에 한 발 떨어져야 비로소 볼 수 있는 것처럼. 에펠탑처럼 큰 구조물은 전체를 조망할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이요궁이나 세느강 유람선에서 에펠탑을 본다. 멀리서 더 잘 보인다면 에펠탑에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방 검사까지 하고 올라간 에펠탑에선 파리의 전경이 한눈이 펼쳐진다. 대부분 관광객처럼 에펠탑을 뱅글뱅글 돌며 파리 전경을 구경하다 문득 동그라미가 양각처럼 새겨지고 군데군데 칠이 일어난 철골 표면이 눈에 들어왔다. 멀리서는 선으로 보이는 에펠탑의 어떤 ‘면’. 다른 면들도 눈에 들어왔다.
      빨간 엘리베이터에 붙은 낭만과는 거리가 먼 소매치기 주의 안내문, 빠져 나가기도 힘들게 쇠막대기로 만든 회전식 출구. 에펠탑의 위용 뒤에는 테러 공포·좀도둑·불안 같은 것들이 공존하고 있었다. 막연한 겉모습과는 다른 속. 어떤 대상을 안다는 것은 안에서 밖에서, 또 가까이서 멀리서 바라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2. 세로 풍경
      파리와 벨기에 신호등은 세로다. 시야를 덜 가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파리의 신호등은 크지도 높지도 않다. 신호등 주변에 걸리는 것도 없고 시선도 쉽게 닿는다. 파리는 건물 고도를 제한하고 전선을 지중화해서 전봇대나 주렁주렁 전선도 없다. 거리의 모든 요소들이 튀지 않고 각자 조화롭게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서울로 돌아와 보니 사방에 늘어진 전선과 높게 걸린 가로 신호등, 그리고 거기에 뒤섞인 가로수, 모든 것들이 제 존재를 주장하고 있는 것 같다. 제목과 사진과 일러스트가 지닌 각각의 의미에 힘을 주다보니 결국 어떤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아 식상해진 지면 같다는 생각이 든다.





      3. 길
      파리의 몽마르뜨, 벨기에 브뤼헤와 브뤼셀 도로에는 돌이 깔려 있다. 아스팔트 아니면 붉거나 회색 벽돌이 아니라 모양·색이 조금씩 다른 돌들이 길을 만들고 사람을 이끈다. 특히 브뤼헤의 길은 예쁜 건물들 사이로 길이 흐르는 것 같다. 살풍경한 아스팔트가 건물 사이를 뚝 끊어내는 한국의 도심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물이 흐르듯 길을 따라가다 보면 사람도 만나고 세상도 만나게 될 것 같은 기분 좋은 길이었다.




       
      4. 루브르
      루브르에는 모나리자가 있고 밀로의 비너스도 있다. 사람들은 그래서 간다. 벤야민이 말한 것 처럼 그곳에만 있는, ‘진짜’의 아우라를 찾아서. 루브르는 아우라를 풍기는 수많은 걸작들과 그것을 찾아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복제품이 넘치고 첨단 미디어로 어디서나 작품을 볼 수 있는데도 사람들은 산 넘고 물 건너 루브르로 모여든다. 우뚝 선 승리의 여신 니케 조각상 아래,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그들을 여기까지 오게 만든 아우라를 생각해 봤다. ‘사람들이 찾는 뉴스, 팔리는 신문’의 힌트가 거기 있지 않을까. 쉽게 복제되고 그만큼 쉽게 버려지는 뉴스의 시대에 오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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