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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미나·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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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투 같은 민감한 일러스트 다룰 땐 내가 당사자가 돼 본다”


      1. 혹시 ‘픽토라인’이라고 들어보신 분?
      먼저 해외 사례를 하나를 소개하겠다. 혹시 픽토라인이라고 들어본 사람이 있는지? 멕시코의 신생 미디어이다. 픽토라인은 모든 기사와 데이터들을 일러스트레이션(이하 일러스트)으로 담아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재미난 정보 아니면 오늘의 뉴스를 담아서 일러스트로 표현하고 있는데 사진이 충분히 많을 때도 일러스트만을 고집한다. 예를 들면 노벨 의학상 같은 뉴스를 다룰 때 수상자 사진이 있어도 일러스트로 표현한다. 또 몸에 타투를 새길 때 어느 부위에 통증이 발생하는지 색깔 별로 나눠서 그린 일러스트 작품은 가장 인기 있는 메뉴 중 하나이다. 이 픽토라인 페이스북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이 무려 300만명이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3개 미디어의 ‘좋아요’를 모두 합친 것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불과 몇 년 되지 않은 미디어가 이렇게 많은 좋아요를 받은 이유는 SNS를 통해 유통시켜 젊은 사람들이 뉴스를 소비하고 받아들이는 생태를 잘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뉴미디어도 일러스트를 잘 활용하고 있지만, 뉴욕타임스(NYT)나 워싱턴포스트 등 올드 미디어에서도 일러스트레이터들은 아직도 사랑받고 있는 존재들이다. 얼마 전에 조선일보 문화면에 NYT가 사랑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이동윤씨가 소개됐다. 미국 뉴욕에 거주하면서 다양한 미디어에 일러스트를 기고하고 있다. 그는 에디토리얼 일러스트에 대해 그는 “단순히 기사를 요약하는 게 아니라 사회 이슈와 흐름을 판단해 글의 뉘앙스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편집기자가 제목 다는 것과 비슷하다. 기사를 요약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후의 사건들 그리고 전반적인 뉘앙스, 사회 분위기를 숙지하고 있어야만 독자들 가슴을 울릴 수 있는 제목을 뽑을 수 있는 것처럼 일러스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동윤씨는 뉴스나 신문을 많이 읽고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지를 훈련하는 연습을 많이 했다고 한다.


      2. 뉴스메이커 트럼프와 김정은
      이제부터 키워드별로 일러스트를 소개하겠다. 뉴스메이커 트럼프, 김정은 그리고 여전히 화제가 되고 있는 미투 등 최근 조선일보에 게재된 지면을 들여다보겠다.
      작년에 10대 뉴스 지면은 트럼프와 김정은이 메인을 장식했다. 그 때나 지금이나 김정은의 손엔 강력한 무기 핵이 항상 쥐여져 있다. 이슈메이커 트럼프는 워낙 많이 등장해서 그림스타일을 계속 바꿔야 해서 굉장히 힘들다. 외교 현장에서는 국가 지도자들의 표정은 대부분 속내를 감추고 있다. 숨긴 속내를 드러내 표현하는 것, 직접 드러내지는 않아도 간접적으로 표정과 행동과 제스처를 통해서 뉘앙스를 풍기는 것이 일러스트의 큰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평창올림픽 무대를 배경으로 해서 각국 지도자들의 입장 차이를 그린 일러스트. 물론 사진으로 표현할 수 있지만 편집자가 원하는 제스처나 분위기를 담은 사진을 찾는 것 자체가 어렵고 재미가 떨어진다. 이런 일러스트를 작업할 때 가장 흔한 방법은 서로 멘트를 주고받는 식이다.
      트럼프는 그때그때 표정이 사악하거나, 유머러스하고 과격하게 세계경제를 다 쓸어버릴 것 같은 동작을 취하기도 한다. 지나칠 정도로 희화화시키기도 하고 과감하게 표현하기도 하는데 외국 언론사에 비하면 아주 약과인 것 같다. 우리나라 미디어들은 현직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의 캐리커처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외국 일러스트와 우리나라의 큰 차이점은 희화화의 정도에 있다. 외국의 캐리커처는 특징을 명확하게 뽑아서 과장하고 부각시켜서 전달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지나치지 않게 최대한 얼굴 모양을 비슷하게 그려서 표현한다.
      우리 팀의 김성규 기자는 김정은 캐리커처, 일러스트를 많이 담당하고 있는데 그릴 때마다 바이라인 넣기를 많이 꺼려한다.(웃음) 표정이나 액션을 그렇게 과감하게 묘사하지 않기 때문에 데스크나 편집국 회의를 거쳐 다시 그리는 경우는 많이 없지만, 그리는 것 자체만으로도 살 떨린다고 한다.


      3. 일러스트레이터는 팩트를 녹인다
      유명인들 중에는 사진이나 자료가 풍부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그렇다. 장하성 실장이 대통령과 참여연대 중간에 낀 종합면의 일러스트. 어느 쪽 손을 들기도 애매한 장 실장의 입장을 잘 묘사했던 것 같다. 이런 경우에는 대부분 청와대, 참여연대 양측 입장을 텍스트로 정리해서 그림에 녹여내는 게 일반적인데 이 때는 이런 것들을 제목으로 커버하고 그림으로만 갔던 사례다. 우리 팀은 대부분 일러스트만 갖고 접근하지는 않고 핵심 데이터나 핵심 멘트를 같이 담아서 전달하려고 한다. 그런 경우 일러스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콘텐츠가 될 수 있다.
      미투(Me too)는 일러스트로 표현할 때 난처한 경우가 많다. 과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보여줄 것인지 그리고 어떤 뉘앙스로 이 사건을 다룰 것인지. 나에게는 기준이 딱 하나 있다. 데스크를 보는 기준이기도 한데 내가 당사자가 돼 보는 것이다. 내가 그렇게 당했을 때, 내가 주인공으로서 이 그림에 등장한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다시 한 번 성추행을 당하는 것은 아닌지? 그 때 상황을 되새기게 만들어 괴롭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가급적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은 피하고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그러다 보면 사건의 참혹함을 담기엔 부족한 측면도 있다. 신문에서 독자한테 다가가는 일러스트는 징그럽거나 그로테스크한 이미지가 아니라 전반적인 분위기를 전달하는 정도로 접근하고 있다.
      가상화폐 몰락도 마찬가지다. 투자자가 추락하거나 불나방처럼 불타 없어지는 방식으로 쉽게 그릴 수 있다. 하지만 내가 투자자라면? 내가 투자를 해서 실패했지만 불 타버리는 불나방 처지가 된다면 상당히 기분이 나쁠 것 같다.


      4. 일러스트는 지면을 밝힌다
      웹툰 도둑이야~! 이 지면은 실제 웹툰을 페이스북에 연재하고 있는 김성규 기자의 실력을 십분 활용했다. 일러스트를 진행할 때는 편집자들과 회의를 통해서 전체적인 분위기와 제목, 비주얼 콘셉트 등을 상의한다. 그 과정에서 편집자들이 일러스트레이터를 다루는(?) 방법 중에 중요한 것은 지면의 전반적 뉘앙스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전달하는 것. 가장 핵심은 제목을 알려주는 것이다. 나는 팀원들에게 편집자한테 물어보기 전에 기사를 미리 읽고 제목을 먼저 생각해 보라고 주문을 많이 한다. 그러고 나면 편집자들과 얘기를 하는 과정에서 훨씬 더 좋은 아이디어가 오고 갈 수 있다. 일러스트레이터의 시각에서 기사를 바라보고, 거기에서 비주얼 키워드를 뽑아내는 능력이 편집 과정에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일반적으로 디자이너들은 그런 뉴스나 정보를 다루는 경험이 많지 않다. 편집기자들이 제목의 방향을 잡아 나가고 제목을 뽑는 노하우를 공유하고, 기사를 읽고 거기서 어떤 기저 콘셉트를 잡을 것인지를 일러스트레이터한테 잘 전달해 주는 게 지면을 밝게 하는 지름길이다.
      오비추어리(부음 기사) 지면도 그림으로 나오기도 한다. 존 매케인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처럼 아무 액션 없이 얼굴만 그릴 수도 있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처럼 그가 평소에 좋아했던 숲과 새를 담아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렇게 했던 것은 이미 전날 관련 사진들이 충분히 많이 지면에 나가서 다음날 비슷한 사진을 쓰기가 어렵고, 또한 사진으로써는 새로운 분위기 전달이 어렵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게 된다.
      그리고 동물원에서 탈출한 퓨마의 죽음이 화제가 됐었다. 당시 사회면에서 퓨마의 죽음을 살아있는 퓨마의 일러스트로 표현했었다. 처음에는 죽은 퓨마의 사진을 쓰려고 했지만, 죽은 동물의 사진을 지면에 크게 앉히기에는 징그러운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역으로 살아있는 퓨마의 사진을 쓰든지, 아니면 살아있는 퓨마를 일러스트로 다뤄보자고 방향을 잡았다. 퓨마의 표정에 집중해서 그렸던 기억이 난다.
      이승엽 같은 경우에는 여러 사진이 있는데, 포즈나 표정들이 거의 비슷하다. 그래서 색다른 느낌을 주기 위해 일러스트로 표현한다. 류현진이나 손흥민도 마찬가지다. 류현진의 투구 폼 중에 가장 멋진 포즈가 있는데, 똑같은 사진을 계속해서 쓰게 되면 지루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일러스트로 다루게 된다. 이런 일러스트는 오프라인 상에선 정보들이 곁들어 있어야 완성도가 높아진다.
      신문사에는 여러 직원들이 같이 일을 하는데 저희 같은 경우에도 편집부 안에 편집팀이 있고 디자인팀이 있다. 그리고 편집과 일러스트, 편집과 디자인이 어떻게 잘 융합해서 시너지 효과를 내느냐에 따라서 신문의 밝기 정도가 달라진다. 편집자를 밝게 해주는 것이 취재기자가 될 수 있지만,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충분히 그런 역할을 할 수가 있다. 편집자 본인을 밝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후배를 밝게 하기 위해서, 일러스트레이터들과 디자이너들을 좀 더 존중하는 문화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정인성 조선일보 디자인편집팀장

       
    • “보고 만지고 느끼고… VR은 직접경험 전달할 꿈의 미디어”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란 말이 등장한지는 100년도 더 됐다. 프랑스 연극연출가 안토넹 아르토가 ‘극장을 가짜 현실을 보여주는 창’의 개념으로서 VR 단어를 처음 사용했다. 지금은 일반적으로 머리에 뒤집어쓰는 헤드셋 형태를 지칭한다. VR은 간단히 말해 ‘현실을 볼 수 없도록 시야를 완전히 차단하고 컴퓨터로 만들어낸 가짜 현실을 눈에 비추는 것’을 말한다.


      차멀미와 다른 VR멀미
      VR이 등장했을 때 모두가 꿈꿨던 게임은 하늘을 날아다니며 전투하는 등 환상적이고 신나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했다간 바로 ‘VR멀미’로 구토를 하게 된다.
      VR은 몇 가지 면에서 기존 미디어와는 다른 부분들이 있다. 먼저 VR멀미라는 큰 허들이 있다. VR멀미는 감각의 불일치로 인해 일어난다. 차멀미의 경우 내 눈은 내가 차에 타고 있어서 시각적으론 ‘내가 제자리에 있다’라는 정보를 주지만 내 귀는 ‘내가 이동하고 있다’는 정보를 전달한다. 내 귀가 뇌에 전달하는 정보와 내 눈이 전달하는 정보가 달라 감각의 통합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 불일치로 인해 구토가 일어난다.
      이것은 차멀미의 프로세스다. VR멀미는 정확히 반대로 작용해 일어난다. VR의 시각적 자극은 내가 완벽하게 속을 정도로 ‘내가 이동하고 있다’라는 정보를 준다. 눈이 주는 자극은 ‘이동’이고 귀가 주는 자극은‘제자리’이다. VR 멀미는 우리가 태어나서 경험해보지 못했던 형태의 멀미다. 멀미 해결법은 단순하다. 두 가지 감각을 일치 시켜주면 된다. 최근에는 위치 추적을 해주는 헤드셋들이 일반화 되고 있다. 내 몸이 이동하는 것과 화면의 자극이 일치하면 크게 멀미를 느끼지 않게 된다. 점점 나아지고 있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다.
      VR 콘텐츠를 만드는 데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카메라를 이용해서 찍어내는 방법 이 있고 다른 하나는 게임을 만드는 것과 똑같이 게임엔진을 이용해서 만드는 방법이 있다. 게임엔진은 예전엔 구매 비용이 2억~3억에 달했다. 하지만 몇 년전 유니티라는 회사가 무료로 쓸 수 있게 했다. 언리얼 게임엔진도 최근 무료로 사용이 가능해졌다. 현재 VR 콘텐츠의 99%는 이 두 엔진으로 만든다.


      VR콘텐츠에 맞는 문법이 아직 없다
      영화 ‘전함 포텐킨’의 오데사의 계단은 영화사에 있어서 유명한 장면이다. 몽타주와 시퀀스 기법 등  현대 영화의 기초를 쌓은 장면으로 평가 받는다. 이미지를 어떤 식으로 배치시키고 편집하느냐에 따라 감독의 의도대로 관객에 감정을 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100년 가까이 여러 가지 편집 이론들이 발전하면서 영화 문법이 만들어졌다.
      편집기자도 글과 사진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서 콘텐츠가 얼마나 다르게 전달되는지 잘 알 것이다. 영상 역시 편집에 따라 뉘앙스가 180도 다른 게 전달할 수 있는데 문제는 이게 VR 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VR은 카메라가 놓여 진 시점에 주변 공간과 사건을 기록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는 1인칭 시점으로 찍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영화라는 것은 둘이 대화하는 형태의 동영상을 편집하게 될 때 한쪽 사람을 찍고 다른 사람을 찍고 나를 찍고 해도  전체적인 감상이 흐트러지지 않지만 VR로 찍을 때는 내가 등장인물로서 나라는 걸 알기가 힘들다.
      초반에 이걸 테스트 해보기 위해 단편 영화를 만들었다. 이 단편영화는 남자주인공이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지 않는다. 카메라의 시점이 남자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이 단편 영화를 찍는데 굉장히 오래 걸린 건 시나리오를 쓰는 것이었다. 시나리오 작가들이 도대체 VR에서 콘텐츠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 시나리오를 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게 게임콘텐츠로 만들어 졌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게임 콘텐츠는 오랜 시간 플레이할 수 있고 이런 시점들에 대해서 납득할 수 있는 형태로 충분히 시간이 주어질 수 있지만 영상콘텐츠는 그게 힘들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VR 콘텐츠는 촬영 그 자체만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건 점점 의미가 없어져 가고 있다.
      결국 VR은 내 주변에 있는 공간 자체를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경험과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그래서 일반적인 UI나 UX도 4각형 화면에 놓여있는 콘텐츠를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에 배치하는 것들이 중요하다.


      쓰레기장이 숲속 오솔길 변신
      정언두 작가와 일본 아키타 ‘숲속 오솔길’ 프로젝트를 했었다.  30미터 정도 되는 복도를 걸어가면서 체험하는 VR 콘텐츠다. 복도 안을 바다에서 주어온 쓰레기로 가득채운 다음 그 속을 걸어가면 아름다운 숲속의 오솔길로 보이게 되는 VR 경험을 만들었다. 경험을 만들어내는 게 VR 콘텐츠의 중요한 점이다. 큰 쓰레기는 바위덩이로 보이게 했고 철봉은 나무로 보이게 했다. 천장에 비닐을 메달아 걸어갈 때 얼굴에 스치면 나비가 뺨을 스치고 지나가는 느낌을 받도록 했다. VR 콘텐츠는 공감각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을 하나씩 배치하면 전체적인 경험을 더욱더 잘 만들 수 있게 된다.
      대형 빌딩크기의 백제 금동대향로
      홍익대에 전시된 백제 금동대향로 VR 콘텐츠는 클라우드 VR 기술의 일종인 써클 VR기술을 활용해 만들었다. 3~4명이 같은 공간 안에 동시에 콘텐츠를 즐기더라도 간섭과 동선 충돌이 없게 했다. 백제금동대향로는 실제론  50cm 되는 크기다. VR로만 가능한 경험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대향로를 대형 빌딩 크기로 만들었다. 로봇태권브이의 격납고처럼 지하로 내려가면서 구석구석 보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 대항로를 그냥 보는 걸로 만들었을 때는 이런 경험을 전달할 수 없다. 체험자는 3~4미터 이동하지만 감각적으로는 건물 3~4층을 이동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직접경험을 전달하는 미디어
      지금까지 인류가 만든 미디어는 모두 4각형의 틀 안에 가두어져 있다. 책 만화책 스크린 이 그렇다. 그러나 VR은 우리 주변에 공간을 제공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등장했던 미디어와는 전혀 다르다. VR은 기본적으로 구멍이 많은 기술이다. 초기에는 손도 발도 느낄 수 없었고 고개를 까딱이는 것도 힘들었는데 점점 기술이 발전하면서 해결됐다. 위치 이동도 책상 정도에서 운동장 수준으로 넓혀졌다. VR 기술들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욕구의 부족을 느끼게 된다. 감각의 부족을 끊임없이 느끼게 하기 때문에 기술들이 더 발전될 요인이 많다.
      최종적으로는 우리가 VR이 주는 현실과 진짜 현실을 구별할 수 없는 단계까지 갈 것이다. 호접몽처럼 구글의 VR 플랫폼이 데이드림인 건 아마 우연의 일치가 아닐 것이다. 지금 VR기기가 우리들에게 주고 있는 가상현실의 정보량(해상도 등)은 굉장히 낮지만 이 부분은 10년 안에 현실에서 받고 있는 자극의 해상도를 어느 순간 넘어갈 것으로 본다. 그때가 되면 진짜현실에 살 것인지 가상현실에 살 것인지는 단지 선택의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외부의 자극을 손과 발과 몸 등 감각기관이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질적으로 뇌가 느끼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진짜현실과 가짜현실을 구별할 방법이 없다.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창작물은 다 가상현실의 한 형태고 그것들은 모두 간접경험을 전달하는 미디어다. 그런데 꿈이라는 미디어는 우리에게 직접경험을 전달하는 매체다. VR은 인류에게 직접경험을 가장 유사하게 전달할 수 있는 미디어다. 이 재미있는 물건을 인류가 과연 포기할 수 있을까. 우리는 앞으로 VR이 많은 변화를 일으킬 초입에 와 있다. 앞으로 인간의 형태, 인간의 삶의 형태를 변화시키는데 있어서 VR이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덕영 클릭트 대표

    • “유튜브만 보는 10대, 이 뉴스 소비자를 어떻게 잡을지 고민하라”


       

      오늘 제가 말할 내용은 기술발전에 따라 저널리즘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특히 저널리즘 미디어가 최근 블록체인과 맞물려 어떤 변화의 과정이 있는지에 대해서 얘기하겠다.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관에 가면 1층에 ‘기술의 발전은 책도 변화시켰다’라는 배너가 붙어있다. ‘책도 변화시켰다’는 건 다른 무엇도 변화시켰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데 다른 무엇이 뭔가.
      20세기 유명 사진작가 앙리 카르띠에 브레쏭은 “라이카 카메라는 내 눈의 연장”이라는 말을 했다. 미래학자이자 구글의 이사인 레이 커즈와일은 “스마트폰은 내 뇌의 연장”이라는 말도 했다. 이 얘기들은 즉 “모든 미디어들은 인간 감각기관의 연장”이라는 것이다. 미디어들은 인간의 감각기관에 영향을 미친다. 캐나다 문화비평가 마셜 매클루언은 저서 ‘미디어의 이해’에서 “미디어는 메시지”라고 정의했다. 미디어 자체가 메시지라는 말의 함의는 미디어에 의해 메시지가 전달되면 수용자의 인식과 사고를 변화시키는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이용한 사유방식과 매스미디어를 통한 사유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 신문매체에 종사하는 편집기자들은 이제까지 큰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에 따라 매스미디어의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 오늘 불편한 얘기가 있을 수 있다.
      과거에는 모든 사람이 버스나 지하철에서 신문을 봤다. 요즘은 다들 지하철에서 스마트폰만 보고 있다. 같은 듯 하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풍경이다. 미디어의 형태 변화에 따라 사람들이 변하고, 오늘날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커뮤니케이션은 신문‧TV를 통해 이뤄지는 것과 다르다.
      그래서 ‘포노 사피엔스’라는 말까지 나왔다. 포노 사피엔스는 스마트폰 없이 생활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세대를 일컫는다. 현대인들에게 가장 무서운 공포가 뭔가? 바로 배터리 방전이다. 스마트폰 없이 정보와 사람 사이의 연결이 단절된다는 공포가 가장 무섭다는 것이다.


      매스미디어 안 통하는 신인류 ‘포노 사피엔스’

      포노 사피엔스는 매스미디어 시대에 살던 사람들과는 아예 다른 신인류다. 두세살 때부터 스마트폰에 익숙한 세대, 스마트폰으로 애니메이션으로 보고, 게임을 하고, 스마트폰이라는 것이 완전 새로운 인종을 탄생시키고 있다. 그들의 사유방식과 콘텐츠 소비 방식도 매스미디어 시대 사람들과 완전히 다르다.
      농경사회→산업사회→지식사회→정보사회로 사회는 변해왔다. 정보화 사회는 이때까지 아날로그로 돼있던 모든 콘텐츠들을 디지털로 정보화하는 시대다. 그리고 모든 정보가 더 이상 아날로그로 머물지 않고 디지털로 생산되는 시대,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 되는 사회가 우리가 살고 있는 지식사회다. 이렇게 지식화 된 정보를 소비하는 미디어가 스마트폰이고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지식사회를 살아가는 인종이 ‘포노 사피엔스’인 것이다. 유모차에서 스마트폰으로 뽀로로를 보는 세대, 기존의 매스미디어가 과연 대응할 수 있을까?
      유튜브에 60초 동안 올라오는 비주얼의 양이 400시간 분량이다. 1시간이면 2만4000시간, 하루면 48만 시간 이상의 동영상이 유튜브에 매일 올라온다는 것이다. 유튜브 동영상 총량이 이제껏 TV가 생산한 모든 동영상을 합친 것보다 훨씬 많다. 그만큼 어마어마한 정보와 데이터들이 생산되고 있다. 이런 시대에 그 모든 정보와 데이터들을 소비하는 건 스마트폰이다. 그 폰을 통해서 모든 정보를 입수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포노 사피엔스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뉴스 저널리즘은 변해갈 수밖에 없다.
      최근 IBM 데이터를 보면 한사람이 평생 0.4TB의 임상 데이터를 생산하고 6TB의 유전체 데이터, 일생동안 1100TB의 라이프 스타일의 데이터를 생산한다고 한다. 1인당 1100TB, 70억 인구가 발생시키는 데이터량은 더 이상 산술적으로 추산이 불가능하다. 2020년까지 생산될 데이터량이 40ZB(제타 바이트), 이 정도면 전 세계 해변에 있는 모래알보다 57배가 많다고 한다. 즉  셀 수 없을 많은 정보가 생산되는 속에서 뉴스를 어떻게 생산하고 전달할 것인가, 전통 매스미디어의 틀 속에서 가능할 것인가. 바로 여러분들의 고민이다.
      여기 있는 기자들은 종이신문 보나. 신문 만드는 분들도 스마트폰만 보지 않나. 모바일 스마트폰을 통해서 콘텐츠가 소비‧생산되는 시대에 포노 사피엔스들, 소위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때와 장소 가리지 않고 짧고 쉽게 소비할 수 있는 것들을 선호한다. 20대가 선호하는 동영상 길이는 43초. 텍스트는 30줄. 그림·일러스트는 17장 정도다. 인포메이션과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형태의 인포테인먼트 콘텐츠를 대부분 소비한다.


      동영상 43초, 인포테인먼트 콘텐츠 선호
      그래서 유튜브를 주목해야 한다, 미국 크리에이터 1명의 구독자 수가 6700만명. 한국 인구보다 많다. 한국도 대도서관처럼 게임 중계하는 콘텐츠만 가지고 버는 돈이 월 억대라고 한다.
      지난 17일 유튜브 서버가 한 때 죽어서 난리난 적이 있었다. 10~40대까지 반응이 달랐다. 10대는 많이 본 뉴스 1~5위까지 다 유튜브 관련이다. 20대는 1위와 5위가 유튜브 관련. 30대 이상은 아예 관심없다. 초등학생서부터 대부분 10대는 애초에 검색의 시작이 유튜브라는 것이다. 이제 여러분들이 상대해야 할 뉴스 소비자는 바로 자라나는 이 세대다. 유튜브 밖에 안보는 친구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매스미디어들의 현재를 상징하는 사건이 있었다. 뉴스위크 2012년 12월 폐간.
      종이신문을 더 이상 안 본다. NYT 혁신보고서가 바이블처럼 거의 모든 뉴스페이퍼 매체들이 엄청나게 많은 시도들을 하고 있지만 종이신문 이용시간은 계속해서 줄고 있다. 소셜미디어만 늘고 있다. 日暮途遠(해는 저무는데 갈 길은 멀다). 레거시 미디어가 처한 현실도 딱 이렇다. 날은 저물어서 갈 길 먼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 어떤 방향을 모색할 것인가.
      몇 년 전부터 뉴스페이퍼들은 변신을 고민하고 있다. 조선일보의 더 스토리라는 게 있다. 이건 유튜브에 만든 채널인데 전혀 조선일보스럽지 않다. 덕후들을 대상으로 콘텐츠를 만들었는데 인기가 있다. 헤럴드경제는 ‘인스파이어’라고 페이스북에 채널을 운영하는데 기존 텍스트 기반의 뉴스 전달매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미디어를 실현하고 있다. 한국일보도 ‘PRAN’이라는 동영상 기반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의 레거시 미디어들이 대거 소셜미디어에 채널을 개설해서 기존의 모습들과는 전혀 다른 콘텐츠를 생산해내고 있는데 그게 얼마만큼 효과나 성공적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뉴스를 잘 팔고 싶다면 사고 싶게 해야 한다. 듣고 싶게 하고 싶다면 듣고 싶은 사람이 돼라는 것이다. 소비하는 사람이 소비하는 패턴에 맞게끔, 선호하는 것에 맞게끔 적응하는 수밖엔 없다. 다른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포노 사피엔스를 대상으로 뉴스를 공급해야 한다면 그들이 원하는 포맷과 내용과 정보제공은 어떤 형식이어야 할까.


      자기부정하는 ‘파괴적 혁신’ 필요
      혁신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버드의 크리스텐센 교수의 정의에 따르면 혁신에는 파괴적 혁신과 존속적 혁신으로 나눌 수 있다. 결론은 존속적 혁신을 시도해서 성공사례는 없다. 파괴적 혁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부정 위에서 출발을 해야 한다. 기존의 미디어들이 뉴욕타임스를 비롯해 수많은 변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기존의 영역을 좀더 개선해서 다른 형태로 발전시켜 보고자 하는  노력들이 무의미하진 않지만, 성공확률은 지극히 낮다고 할 수 있다.
      기존의 모든 프레임을 해체하고 접근을 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파괴적 혁신을 해야 한다. 패러다임은 어떤 형태든지 그것을 깨는 새로운 충격들이 들어오고 기존 패러다임들을 대체하면서 새 패러다임이 등장하게 된다. 파괴적 혁신이 아니면 답이 없다는 게 혁신론의 결론이다.
      영화 내부자들의 한 장면. “태울 것들은 빨리 태워야 돼. 축축해지면 불도 안 붙는다”. 이미 매스미디어는 더 이상 사실은 오늘날 그 틀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나가기에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자기파괴를 통해서 다음 단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결국은 데이터 중심의 사고로 전환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콘텐츠가 아니라 데이터다. 데이터로 접근하는 순간 컴퓨터로 맘대로 조작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이제 그 출발점 위에서 사고를 해야 한다.
      한국 대부분의 뉴스페이퍼들은 광고 수입 기반이다. 광고료가 구독료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제 광고에 의존하는 비즈니스 모델들은 많은 변경이 필요하다. 기존 광고의존성이 높았던 데서 부가서비스나 저작권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요구된다.
      더불어 블록체인이 등장하면서 구독자와 콘텐츠 생산자가 직접 연결되는 구조로 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미디어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블래터(Blatter)라는 서비스는 블로거 중심의 큐레이션에서 블록체인 중심으로 옮기면서 콘텐츠 생산자들이 매개자 없이 콘텐츠를 판매하고 있다. 뉴스 에디터들이 필터링을 해서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독자들은 암호화폐를 통해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젠(Xenmedia) 서비스도 있는데 각종 미디어들을 엮어서 이걸 보면 코인을 지급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코인이 상장이 되면 독자들이 많이 소비할수록 수익이 나는 구조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해서 무조건 성공한다는 건 아니다. ‘CIVIL’이라는 미디어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ICO를 했다가 실패를 했다.
      미디어가 블록체인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옮겨왔을 때도 기존 미디어의 탐사부문 보도는 여전히 유효할 거다. 기존 매스미디어들이 장점으로 가지고 있는 고급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계속 있을 것이다. 한국의 유수한 언론매체들이 존재 이유가 완전히 없어지지 않겠지만 존재의 비중은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매스미디어가 해체되면서 개인들이 콘텐츠 생산의 핵심이 될 것이다. 콘텐츠 중심의 매스미디어에서 데이터 중심의 개별화된 미디어 체계로의 패러다임 전환, 그 속에서 입장을 정립하는 것이 남은 과제다.


      박춘원 위즈메타 CEO 겸 겸임교수

    • 2018 데스크 세미나 한국경제 전장석 부장

      사막이라는 지면에 기적의 제목을 올린 도시


      추웠다. 사막의 체온에 길들여진 몸뚱아리를 서울의 꽃샘추위가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공항에 내리자 담금질하는 쇠가 ‘피시식’ 하고 찬물에 식듯 몸에서 열사의 바람이 빠져나온다. 미열 속에 제2롯데월드가 환각처럼 다가왔다. 두바이의 초고층 빌딩으로 익숙해진 눈에는 그저 평범한 건물로만 보였다.
      낙타처럼 무거워진 짐을 끌고 일행은 이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려 한다. 막상 헤어지려니 데면데면했던 얼굴도 친근감이 든다. 4박6일의 노정을 함께 했기 때문이리라.
      다시 두바이에서의 첫날, 일행을 태운 대한항공 KE 951기는 사막 위를 걷듯 사뿐히 활주로에 내려앉았다. 직행한 호텔에서 룸메이트인 김종서 선배 (서울경제)가 마음씨 좋은 아저씨처럼 먼저 말을 걸어왔다. 사막의 미어캣이 귀를 쫑긋 세우듯 모두들 첫날밤을 예민한 촉수로 설쳤으리라.
      이튿날, 점심을 먹은 일행은 사막투어를 위해 4륜구동 짚차에 6명씩 올라탔다. 한 30여분 쯤 지났을까 온통 황토색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막이라는 도화지에 드문드문 풀의 낙서가 보였고 그 사이를 힘 좋은 도요타 행렬이 곡예하듯 달렸다. 인도 출신의 젊은 드라이버는 과격하게(?) 자신의 혈기를 과시했다. 얼핏 보기에 오프로드를 제멋대로 달리는 것 같지만 차들은 나름대로 정해진 루트가 있었다. 뉘엿뉘엿해지자 사막 한가운데서 흥겨운 무대가 펼쳐졌다. 금발의 무희도 입에서 불을 뿜는 사내도 베두인족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지만 캔맥주를 부딪치는 이방인들에게 사막의 밤은 대단한 호기심과 흥미 그 자체였다.
      사흘째 되던 날, 일행은 모노레일을 타고 곧장 인공섬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고급저택과 상가들이 야자나무 가지에 해당하는 양쪽으로 수려하게 펼쳐져 있었다. 말로만 듣던 7성급의 버즈 알 아랍 호텔이 싱그러운 페르시아만의 파도와 어울려 그림같은 모습을 연출했다. 선탠을 하고 있는 비키니 차림을 힐끗힐끗 쳐다보며 일행의 셔터소리가 따가운 해변을 뛰어다녔다.
      일정 나흘째, 아부다비로 향했다. 한 시간 반 만에 도달한 그랜드 모스크 사원의 지붕이 히말라야의 설산처럼 눈부셨다. 검은 니캅과 히잡을 쓴 여인들이 모스크의 하얀 기둥과 묘한 흑백의 대비를 이뤘고 어디선가 관광객들은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일행들은 갖가지 포즈로 주인공이 되어 부드러운 바람을 스카프처럼 목에 둘렀다. 건물을 감싼 새파란 물은 마셔도 될 만큼 깨끗해 보였다.  
      마지막 날, 구시가지의 전통시장과 금시장을 둘러보았다. 그들의 일상을 좀 더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이밖에도 두바이몰의 음악분수쇼, 프레임 타워, 두바이왕궁 등등 두고두고 볼거리가 많은 여행이었다.
      생각해보니 두바이는 상상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준 도시다. 사막이라는 척박한 지면 위에 레이아웃을 하고 초고층 빌딩과 각종 건물들로 제목을 뽑았다. 두바이를 사막의 기적이라고 하지만 틀린 말이다. 그들은 기적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만들어 가고 있었다. 두바이는 지금도 ing다. 척박한 사막이 오히려 그들에게 무한긍정의 에너지원이라는 사실을 베테랑 편집자들은 이미 간파한 듯했다.

    • 2018 데스크 세미나 인천일보 김정원 편집기획부장

      갤S8 든 거지, 번역앱 켜니 “돈달라”소리가


      매일매일 달라진다는 거대도시 두바이. 사막에 도시를 세운 오일머니의 힘 놀랍다. 나무 잔디도 돈으로 키우는 나라. 하루에 두 번 자동으로 물을 준단다. 그래서 나무가 많은 집이 잘사는 집이라고. 다들 나무가 많다. 다들 잘 사는 집 인가보다.
      오래된 사원, 근사한 궁전, 황량한 모래사막. 애주가들에게는 아쉽지만 무알콜 맥주, 무알콜 와인이 전부더라.
      도착 첫날 콘센트가 맞지 않아서 숙소 근처 24시간 슈퍼마켓으로 가는 길. 낯선 외국인이 다가오는 낌새를 챘다. 순간 긴장.
      역시 말을 걸어왔다. 영어로 뭐라 하는데 알아들을 수 있는 한마디. “hungry” 배고프니까 도와달란 얘기인 것 같다. 내가 못 알아듣는 것 같으니 꺼내든 건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S8.
      이 동네 거지들은 고급 스마트폰을 쓰나? 번역기를 통해 들린 말은 역시 돈을 달란다. 나보다 더 말끔한 인간이 구걸을? 두바이 거지들을 기본적으로 몇 억씩 가지고 있다는 가이드 이야기. 거지도 부자인 나라다. 젠장!
      일정 3일째 날. 숙소에서 몸무게를 재보니 벌써 3kg이 빠졌다. 점심은 현지식 뷔페. 전날과 달리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았다. 속이 안 좋아 들어간 화장실. 좌변기 칸이 꽉 차 있었다. 급한 마음에 손이 먼저. 손잡이를 돌려보니 열린다. 빈칸인가? 문을 여는 순간. 아뿔싸 외국인이 엉거주춤 앉아있다 깜짝 놀란다. 근데 그 외국인이 외친 한마디 “sorry” 뭐지 내가 해야 하는 말 아닌가.
      쪼르르 가이드에게 물어봤다. “여기 화장실은 안에서 잠가도 밖에서 열리나요?”
      가이드 왈 “무슨 소리인지 그럴 리가 있나요?”
      못 볼 걸 보여줘서 사과를 했을까?
      움직이면 멈출 수 없고 멈추면 움직일 수 없는 쇼핑 천국 두바이. 시계바늘이 빠르게 돌아가는 나라.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기억에 남는 여행. 그보다 더 큰 기억을 안겨준 편집기자 선후배들. 참 좋은 사람들을 만나 6일 동안 움직이며 멈출 수 없는 여행을 했다.

    • 2018 데스크 세미나 한국일보 이직 편집부문장

      발길 닿는 곳마다 세계 최대·최고·최초


      뉴스와 씨름하던 서울을 벗어나 두바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대한항공 기내에서 영화로만 접했던 화려한 도시를 상상하며 10시간 동안의 갑갑함을 견뎌냈다. 오후 7시에 도착한 두바이. 날은 저물었지만 바람 한 점 없는 따사로운 공기가 내 몸을 휘감았다. 공항 인근 호텔에 여장을 풀며 첫 날은 시차적응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설렘에 얕은 잠을 잔 후, 호텔에서 가볍게 식사를 하고 버스에 올랐다. 차창 밖으로 내다본 두바이 모습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하늘 위로 치솟은 기기묘묘한 빌딩, 사막을 파서 도심에 물길을 낸 운하, 거리마다 들어선 쇼핑몰과 호텔…. 외관을 금으로 치장한 ‘ㅁ’자 모양의 액자빌딩 전망대에 올라가니 구시가지와 신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축구장 50배 넓이의 두바이 쇼핑몰 내부에선 15m 높이의 초대형 수족관이 벽처럼 솟아있었고, 건물 밖 광장에선 수십 미터의 거대한 물줄기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나흘 동안 발길 닿는 곳마다 ‘세계 최대, 세계 최고, 세계 최초’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우주에서도 볼 수 있다는 인공섬 ‘팜 주메이라’, 세계 유일의 7성급 호텔인 ‘버즈 알 아랍’, 세계 최고층 빌딩으로 21세기 바벨탑으로 불리는 ‘버즈 칼리파(828m)’. 나는 기꺼이 42달러를 지불하고 버즈 칼리파 124층 전망대에 올라갔다. 그곳에서 제주도 두 배 크기인 ‘중동의 진주’ 두바이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이곳에 오기 전 “사막 사파리 투어는 하지마라, 위험하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일생일대의 기회는 올 때 잡는 법! 6명이 한 조가 되어 RV차에 나눠 탔다. RV차가 사막 위 울퉁불퉁한 지표면과 오르내리막 길을 한 시간 이상 내달렸는데, 온몸이 들썩이고 심장이 쿵쾅거려 연신 “오 마이 갓”이라는 비명이 새어나왔다. 현지 운전기사는 얄밉게도 관광객이 비명을 지르면 지를수록 차를 더 거칠게 몰아갔다. 그 덕(?)에 맨 뒷자리에 앉은 배기찬 부장의 차 손잡이가 그만 ‘뚝’ 떨어져나가기도 했다.
      매일 30도를 넘는 날씨에 땀을 식히려 조선일보 안덕기 부국장과 카페에 들어갔다. 안 국장이 휴대폰 자동통역기에 “오렌지 주스 한 잔이 달러로 얼마죠?”라고 말한 후 아랍어로 번역된 화면을 보여주니, 종업원이 신기해하며 아랍어로 대답했는데 한글로 “6달러”라고 적혀있었다. 이젠 그 나라의 언어를 몰라도 두려움 없이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것을 피부로 절감했다.
      최대의 비용으로 상상 이상의 ‘판타지 세상’을 창조해내는 두바이. 아라비아 반도의 작은 어촌에 불과했던 이곳이 지금은 지구촌 돈과 인재를 흡수하는 블랙홀이 됐다. 셰이크 모하메드 국왕의 ‘무한 상상력의 콘텐츠’를 구현하기 위해 시내 곳곳마다 온갖 공사가 한창이다. 골드(금), 레드(햇살), 블루(해변)로 반짝반짝 빛나는 기적의 도시. 이 환상적인 세미나 플랜을 짜느라 고생한 김선호 편집기자 협회장, 신인섭 부회장, 김용주 기획국장, 강경남 차장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 “귀한 손님들 오시려고”… 달구벌 총회 전날 내린 반가운 폭설

      대구 정기총회 이모저모


      반가운 손님 내린 대프리카
      오랜만에 영남 지역에서 열린 총회를 하늘도 반긴 것일까. 총회 하루 전인 8일, 대구에는 7.5cm에 달하는 폭설이 내렸다. 3월에 내린 달구벌 눈으로는 기상 관측 이래 111년 만에 세 번째로 많은 적설량. 총회 당일도 멀리 팔공산의 하얀 풍광과 길가에 미처 녹지않은 눈들이 각지에서 모인 협회 식구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협회 버스를 마중 나온 박운상 대구시 문화과장은 “귀한 손님들이 오시려고 소복이 큰 눈이 내렸다”며 아낌없는 촌평.


      ‘멸치~’하면 ‘대가리’하세요
      이번 총회 일정의 백미는 골목투어였다. 총회 시작 전 대구가 자랑하는 도심 골목길을 1시간여 남짓 짧지만 굵게 둘러봤다. “방천시장이 낳은 3대 인물이 양준혁, 김광석 그리고 김우중이라예” 대구 아지매 해설사 두 분이 동행하며 구수한 입담과 함께 골목골목 숨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상화(스케이팅 선수가 아니라 저항시인) 형의 생가를 설명하며 “이 집을 미리 사 놨다면 대박났을 텐데”라며 농담 같은 진담. 청라언덕 선교사 고택 앞에서 협회 일행이 단체사진 포즈를 취하자, 해설사 한 분이 “멸치~하면 대가리~하세요” 모두가 배꼽 쥔 포토타임.


      간사님들 질문 없으시나요?
      “만원 단위 이하는 생략하고 읽겠습니다” 경인일보 이송 감사의 2017년 결산 감사보고로 본격 시작한 정기총회. 10분이 넘은 숫자와의 사투를 끝내고 “질문 있으신가요?” 시선 한 바퀴. 간사들은 일제 침묵. 이어 “올해 배구대회는 5월 26일에 열립니다” 2018년에 예정된 행사 하나하나 꼼꼼히 일정 설명을 마친 이의호 사무국장. “혹시, 질문 없으신가요?” 역시나 조용~. 계속된 협회보 필자 모집, 경조비 규약 변경 등 다른 안건 발표 뒤에도 모두가 함구. 발표자들은 안도하는 한숨을 쉬었지만, 뒤풀이에서는 송곳 질문이 이어졌다는 후문.


      갈비, 막창, 치킨… 대구 정말 맛있네예
      “대구에서 손꼽히는 갈비집이라예” 골목투어 해설사가 총회 뒤풀이 장소로 예약된 식당 이름을 듣더니 엄지 척. 역시나 명불허전. 총회가 끝나고 허겁지겁 지글지글 맛있게 냠냠. 테이블 안내판을 봤더니 ‘재래기에 싸서 먹으면 고기가 더욱 맛나요’ 기레기도 아니고 재래기?? 누군가 “상추 겉절이가 경상도 사투리로 재래기”라고. 2차는 대구 가서 안 먹으면 후회한다는 막창집. 흐물흐물 징그러운 막창을 불에 올려 지그시~. 폭탄주를 부르는 고소한 식감에 젓가락은 또다시 쉴 틈이 없었다. 생존자 10여명이 남은 3차에선 치킨을 주문했다. 대구는 교촌, 호식이 등 치킨프랜차이즈 본점을 5개나 갖고 있는 치킨의 본고장이라고. 큼지막한 다릿살을 장갑 낀 손으로 쭉쭉 찢어먹는 맛이 일품이었다. “공자, 맹자… 그 중에 최고는 먹자” 매일신문 남한서 차장의 건배 구호가 위장 깊이 녹아 든 맛투어였다.


      “집에 가야해요” 새 신랑의 절규(?)
      업무 때문에 총회에 참석 못한 매일신문 권기현‧김가영 기자는 마감을 하자마자 달려와 뒤풀이에 합류했다. 편집기자 대표 훈남인 권 기자는 아쉽게도(?) 지난해 11월 결혼한 품절남. 텃밭에서 열린 협회 행사에서 1차, 2차, 막차까지 발군의 뒷심을 발휘한 권 기자. 모두가 지쳐 자리를 파한 새벽 2시쯤. “숙소에서 한 잔 더하고 자고 가라”는 여러 선배들의 만류에도 권 기자는 미소 띤 얼굴로 “외박은 안 된다”며 완강히 거부했다. 총각 때와 달리 깐깐해진 이유는 “아내가 임신 중”이라고. 반면, 권 기자와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유부남 모 기자는 “오늘 같은 기회가 없다”며 집을 코앞에 두고도 외박을 자처하며 해방감 만끽.


      “이렇게 조용하신 분들은 처음”
      서울에서 회원들을 태우고 1박2일 운전대를 잡은 버스기사님의 재치있는 입담. 도착 예상시간을 안내하고, 틈틈이 춥지 않은지, TV채널은 맘에 드는지 친절을 과시하더니 대구에선 근대골목 해설사가 소개를 마치자마자 팡파르를 울려 큰 웃음까지 선사.

    • 2017 한국편집상 해외시찰 후기

      레알 마드리드 경기 직관… 레알 럭키!


      조선일보 박준모 기자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 도착한 128일 금요일은 공교롭게도 레알 마드리드와 도르트문트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예선이 열리는 날이었다. 처음엔 볼 생각도 안했다. 예약도 안했고 티켓도 매진됐을 게 뻔하니까. 자유 시간에 레알 홈구장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를 둘러보고 레알 공식 매장에서 호날두 유니폼, 레알 목도리, 장갑을 구매했기에 큰 미련도 없었다. 하지만 숙소로 돌아가는 내내 이건 뭔가 아니다싶었다. 내가 마드리드에 온 날, 축구팬인 나를 기다렸다는 듯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가 잡혀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걸 지레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가고 있다. 이게 말이 되는가? 그러고도 내가 축구팬인가?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가?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상부(?)에 보고한 뒤 콜택시를 불러 경기장으로 갔다. 택시비만 5만원이 나왔다. 경기는 이미 시작했기에-나중에야 알았지만, 시작 전이었다- 입장해도 시합을 오래 볼 수 없었다. 그래도 갔다. 함성 소리라도 듣기 위해서였다. ‘뻗치기를 하면 경기 끝나고 나오는 호날두 머리카락이라도 볼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있었다.

      막상 현장에 도착하니 사람이 너무 많은데다 워낙 출입구가 많아 어디로 갈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었다. 일단 달렸다. 그리고 들이댔다. 착하게 생긴 경찰이나 직원을 붙잡고 티켓 구하고 싶다고 했더니 임파서블이란 답변이 돌아왔다. 포기하지 않았다. 이 사람은 여기로 가라고 하고, 저 사람은 저기로 가라고 했다. 가라는 데로 달렸다. 마침내 매표소 앞에 섰을 때 직원이 내게 말했다. “티켓 1장 있네요. 경기 시작하지 않았냐고요? 이제 막 시작하려는 참인데요?” 나는 눈물을 글썽이며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땡큐!! 땡큐 베리머치!!!”

      티켓을 손에 쥔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내 영혼은 전율했다. 온몸은 핏줄까지 부르르 떨렸다. 티켓 인증샷을 찍는데 손이 부들부들 떨려 사진이 계속 흔들렸다. 티켓을 노린 누군가가 날 덮칠까봐 사주 경계를 철저히 했다. 하지만 이번엔 게이트 위치를 몰랐다. 경찰이 가리키는 곳으로 또 달리고 달렸다. 입장한 뒤에도 자리가 헷갈려 현지 직원을 붙들고 제발 자리에 데려달라고 애걸했다. 난리법석 끝에 나의 목적지인 ‘405-E 구역 439섹터의 3번째 줄 3번째 자리를 찾았다. 챔피언스리그 주제가가 울려퍼지는 산티아고 베르나우를 마주했을 때 등골에 다시 한번 소름이 쫙 돋았다. 내 눈앞에서 호날두가 골을 넣었고, 지단이 대머리를 드러낸 채 선수들을 다그치고 있었다. 90분간 나는 레알팬으로 완벽히 빙의했다. 레알 마드리드 패션으로 중무장한 내게 마드리드 사람들은 얼마나 호의적이었던가. 꿈같은 90분이 지난 뒤 경기장 인근의 교통지옥에서 간신히 택시를 잡아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밑도 끝도 없이 택시 기사에게 말을 건넸다. “저 레알 마드리드 경기 봤어요. 대단하죠?” 기사가 씨익 웃는다. “유 알 쏘 럭키

      스페인에서의 마지막 밤이 저물고 있었다. 모든 게 아름다웠다. 그리고 상상도 하지 못했던 럭키! 함성 소리라도 들으려고 갔는데 축구를 보고야 말았다. 어쩌면 그날 나는 세계 최고의 행운아였을지도 모른다. 축구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나라, 축구를 일상으로 여기는 나라, 어머니와 아들이, 할아버지와 손녀가 함께 축구를 보는 나라. 이 멋진 나라 스페인을 이제 떠난다.

      나도 웃으며 답했다.

      예스, 아이 엠 쏘 럭키

       
    • 2017 한국편집상 해외시찰 후기

      자석같은 끌림, 강렬했던 에스파냐 투어


      경인일보 안광열 차장

      식상한 후기는 NO' 집행부의 강력한 요청에 고민입니다. 마침 쓰려던 게󰡐걸어서 세계 속으로󰡑같은 잔잔한 글이었는데. 예능을 원하는 집행부의 바람을 헤아려, 무척이나 특별했던 제 룸메를 소개할까 합니다. 아마도, 아니 틀림없이, 1면 하단 박스나 못해도 이모저모에 실릴 룸메이지만 후기를 통해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박자석, 아니 박은석 차장과의 강렬했던 만남

      이름 박은석. 197X년생. 전자신문 차장. 나보다 한두 살 많겠지 했는데, 나중에 나이를 알고 나서 경악했을 정도의 동안입니다. 그래도 허물없이 지낼 정도의 친화력을 갖고 있고, 이달의 편집상을 심심찮게 수집한 내공있는 선배입니다. 공항에 도착해 만나기로 한 약속장소에 가보니 빨간 점퍼를 걸치고 사람 좋은 웃음을 하며 다가왔습니다. 몇 마디 나눠보니 꽤나 남자답고 듬직합니다. 이 정도면 며칠 같은 방 쓰며 여행해도 괜찮겠구나 안심했는데. 티켓팅을 하러 가던 중 얼굴색이 변하면서 갑자기 캐리어를 맡아 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왔던 길을 냅다 뛰어 돌아갑니다. 영락없는 아저씨 뜀박질로 돌아온 선배가 익숙하다는 듯 얘기합니다. “가방을 두고 왔었어. 으허허허 (보조개 등장)”

       

      # 모두를 끌어당긴 남자, 마그넷박

      바르셀로나의 한 거리. 그의 숨겨왔던 욕망을 불사르게 한 아이템을 만난 곳입니다. 모두가 그 유명한 스페인 전통요리 추로스를 먹기 위해 이동하는데 한 남자가 안보입니다. 박 선배였습니다. 한 노점에 진열돼있는 마그넷을 바라보는데, 그 눈빛이 몹시도 이글거렸습니다. 4개에 10유로. 박 선배는 결심했다는 듯 노점상에게 말을 겁니다. “, 텐 유로? 노노... 파이브, 텐 유로 오케이?” 스페인 노점상이 어이없다는 듯 한국에서 온 남자를 바라봅니다.

      그런데 이 남자, 기어코 5개의 마그넷을 손에 쥐고 의기양양하게 걸어옵니다. 이게 시작이었습니다. 박 선배는 이동하는 도시마다 마그넷을 쓸어 담으며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세관에 보따리상으로 걸린다, 마그넷 때문에 비행기 못뜬다, 그거 다 붙이려면 냉장고 큰 거로 바꿔야한다 등. 주변의 온갖 염려 섞인 만류에도 마그넷은 점점 불어났습니다. 그렇게 모은 게 44(추정).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 마그넷이 가득 든 봉지를 보며 나직한 소리로 입속말을 합니다. 󰡐더 살 걸!󰡑


    • 2017 한국편집상 해외시찰 후기

      스페인은 쇼크다. 사발면과 마그넷 때문에


      전자신문 박은석 차장

      #쇼크1. 20여년 만에 빨간 국물 ‘원샷’

      아시아를 벗어난 적이 없었는데...TV 여행프로에서나 볼 수 있었던 유럽을 다 가보다니 꿈만 같다. 애기 둘 등쌀에 허리가 휜 와이프와 지면 개선으로 고생할 편집부원들을 과감하게 등지고 가다니, 한편으론 미안했다. 그래도 짐은 꾸려야지.^^*

      스페인 날씨가 초겨울이라고?...몸속 내장지방이 쌓였는데도 추위는 남들보다 배로 느끼는 터라 내복 등을 바리바리 실을 수밖에. 큰 캐리어가 옷가지로 빵빵해졌다. 모스크바 눈보라를 헤치며 칠흑 같은 새벽에 바르셀로나 숙소에 도착했다. 3시간 눈 붙였나. 몸이 으슬으슬 추웠다. 잠이 깬 룸메이트도 덜덜 떨었다. 가이드한테 물어보니 스페인 집이 원래 춥다나. 따뜻한 아랫목이 그리웠지만 현지 문화를 적응하겠다는 마음으로 꿋꿋이 버티기로 했다.

      이튿날은 작심하고 술을 먹고 뻗기로 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눈을 떠보니 새벽 5시. 얼어 죽을 것 같다. 입김이 나오는 듯 욕이 나왔나...냉기가 온 몸을 휘감았다. 아! 외투를 입고 잘 걸. 술기운에 이불을 다 걷어찼다. 룸메이트도 덩달아 깼다. 그 때 우리를 구원해준 건 한국서 공수해 온 사발면이었다. 천금과도 바꿀 수 없는 ‘농* 김치 사발면’을 단숨에 흡입했다. 얼어붙은 속이 이내 녹아내렸다. 군대 제대 이후 20여년 만에 빨간 국물까지 싹 다 비웠다. 수십년 지켜온 ‘철칙’을 깨서 쇼크였다. 그 다음 날도 먹고 그 다음 날도 먹은 듯하다. 우리 방 히터가 문제였던 것 같다. 다른 숙소로 이동한 후에는 찜질방처럼 후끈했다.

       


      #쇼크2. ‘빠에야’는 먹기만 하고 못샀다

      바르셀로나에 있는 가우디 걸작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은 누군가 논하리라 보고 생략한다. 역사책에서나 봤던 이슬람 ‘알함브라 궁전’과 철통보안을 자랑하는 프라다인지 프라도인지 하는 미술관도...

      첫 날 투어를 시작하자마자 가이드에게 카탈루냐 음악당은 안 가냐고 물었다. 안 간다는 말을 듣고 아쉬움을 토로하자 음악에 조예가 깊다고 생각했나 보다. 냉장고에 붙이는 그 놈의 ‘마그넷’ 때문인데 ㅋㅋ. 음악당 앞에선 1유로에 3~4개 판다는 얘기에 그만.

      베스트 프렌드의 부탁을 받고 도시를 옮길 때마다 사명감처럼 찾아다녔다. 개업선물 겸 주려고 사들이기 시작했는데...이리 보고 저리 봐도 참 예쁘지 아니한가. 자석처럼 끌리는 묘한 매력이 있다. 해외 좀 다닌다 하는 사람은 기념으로다가 하나씩 수집하나 보다. 마그넷이란 품위 있고 빠다 냄새 나는 용어도 처음 알았다. 어쩜 이리 앙증맞고 소재나 모양이 다양한지,

      도시마다 파는 것도 다르고 한 번 지나치면 두 번 다시 살 수 없다. 그 귀한 걸 본의 아니게 아낌없이(?) 동료에게 되팔았다. 예전 홋카이도 간사 세미나 갔을 때 ‘코로로젤리’를 판 것처럼.

      그러던 마지막 날, 마드리드 투어를 마치고 버스에 올라탔을 때 두 번째 쇼크가 왔다. 스페인 볶음밥 ‘빠에야’를 기가 막히게 재현한 마그넷을 버스에서 자랑한 사람이 있었으니...정 대리님 지금이라도 파시죠. 타일형 마그넷 10개랑 바꿉시다.

        

    • 2017 한국편집상 해외시찰 후기

      파밀리아 성당, 톨레도… 꿈에도 그리던 감동이


      국민일보 서정학 차장 

      한국편집상이라는 큰 상을 탄 게 아직도 얼떨떨하다. 더구나 해외시찰지가 평소 그리던 스페인이다. 두 번의 행운을 한꺼번에 받으니 그야말로 꿈만 같다. 평소 해외여행은 못가도 TV 여행프로그램 만큼은 열심히 보며 가슴에 두었던 곳. 가우디의 건축을 경이롭게 여기며 언젠가 가보겠다던 희망이 실현되다니. 화면 속 빠에야를 보며 군침 흘리던 기억과 작별할 시간이 다가왔다.

      부푼 희망을 안고 출발 전까지 스페인을 열공하리라 다짐했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여행책자를 책상 가장 좋은 자리에 모셔 두었다. 연속되는 야근과 예상치 못한 일들이 첫 장을 넘기지 못하게 만들었다. 결국 비행기에 오른 뒤에야 첫 장을 열었다. 스페인으로 가고 있다는 실감나지 않는 현실에 사진과 글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밤잠을 뒤척이듯 비몽사몽간에 장시간의 비행은 어느덧 끝나고 바르셀로나의 풍경이 다가왔다.

      스페인엔 소매치기가 많아요” “가방은 반드시 앞으로 매시고 캐리어는 항상 손 안에 두세요” “여권 잃어버리면 골치 아픕니다

      현지 가이드에게 귀가 아프게 들은 주의사항이다. 걱정이 밀려왔지만 가우디의 스페인을 만 난다는 설레임은 커져 갔다.

      첫 날 버스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으로 향했다. 외벽에 조각된 예수님과 주변 인물들의 스토리가 성경을 풀어 놓은 듯 했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온 따스한 빛과 나무 모양의 기둥들이 숲속을 거닐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했다.

      이어 인도와 차도를 합쳐 폭이 100m는 돼 보이는 바르셀로나 도심에 도착했다. 그리고 화보 속에서 수없이 봤던 낯익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모퉁이에 손으로 그린 것 같은 곡선의 주택 카사밀라’. 멋지다는 생각보다 어떻게 이어 붙였을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대가의 작품은 이색적인 것을 훨씬 넘어 아름다운 파격이었다.

      가우디 건축의 감격은 오리엔테이션에 불과했다.

      넷째날 마드리드가 수도로 정해지기 전 오랫동안 수도였던 고도(古都) 톨레도에서 큰 감동이 기다리고 있었다. 좁고 아기자기한 오르막 골목길을 지나 산토 토메 교회에 들어섰다. 입구 한쪽 벽에 그려진 3대 성화(聖畵) 중 하나인 오르가즈 백작의 매장’. 엘 그레코의 대표작이라는 가이드의 설명을 듣기 전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책으로 봤던 명화들이 박제된 느낌이었다면 실제로 대면한 작품은 확실히 뭔가 달랐다. 가이드의 해박한 설명이 더해지니 희미한 감동이 더욱 진해졌다. 살아서 많은 선행을 했다는 오르가즈 백작이 땅에 닿을 듯 두 성인의 품에 안겨 있다. 이 작품이 그려진 벽 앞 바로 아래 실제로 백작이 안치돼 있다. 작품 안팎으로 스토리텔링이 이어지게 만든 배치가 절묘하다.

      사랑하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가우디의 건축을 흠모한 시간만큼 감동이 전해졌다. 예상치 못한 명화와의 만남도 그랬다. 경계를 풀고 마음을 여는 순간 가까워지는 신비한 체험이었다.

      무엇보다 낯선 선후배들과의 만남이 갈수록 진한 동료애를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유쾌한 동지들과의 즐거운 여행. 되돌아온 일상에서 새롭게 출발할 새 힘이 솟는다. 이젠 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주위를 돌아보며 갈 수 있을 듯하다.


    • 2017 한국편집상 해외시찰 후기

      “남편아, 보여?” 혼자 보기 아까워 영상통화


      머니투데이 최윤희 차장
        여행에 앞서 걱정이 컸다. 열몇시간의 장시간 비행은 처음인데다 낯가리는 성격, ‘체’만 있고 ‘력’은 없는 몸이 문제였다. 민폐는 되지 말자가 여행의 목표. 하지만 다짐이 무색하게 러시아 공항에서 경유 비행기를 기다리던 중 방전돼버렸고 기상 악화로 스페인행 비행기에 3시간 갇혀있던 동안 세상모르고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인천공항에 집합한 지 24시간 만에 바르셀로나에 도착, 여자 기자는 혼자라 독방을 쓰는 호사를 누렸다. 여행의 첫 목적지는 FC바르셀로나 홈구장이었다. 경기가 있는 날이라 내부 구경은 못한 채 다들 메시 사진 앞에서 인증샷만 찍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찾아간 곳은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TV에서 보고 언젠가 꼭 가보리라 생각했던 그 곳이 건물 사이로 보이자 가슴이 뛰었다. 혼자보기 아까워 남편과 영상통화로 성당 이곳저곳을 보여줬다. 제대로 약올린 셈이다.
        이어진 자유시간에선 가죽자켓, 화장품, 초콜렛 등 다들 부탁받은 쇼핑 미션을 수행하는데 집중했다. 그리고 탄생한 ‘마그넷박’. 어느 기념품 가게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는 박모 선배 덕분에 여행이 더 재밌어졌다. 그라나다로 넘어가 세비야, 꼬르도바, 세고비아, 톨레도, 마드리드까지. 매일매일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며 오래된 유적들을 보며 감동했고, 관람을 마친 후엔 모두가 마그넷박의 쇼핑을 응원했다. (부디 받은 사람도 기뻐했길;)
        일상으로 돌아온 지 열흘. 6박8일 간의 스페인 여행은 꿈처럼 지나갔다. 상을 받은 것부터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직접 보고 ‘신데렐라 성’ 뒤로 떠오르는 열기구를 보며 조식을 먹었던, 머릿속에 그림처럼 남은 그 순간들. 집행부의 배려 덕에 여유롭게 스페인을 즐기면서 올해 찍은 것보다 더 많은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사진 찍히는데 서툴어 고생하신 신인섭 부회장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만든 좋은 기억. 언젠가, 다시 한번 좋은 꿈을 꿀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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