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자석같은 끌림, 강렬했던 에스파냐 투어


경인일보 안광열 차장

‘식상한 후기는 NO' 집행부의 강력한 요청에 고민입니다. 마침 쓰려던 게?걸어서 세계 속으로?같은 잔잔한 글이었는데. 예능을 원하는 집행부의 바람을 헤아려, 무척이나 특별했던 제 룸메를 소개할까 합니다. 아마도, 아니 틀림없이, 1면 하단 박스나 못해도 이모저모에 실릴 룸메이지만 후기를 통해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박자석, 아니 박은석 차장과의 강렬했던 만남

이름 박은석. 197X년생. 전자신문 차장. 나보다 한두 살 많겠지 했는데, 나중에 나이를 알고 나서 경악했을 정도의 동안입니다. 그래도 허물없이 지낼 정도의 친화력을 갖고 있고, 이달의 편집상을 심심찮게 수집한 내공있는 선배입니다. 공항에 도착해 만나기로 한 약속장소에 가보니 빨간 점퍼를 걸치고 사람 좋은 웃음을 하며 다가왔습니다. 몇 마디 나눠보니 꽤나 남자답고 듬직합니다. 이 정도면 며칠 같은 방 쓰며 여행해도 괜찮겠구나 안심했는데. 티켓팅을 하러 가던 중 얼굴색이 변하면서 갑자기 캐리어를 맡아 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왔던 길을 냅다 뛰어 돌아갑니다. 영락없는 아저씨 뜀박질로 돌아온 선배가 익숙하다는 듯 얘기합니다. “가방을 두고 왔었어. 으허허허 (보조개 등장)”

 

# 모두를 끌어당긴 남자, 마그넷박

바르셀로나의 한 거리. 그의 숨겨왔던 욕망을 불사르게 한 아이템을 만난 곳입니다. 모두가 그 유명한 스페인 전통요리 추로스를 먹기 위해 이동하는데 한 남자가 안보입니다. 박 선배였습니다. 한 노점에 진열돼있는 마그넷을 바라보는데, 그 눈빛이 몹시도 이글거렸습니다. 4개에 10유로. 박 선배는 결심했다는 듯 노점상에게 말을 겁니다. “포, 텐 유로? 노노... 파이브, 텐 유로 오케이?” 스페인 노점상이 어이없다는 듯 한국에서 온 남자를 바라봅니다.

그런데 이 남자, 기어코 5개의 마그넷을 손에 쥐고 의기양양하게 걸어옵니다. 이게 시작이었습니다. 박 선배는 이동하는 도시마다 마그넷을 쓸어 담으며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세관에 보따리상으로 걸린다, 마그넷 때문에 비행기 못뜬다, 그거 다 붙이려면 냉장고 큰 거로 바꿔야한다 등. 주변의 온갖 염려 섞인 만류에도 마그넷은 점점 불어났습니다. 그렇게 모은 게 44개(추정).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 마그넷이 가득 든 봉지를 보며 나직한 소리로 입속말을 합니다. ?아… 더 살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