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스페인은 쇼크다. 사발면과 마그넷 때문에


전자신문 박은석 차장

#쇼크1. 20여년 만에 빨간 국물 ‘원샷’

아시아를 벗어난 적이 없었는데...TV 여행프로에서나 볼 수 있었던 유럽을 다 가보다니 꿈만 같다. 애기 둘 등쌀에 허리가 휜 와이프와 지면 개선으로 고생할 편집부원들을 과감하게 등지고 가다니, 한편으론 미안했다. 그래도 짐은 꾸려야지.^^*

스페인 날씨가 초겨울이라고?...몸속 내장지방이 쌓였는데도 추위는 남들보다 배로 느끼는 터라 내복 등을 바리바리 실을 수밖에. 큰 캐리어가 옷가지로 빵빵해졌다. 모스크바 눈보라를 헤치며 칠흑 같은 새벽에 바르셀로나 숙소에 도착했다. 3시간 눈 붙였나. 몸이 으슬으슬 추웠다. 잠이 깬 룸메이트도 덜덜 떨었다. 가이드한테 물어보니 스페인 집이 원래 춥다나. 따뜻한 아랫목이 그리웠지만 현지 문화를 적응하겠다는 마음으로 꿋꿋이 버티기로 했다.

이튿날은 작심하고 술을 먹고 뻗기로 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눈을 떠보니 새벽 5시. 얼어 죽을 것 같다. 입김이 나오는 듯 욕이 나왔나...냉기가 온 몸을 휘감았다. 아! 외투를 입고 잘 걸. 술기운에 이불을 다 걷어찼다. 룸메이트도 덩달아 깼다. 그 때 우리를 구원해준 건 한국서 공수해 온 사발면이었다. 천금과도 바꿀 수 없는 ‘농* 김치 사발면’을 단숨에 흡입했다. 얼어붙은 속이 이내 녹아내렸다. 군대 제대 이후 20여년 만에 빨간 국물까지 싹 다 비웠다. 수십년 지켜온 ‘철칙’을 깨서 쇼크였다. 그 다음 날도 먹고 그 다음 날도 먹은 듯하다. 우리 방 히터가 문제였던 것 같다. 다른 숙소로 이동한 후에는 찜질방처럼 후끈했다.


#쇼크2. ‘빠에야’는 먹기만 하고 못샀다

바르셀로나에 있는 가우디 걸작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은 누군가 논하리라 보고 생략한다. 역사책에서나 봤던 이슬람 ‘알함브라 궁전’과 철통보안을 자랑하는 프라다인지 프라도인지 하는 미술관도...

첫 날 투어를 시작하자마자 가이드에게 카탈루냐 음악당은 안 가냐고 물었다. 안 간다는 말을 듣고 아쉬움을 토로하자 음악에 조예가 깊다고 생각했나 보다. 냉장고에 붙이는 그 놈의 ‘마그넷’ 때문인데 ㅋㅋ. 음악당 앞에선 1유로에 3~4개 판다는 얘기에 그만.

베스트 프렌드의 부탁을 받고 도시를 옮길 때마다 사명감처럼 찾아다녔다. 개업선물 겸 주려고 사들이기 시작했는데...이리 보고 저리 봐도 참 예쁘지 아니한가. 자석처럼 끌리는 묘한 매력이 있다. 해외 좀 다닌다 하는 사람은 기념으로다가 하나씩 수집하나 보다. 마그넷이란 품위 있고 빠다 냄새 나는 용어도 처음 알았다. 어쩜 이리 앙증맞고 소재나 모양이 다양한지,

도시마다 파는 것도 다르고 한 번 지나치면 두 번 다시 살 수 없다. 그 귀한 걸 본의 아니게 아낌없이(?) 동료에게 되팔았다. 예전 홋카이도 간사 세미나 갔을 때 ‘코로로젤리’를 판 것처럼.

그러던 마지막 날, 마드리드 투어를 마치고 버스에 올라탔을 때 두 번째 쇼크가 왔다. 스페인 볶음밥 ‘빠에야’를 기가 막히게 재현한 마그넷을 버스에서 자랑한 사람이 있었으니...정 대리님 지금이라도 파시죠. 타일형 마그넷 10개랑 바꿉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