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그곳에선 매일 밤이 마지막 밤이었다


동아일보 박재덕 차장

마지막 밤을 위하여.
우리의 건배사는 매일 같았다. 바르셀로나를 시작으로 그라나다 세비아 톨레도 세고비아 마드리드까지. 스페인 여행에서 하루 한 도시를 훑어가는 우리 여정의 밤은 늘 마지막이었다.
내일이면 일상으로 돌아가는 날. 아침에 눈 뜨자마자 평소에는 그렇게도 안 챙겨먹던 아침밥을 먹고나면 우린 한국행 비행기를 탄다. 그래서였을까. 여느 때처럼 피곤이 몰려왔지만 마드리드의 밤은 조금 특별했다. 그날의 단톡방.

>다들 연락이 없으셔서 우리끼리 한잔합니다 ㅜ
>갈까?
>술이 아쉽게도 한병 밖에 없네용 ㅜ
>227호에 8병 있음. 아 6병.
>ㅎㅎㅎㅎ 갈까요 ? 박기자는 아무래도 12시 넘어야 ;;
>우리방에도 작은것 5병 있어요ㅠ
>여성동지들 방에 쳐들아가도 되나 몰라.
>방 호수를 정해주시면 !
>226호입니다. 그대신 안주가 없어용~~ㅜ
>저도 껴줍니까.
>안주 지참하면 끼워주지 않을까? ㅎ
>안주없고 입만 있어요 ㅠㅠ
>안타깝네. 난 오징어 남은거 있다는
>먹을수 있는거라곤 (선물용으로 산) 발사믹하고 립밤뿐.
>대단해~~
>입만 갖고 갈게요.. 오징어 적선 좀 해주세요.

그렇게 오지않는 잠을 억지로 밀어내며 다시 모였다. 소주컵(?)이 돌아가고 각 방에서 공출되어온 술과 안주가 한 상 차려졌다. 아침 식당에서 들고온 사과 한개도 과일안주라는 거창한 이름표를 달고 한자리를 차지했다.
추악보다 맛난 안주가 있으랴. 일주일간의 기억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바르셀로나 가우디 건축물과 해변식당 빠에야, 탄성의 연속이었던 알함브라궁전, 누구든 그 태양 아래 서면 송송커플이 될것만 같은 스페인광장, 마그넷박 쇼핑의 전설과 레알 마드리드 경기장을 열정 하나로 찾아간 열혈 멤버 이야기까지…
그 순간 함성소리만 듣고 와도 다행일거라던 레알 마드리드 축구경기장 직관 인증샷이 단톡방에 뙇.
대~~박 소리를 지를새도 없이 인증샷의 주인공이 문을 열고 뙇.
흥분지수가 올라가고 시간을 잊을 무렵 누군가 분위기를 정리했다.
“이거 술 더 사와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