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9회>멀티미디어시대의 검색 권력 ‘포털 큐레이션(curation)’

 

포털(portal)이란 어떤 사람이 특정 장소에 들어갈 때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관문’을 일컫는다. 사이버세상에서의 포털은 이용자가 컴퓨터를 부팅한 후 인터넷에 접속하면 가장 먼저 거치게 되는 사이트이다(네이버, 다음, 구글 등). 포털은 ‘검색’이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기본으로 탑재하면서 이용자들을 종속화하기 시작했다. 또한 포털은 무한대의 유통 장터에 진열된 모든 제품들을 무료로 서비스함으로써 이용자들의 충성심을 극대화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뉴스 제공이다. 올드미디어시대의 뉴스는 차별화된 유가 상품이었다. 하지만 인터넷 포털시대의 뉴스는 이용자를 호객하고 유인하는 미끼 상품으로 평가절하 되었다. 포털의 초기 화면에 뉴스 코너를 배치, 수용자의 발길을 잡아두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수용자 입장에서는 거의 모든 언론사에서 생산한 콘텐츠를, 그것도 무료로 실시간 소비할 수 있게 됨으로써 포털의 무한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이메일과 인터넷쇼핑, 그리고 TV 시청까지 모든 것을 한 곳에서 논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됨으로써 정보의 생산과 소비가 ‘포털의, 포털에 의한, 포털을 위한’ 형태로 급속하게 변화되었다. 이렇게 포털 사이트가 인터넷 백화점 역할을 하게 되면서 단순한 관문이 아니라 ‘토털(total) 사이트’로서 개념이 확장되고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뉴스미디어도 마찬가지다. 과거 올드미디어시대에는 개별 언론사마다 의제설정이나 편집 등을 통해 매체의 정체성을 차별화하고 수용자의 충성도를 높였으나, 네이버에 뉴스 유통권력을 넘겨준 뒤의 개별 언론사는 단순한 뉴스공급자로 입지나 위상이 급격히 추락하게 되었다. 인터넷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의 70% 이상을 독과점하고 있는 네이버는 ‘수용자 친화적’이라는 가장 강력한 동력으로 대한민국 여론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네이버 뉴스 플랫폼에는 하루 평균 400여 개의 신문사·통신사·방송사·인터넷 신문사가 생산하는 3만여 건의 콘텐츠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이렇게 공급되는 다량의 콘텐츠들은 대부분 두세 번의 큐레이션 과정을 거쳐 네이버 주요뉴스로 선정되게 된다. 기본적으로 3만여 건의 콘텐츠를 일일이 네이버 뉴스 에디터들이 읽고 구분할 수 없다. 따라서 1차는 기계적인 알고리즘에 의해 신뢰도 높은 언론사가 제공하는 콘텐츠를 거르고, 그 다음에는 네이버 에디터들이 정치·경제·사회·스포츠·연예 등 각 뉴스 섹션에 들어갈 기사를 큐레이션한다. 웬만큼 주요 뉴스에 대한 가치 측정이 끝나면 2차 게이트키핑이 이루어지는데 이때 데스크급 에디터들이 각 섹션의 주요 뉴스에 게시할 콘텐츠를 고르게 된다.


‣신문의 게이트키핑 기능과 포털 큐레이션의 공통점과 차이점

네이버는 끊임없이 ‘우리는 언론사가 아니라 단순한 유통 업자에 불과하다(※포털은 신문법상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로 규정)’며 여론 형성과 의제설정 기능을 부정하지만 ‘네이버 뉴스’라는 이름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스포츠·연예 등 섹션을 구분한 것 자체가 이미 편집기능, 즉 큐레이션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네이버 뉴스의 각 섹션 페이지에는 다섯 꼭지 정도를 주요 뉴스로 강조하는 데 이것은 신문이나 방송에서 편집기자들이 뉴스밸류를 측정하는 큐레이션과 같은 행위이다. 네이버는 언론사 역할과 편집 기능을 부정하고 있지만 ‘네이버 뉴스’를 통해 콘텐츠를 분류하고, 등급화하고, 유통시키는 한 자연스럽게 대한민국 중심 언론이라는 영광과 비난을 동시에 받을 것이다. 또한 수용자들이 네이버에서 가장 많이 뉴스를 소비하는 이상 서비스 차원에서라도 뉴스 큐레이션은 기본적이고 일상적인 업무가 될 수밖에 없다.

포털에서 행해지는 큐레이션의 절차와 방법은 신문 같은 올드미디어와는 형식과 내용이 조금 다르다. 이것은 매체 간 커뮤니케이션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종이신문에서는 취재기자의 1차 게이트키핑과 편집기자의 2차 게이트키핑, 그리고 데스크의 3차 게이트키핑으로 계층적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렇게 올드미디어 뉴스룸의 게이트키핑이 어떤 아이템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해독, 그리고 게이트키퍼의 경험과 직관이 개입하며 신뢰성 높고 완성도 높은 콘텐츠로 발전시켜 나간다면 포털의 큐레이션 과정은 쏟아지는 콘텐츠를 취사선택해서 공시하는 개념이 더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털 미디어는 신문과 방송의 치명적 약점인 공간과 시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실시간으로 무제한 큐레이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포털 미디어는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으므로 특정 사건의 발생에서부터 결말까지 전 과정을 통시적으로 보도할 수 있다. 즉, 의제설정부터 의제의 성숙, 그리고 여론형성까지 어떤 사건사고에 대한 완결된 리포트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장점은 뉴스 아이템을 연성화시키고 있는데 올드미디어가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뉴스메이커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포털 뉴스는 개인의 소소한 경험이나 이웃의 이야기를 무제한으로 업로드하는 것은 물론 수용자 중심의 여론 형성도 가능케 하고 있다.

포털의 영향력이 증대될수록 포털 에디터는 수많은 뉴스 꼭지 수에 대해 ‘뺄셈(-)’이라는 단순 작업을 하기보다는 수용자가 뉴스에 더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덧셈(+)’의 큐레이션을 하게 된다. 이것은 뉴스의 유통과 소비 무게중심이 신문과 방송에서 포털로 옮겨갔음을 의미하며, 포털 뉴스가 신문과 방송보다 수용자의 뉴스 욕구를 더욱 충족시킬 수 있는 메가 미디어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포털은 공식적으로 자체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고 외부 매체로부터 기사와 사진(동영상) 등을 제공받고 있다. 따라서 포털 에디터는 출처가 다양한 콘텐츠의 진위를 가리고, 정보의 질을 따지고, 개별 기사들이 모여서 어떻게 사회적으로 의미화 작용을 하게 될 것인지에 대한 종합분석이 요구된다. 결과적으로 포털 뉴스는 여러 신문, 방송, 통신사, 인터넷 언론사 등 수많은 매체로부터 뉴스를 모아 붙여 놓은 ‘스크랩(scrap)’형식을 띠고 있어 뉴스의 작은 조각들을 어떻게 붙이느냐에 따라 매우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뉴스 소비 플랫폼을 넘어 ‘포털의 권력화’까지

포털 큐레이션의 특징은 특정 의제를 직접 생산하기보다는 특정 의제의 소비를 선도하는 것이다. 포털의 저널리즘 파워는 콘텐츠 생산 단계에서 취재기자의 의제설정이나 프레이밍(framing)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용자가 뉴스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발생시키는 양적인 크기로 만들어진다. 포털 뉴스 소비의 ‘양적인 크기’란 특정 콘텐츠에 얼마나 많은 클릭이 발생했으며, 얼마나 많은 댓글이 달렸는가를 의미하는 것으로 실시간 데이터로 측정이 가능하다. 특정 의제의 소비를 선도하는 포털 뉴스의 특징은 기존 매체에서 생산된 특정 의제가 포털에서 걸러져 다시 기존 매체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재의제화’ 경향을 낳는다.

포털 큐레이션의 가장 큰 특징은 흥미와 재미다. 포털은 인터넷을 시작하는 게이트웨이 단계에서부터 이용자들의 시선을 잡아 페이지를 고정시키려 노력한다. 이용자들의 시선을 고정시키고 지속적으로 페이지뷰를 발생시키기 가장 좋은 무기는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알게 해주는 수많은 뉴스들이다. 그중에서도 손쉽고 효과적으로 이용자의 충성심을 유발하는 콘텐츠는 스포츠와 연예, 그리고 사회 관련 기사들이다. 직관적이고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기사와 사진 중심의 큐레이션은 포털 뉴스를 연성화시켜 이용자의 이성을 마비시킬 위험성을 안고 있다. 뉴스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구별하는 것보다 ‘좋고 싫음’이라는 직관에 치우쳐 자칫 여론이 ‘감정에 덫’에 사로잡힐 위험성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포털이 메가 미디어 기능을 함으로써 사회적 영향력도 비례해서 커지고 있는데, 이제 포털은 단순히 게이트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뉴스 큐레이션을 통해 ‘포털의 권력화’까지도 넘보고 있다.

이제 포털은 스스로 인정을 하든지, 인정하지 않든지 뉴스 송신자(sender)로서 직간접적으로 저널리스트와 저널리즘 행위를 하고 있다. 포털의 저널리즘 행위 주체는 신문과 방송과 달리 에디터라고 말할 수 있다. 포털은 자체 취재기자가 없는 대신 외부 콘텐츠를 포털 특성에 맞게 큐레이션하는 에디터가 저널리스트의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