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신우성의 편집기자와 글쓰기 2>

 
“우리 학교 글쓰기 교육에 왜 그토록 관심을 갖습니까?”

남북정상회담 며칠 뒤인 2007년 10월 초, 미국 보스턴에 있는 하버드대에서 논증적 글쓰기교육(Expos, Expository Writing Program)을 취재했다. 그런데 총책임자인 토마스 젠 교수와 제임스 헤론 교수, 그리고 글쓰기센터의 제인 로젠츠와이그 소장은 오히려 내게 궁금한 점을 계속 물어보았다. 너무도 당연하게 진행하는 글쓰기교육을 취재하겠다며 태평양을 건너온 내가 신기하다는 표정이었다. 남한과 북한이 갈라진 과정에도 질문을 던졌다.이 취재는 한 달 넘게 전화와 이메일로 끈질기게 요청한 끝에 성사되었다. 나는 △학생들에게 혹독하게 글쓰기를 지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글쓰기를 하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글쓰기를 어떤 프로그램으로 가르치는지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글쓰기센터 운영하는 방식은 무엇인지 등을 질문하였다. 세 명이 교대로 하루종일 인터뷰를 해주었고 글쓰기 자료와 영상물도 제공해 주었다. 기본적인 내용이지만 편집기자들도 다음 사항을 알아두면 좋겠다.


◇하버드대가 혹독하게 글쓰기를 교육하는 사연

하버드대의 논증적 글쓰기 수업을 만들어 15년 간 총괄한 낸시 서머스 교수는 ‘신입생 작문교육 연구’란 논문으로 주목을 받았다. 1997년 신입생을 대상으로 그들이 졸업하던 2001년까지 약 1,600명이 참여한 이 연구에서 ‘학부생들의 글쓰기와 그들의 학업 능력 사이에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고했다.

“글쓰기를 적극 활용한 학생들은 수업에도 더 열심히 참여하고 전공도 더 잘 이해했습니다. 전공에 관련한 주제들도 능률적으로 탐구했습니다. 단지 시험으로만 평가한 것보다 글쓰기 과제를 많이 낸 강좌일수록 만족도가 좋았습니다.”

한마디로, 하버드대 글쓰기 교육의 주목적은 바로 학업능력 향상에 있었다. 글쓰기 공부를 하면 생각을 조직적으로 명석하게 표현하는 과정에서 논리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고 학습능률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말이다. 전공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응용하기 위해서는 연관된 주제를 반드시 글로 써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 철학자 로 비고스키는 분석(analysis)과 종합(synthesis)이라는 지적 발달과정에 접근하는 가장 유효한 수단으로 글쓰기를 꼽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은 비단 학생들에게만 국한한 것은 아니다. 편집기자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글쓰기는 생각을 정리하여 표현하는 일이므로, 제목을 뽑는 감각을 키우는 데에도 유리하다. 또 짤막한 메모 몇 줄이나 글 한편을 쓰면서도 생산적이고 신나는 일의 단초를 얻을 수 있다. 자기계발을 하는 데 글쓰기가 유용하다는 말이다.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러면, 글을 잘 쓸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정답은 어렵지 않다. 중심생각(주제)이 제대로 전달되도록 하면 된다. 중심생각은 필자가 그 글에서 나타내고자 하는 으뜸 생각을 말한다. 이것이 잘 드러나야 독자들도 필자의 근본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쓰나마나한 글이 되고 만다.

편집기자들도 핵심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기사를 받으면 제목을 뽑을 때 애를 먹는다. 취재부 데스크들이 부실한 기사를 손질할 때에도 “도대체 뭔 말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하곤 한다. 결론적으로 주제가 선명한 글을 작성하는 것이 글쓰기의 첫걸음이다. 가장 중요한 원칙인데도 의외로 이것을 간과한 글이 많아 안타깝다.

중심생각이 선명한 글을 쓰려면 우선, △주제를 미리 결정한 뒤에 펜을 들어야 한다.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길을 떠나면 시간만 낭비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 △글 전체의 주제와 단락별 소주제를 문장으로 표현하는 게 좋다. (소)주제문을 표면화하여 독해하기 쉽게 하라는 뜻이다. 아울러 △반드시 고쳐쓰기를 하면서 점검해야 한다. 하버드대의 토마스 젠 교수는 “다시 고쳐쓰기를 하면 또 다른 생각을 찾을 수가 있어 처음보다 수준 높은 글을 쓸 수 있다”면서 “글을 잘 쓰는 사람은 결국 글을 잘 고쳐쓰는 사람을 말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