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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칼럼 <21>

중앙일보 김홍준 기자

열 손가락을 왕복으로 써서 세어보고, 열 발가락까지 동원해도 도저히 그 수를 가늠할 수 없는 아웃도어 브랜드. 그들이 싸우고 있다. 신문에서, 잡지에서, TV에서, 심지어 거리에서. 결사항전, 육탄돌격, 백병전 따위 단어들이 떠오를 만큼 유혈이 낭자하다.

# 너도나도 톱스타 모시기

아웃도어 문외한인 아내가 소녀처럼 소리를 지르더군. 현빈이 나오니까. 닭살이 우두두 돋더라.

업체가 중후한 느낌이 강해 이미지 쇄신을 위해 기용한 것 같아.

현빈이 광고하는 업체는 원래 원빈이었는데, 뭐한데?

다른 아웃도어 업체 모델로 점프했더라.

몇 년 전만 해도 듣도 보도 못한 외국인 모델만 썼는데, 톱스타들을 줄줄이 내세우고 있어.

아웃도어 열풍의 이유는 뭘까.

놀이문화 빈곤에 따른 장년층의 대안 찾기, 자연의 세밀함과 합일되고자 하는 도시인들의 욕망 분출, 착한 아빠 되기 위한 젊은 가장들의 몰입, 너도 하니 나도 한다는 단순한 추종, 유행에 꼭 합류해야 안심이 된다는 심리의 구체화 등등의 비빔밥 아닐까. 뒤풀이 맛 때문에 간다는 사람도 있긴 하더라.

톱스타 보는 재미도 있지만 제품 값에 거품이 생기지 않을까.

물장사가 남는 장사라지만, 아웃도어에서는 옷장사가 남는 장사야. 주위에 아웃도어 옷에 빠진 사람 있으면 보따리 메고, 도시락 들고 다니며 말려라. 어떤 업체 배낭은 리터당 1만원이고, 재킷은 10g당 1만원이다.

헉!

# 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모델들

조인성은 제대하자마자 꽤 오랫동안 모델을 꿰차고 있어.

아웃도어를 하기엔 얼굴이 희멀건 하다는 평도 없지 않아. 그걸 커버하려고 콧수염을 살짝 길러서 광고에 나온 거고. 고수 이미지가 어울린 편이지.

고수? 지금 안 하잖아. 이상윤 아냐?

이 시장이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 확확 바뀐다. 반년 만에 이동욱에서 주상욱으로, 장혁·천정명에서 어느새 이민호·윤아로 교체됐지. 그나마 이민호·윤아는 매출 증대에 기여해 계약을 1년 연장한 상태야. 주원이 얼굴 내밀자 그 업체 올해 매출이 40%나 늘어나기도 했어.

주원은 리얼 버라이어티에 나가면서 광고에 나서게 됐잖아. 이서진·엄태웅·박형식·류수영도 방송 덕 좀 봤지.

윤민수-후, 송종국-지아 가족도 나섰잖아.

영화로 뜬 유아인·한석규도 있어.

엄태웅·고아라 커플은 하정우·문채원으로 순식간에 교체 됐지.

커플 광고하면 이승기·이민정이 히트 쳤어.

에헤, 송중기·공효진도 있거든!

공효진은 그 업체 계약 연장이고, 커플로 보자면 송중기·이연희 조합이지.

여성 전문 등산용품점도 있어. 한채영이 모델로 나섰지.

업체에서 한채영 몸매가 비현실적이라는 판단을 내려 손사래를 쳤다는데 결국 모델로 발탁된 걸로 알아.

음….

# 잘 보면 보인다

김연아랑 손연재도 가세한 것 아냐?

사실 둘은 아웃도어 모델은 아니야. 시티 웨어 정도?

손연재가 나서는 업체 전 모델이 이효리 아니었나?

맞아. 실은 차승원이 바로 전 모델이었지. 이효리는 아주 짧게 했지. 경사도 없는 바위 위에 쓰러져 암벽등반 자세를 취했는데, 좀….

차승원, 딱 좋은데. 어깨에 왜 온힘을 주고 눈은 왜 그리 부라리던지….

어떤 TV광고에서는 외국 모델이 뜬금없이 ‘살아있네~’ ‘추워서, 당황하셨어요?’라는 유행어 쓰더라.

정우성도 뛰던데?

암벽 등반하면서 중등산화를 신고 올라가는 건 설정이 어긋난듯해. 하지원이 멋있기는 하더라.

하지원? 인공등반으로 올라갔는데 누가 설치해준 것도 아니고 포타레지가 하늘에서 떨어지다 거기 절벽에 걸리겠냐?

그냥 넘어가라, 그런 건.

송승헌도 있지.

김민정이 선등하고 송승헌이 후등을 하던데.

뭔 상관이야. 여자가 남자를 끌어올릴 수 있지! 넌 누가 최고의 모델인 것 같으냐?

최민수!

 2000년대 들어 급속 성장 후 포화상태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식지 않을 것 같은 시장, 아웃도어다.

2009년 2조4300억원, 2010년 3조2500억원, 2011년 4조3500억원으로 덩치를 키우더니 지난해에는 5조7500억을 기록했다.

올해는 6조4000억에 이를 전망이라고 한다. 톱스타들을 대거 내세우는 이 시장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전망은 아직은 섣부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