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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디지털이 흉내낼 수 없는, 신문만의 제목으로 승부하라”
    작성자 대표 관리자 (ip:)
    • 평점 0점  
    • 작성일 2017-11-01 10:3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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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57

    <주영훈 조선일보 차장 ‘혁명의 시대, 신문의 반격’>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공부하고 온 교수님 첫 수업을 무척 기대하고 들었는데 그 교수님 처음 하는 말씀이 “여러분, 종이신문은 앞으로 5년 안에 사라집니다”였다. 신문기자가 되려고 신방과에 들어왔는데 미국에서 공부를 많이 한 분이 5년 뒤에 신문이 사라진다고 하니 당시에 엄청나게 충격을 받았다. 그 충격으로 1학년 때 공부를 안 하고 학사경고를 받고, 군대를 다녀와 복학을 했다. 몇 년 만에 다시 그 교수님 수업을 듣게 됐는데 또 “여러분, 앞으로 5년 안에 신문은 사라집니다”라고 하는 게 아닌가. 그로부터 25년이 흘렀다. 저는 지금까지 신문 편집기자로 살고 있는데, 그게 과연 종이 신문의 생존력이 강해서인지, 행운인지 궁금해진다. 당장 내년에라도 조선일보의 정책이 바뀌어서 편집부가 해체되고, 종이신문은 앞으로 발행하지 않는다고 발표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이 종이신문이라는 환자가 회춘할 수 있는 것인지 여러분과 의견을 나눠보고 싶다.
    작년에 ‘로봇의 부상’이라는 책을 읽고 크게 감동을 받았다. 알파고 이전에 나온 책인데 중간에 보면 스포츠 기사가 하나 실려 있다. 승부처를 짚어준 야구 기사인데 MVP 받은 선수가 사실 큰 아픔을 딛고 일어섰다는 내용으로, 제가 그 기사의 원문을 찾아봤는데 참 아름답고 감동을 주는 기사였다. 그런데 이 기사는 사실 사람의 도움 없이 컴퓨터가 작성한 기사였다. 노스웨스트대 학생들이 만든 프로그램이 쓴 기사로, 무려 2009년에 작성됐다는 게 더 놀라웠다. 이후 이 학생들은 벤처를 설립했고, 엄청난 자금을 받아서 AI 기사 작성 엔진으로 ‘퀼’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렇게 빅데이터에 연결시키면 무엇이 기사가 되는지, 어떻게 써야 감동적인 기사가 될지 30초에 하나씩 만들어 낼 수 있다. 이것도 이미 2015년의 일이다. 지금은 포브스를 비롯해 많은 잡지가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독자들에게 알리진 않는다. 만약 이 프로그램에게 제목 다는 걸 시키면 어떨까. 충격적일 것 같다. 이제까지 우리가 달았던 수천만 개의 제목을 입력하고 스토리를 뽑아내는 능력을 추가한다면 아마도 편집기자가 필요 없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편집국장이 “제목 뽑아봐. 이런 느낌으로 세 개 정도만 뽑아봐” 해도 제목이 쭉쭉 나올 것만 같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한동안 무척 절망했다.
    그러다 올해 ‘아날로그의 반격’이라는 책을 읽었다. 미국에서 10년 전에 90만장 가까이 팔리던 LP판이 작년에는 1200만장이나 팔렸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LP를 경험한 적이 없는 젊은 세대가 디지털로만 음악을 듣다가 LP판을 사게 됐다. 불편하고 크기도 크고 들고 다닐 수도 없는데다 비싸기까지 한 LP판을 굳이 사서, 꺼내서, 턴테이블에 올려 음악을 듣는다. 수고를 산다고 할까.
    마찬가지로 유럽에서는 인쇄 잡지가 재흥행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아마존은 최근에 오프라인 서점을 짓고 있다. 세상의 모든 서점을 없애겠다고 공언한 아마존이 이제 오프라인 서점을 짓는다. 자, 우리 신문도 이제 반격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셜 매클루언은 1964년에 ‘새로운 미디어는 기존의 미디어에 추가되지도 않고, 기존의 미디어를 그냥 내버려 두지도 않는다. 새로운 미디어는 기존의 미디어에 끊임없이 개입하여 새로운 모습과 위치를 찾게 한다’고 말했다. 제 생각에 이 문구는 좀 부정적이다. 신문 편집에 있어서 이야기하자면 한국에서는 최근 네이버가 끊임없이 개입하고 있다. 네이버는 한국 언론에서 최강의, 막강파워를 가졌다. 몇 년 전부터 우리 취재기자들은 네이버 메인에 기사가 걸려서 수십만 명이 기사를 읽고, 댓글이 수천 개 달렸다고 엄청 좋아한다. 편집기자도 네이버에 자기 제목이 걸리고 댓글이 달리면 좋아한다. 많은 사람이 피드백을 해준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나 결국은 이것이 바로 신문이 망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네이버의 개입이 신문을 신문답지 않게 하기 때문이다.
    신문이 반격하려면 아날로그의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엔 디지털이 신문의 위기감과 결합해 신문이 갈수록 디지털화 되고 있다. 네이버 많이 본 뉴스의 제목을 보자. 대개 다 제목이 길다. 그리고 중간에 모두 말줄임표가 있다. 네이버 좋은 위치에 걸리게 하려면 새로운 정보를 담고 있어야 하므로 기사에 있는 내용을 다 집어넣은 제목들이다. 이런 제목은 쉽게 설명한다는 장점은 있지만 임팩트가 떨어진다. 압축하고 임팩트를 줘야 하는 신문의 제목들이 적어지고 이런 틀로 따라가고 있다. 이것도 말하고 싶고, 저것도 말하고 싶어서 말줄임표로 이어 붙이는 제목들. 이 제목들이 신문 전체에 나열되면 굉장한 피로감을 준다. 편집자들이 이런 제목을 선호하는 이유는 그게 쉬우니까. 짧은 제목, 강렬한 임팩트로 독자를 한 번에 이해시키려는 고민을 안 해도 되기 때문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10년 간 부수가 100만부였다가 지금은 160만부로 올랐다고 한다. 비결이 뭐냐. ‘완독의 즐거움과 스마트해지는 느낌을 판다’는 거다. 바로 이것이 모든 인쇄매체가 가진 장점이다. 신문도 마찬가지다. 신문이 신문인 이유는 바로 편집이 있기 때문이다. 신문이 신문으로 존재하기 위해서, 또 신문이 반격하기 위해서라도 신문은 본연의 특징, 편집의 힘을 갖고 있어야 한다.
    최근에 ‘알파고 제로’ 기사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보자. 1번 일간지는 단순 바둑기사로 처리했고, 2번 일간지는 ‘최강 알파고 버전의 등장’이라고 AI 기사를 썼다. 마지막 일간지는 ‘기보 한 장도 안 보고 바둑의 신이 됐다’고 ‘알파고 2차 쇼크’라는 제목을 달았다. 편집도 제목도 임팩트가 완전히 다르다. 그 신문만이 갖고 있는 고유의 임팩트, 이런 것이 신문을 보는 맛이다.
    2002년 월드컵 당시의 지면도 살펴보자. ‘악몽’ 두 글자 제목과 사진을 매치시켰다. 당시에 예술 작품 같다고 전화를 걸어온 독자들이 많았다고 한다. 신문이 매일 이럴 수는 없겠지만 이런 편집 하나하나가 독자에게 큰 임팩트를 심어준다. 바로 신문 편집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신문의 반격이라는 저의 생각에 대해 많은 분이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중앙일보가 ‘디지털 퍼스트’ 실험을 하고 있고 그 전략이 성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신문의 힘이 편집에 있다는 것을 마음에 품고 일하고 있다. 독자에게 ‘스마트해지는 느낌을 판다’고 한 이코노미스트처럼 우리 각자가 마음에 하나씩 명제를 품지 않고서는 좋은 편집이 나오기 힘들다. 편집의 힘이 살아 있는 한, 앞으로 5년 안에 다시 신문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감히 예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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