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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포털의 뉴스 배치 기술을 의심하고 감시하라”
    작성자 대표 관리자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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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17-11-01 10:3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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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35

    <오세욱 언론재단 연구원 ‘진화하는 로봇 저널리즘, AI가 편집도 한다’>


     

    주영훈 조선일보 차장이 앞에서 강연하면서 ‘악몽’이라고 크게 제목을 쓴 신문 편집을 보여주시고 굉장히 좋은 지면이라고 말했는데, 사실 이 지면을 기계가 본다면 페이크 뉴스라고 판단할 것이다. 본문에 쓰이지 않은 단어로 제목을 뽑으면 가짜 뉴스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운용하는 ‘가짜 뉴스 알고리즘’에 따르면 은유적인 표현을 쓰는 제목은 가짜뉴스로 분류된다. 이렇게 로봇 기술영역에서는 저널리즘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에 한국일보 1면 기사를 읽고 좋은 기사, 공들인 기사라고 감탄을 했다. 로힝야족을 다룬 르포 기사였다. 그런데 네이버와 다음 메인에서는 이 기사를 찾을 수가 없었다. 국제 뉴스가 메인 뉴스에 노출되지 않는 일은 비일비재하니 국제 섹션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그쪽을 살펴봤다. 그런데 국제 섹션에도 이 뉴스가 없었다. 대신 다른 언론이 외신을 종합해서 쓴 기사가 국제 톱으로 배치돼 있었다. 공들여 잘 쓴 한국일보 기사는 관련 뉴스 가운데서도 가장 밑에 걸려 있었다. 그나마 한국일보 기사 3건은 엮여있지도 않아, 한 기자가 미얀마 현지에서 고생하며 공들인 흔적을 디지털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일요일 밤 8시에 처음 온라인에 송고됐고, 새벽에 수정된 기사였다. 새벽 시간은 포털 관리자도 대충보고 넘어갈 시간이고, 최초에 올린 밤 8시는 대개 방송뉴스 위주로 메인 기사를 배치한다. 또 신문의 제목을 인터넷으로 그대로 옮기면 취재와 편집이 아무리 공들이고 노력한 기사라고 할 지라도 인터넷에서는 제대로 노출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참 안타깝다. 신문 편집에 공을 들인 만큼 기사를 디지털화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면 더 많은 독자들에게 기사를 노출시킬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기술은 왜 이렇게 공들인 콘텐츠를 몰라보는 것인가. 최근 쉽게 듣는 ‘로봇 저널리즘’이라는 용어가 있다. 그런데 사실은 로봇이 저널리즘을 수행하는 게 아니다. 저널리즘이라고 이름 붙이는 안 되는 서비스인데도 마치 기사를 자동 생성하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로봇은 수지와 이민호가 열애할 것이라는 기사를 자동적으로 작성하지 못한다. 예측 가능한 숫자로 된 데이터가 존재하는 영역에서만 자동으로 기사 작성이 가능할 뿐이다. 그런데도 로봇 저널리즘이라는 표현이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마치 로봇이 기자를 대신하는 것처럼 오해하게 됐다. BBC에서 로봇이 기자를 대체할 가능성은 0.4%로 아주 낮게 평가했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알고리즘은 컴퓨터가 알아듣는 일련의 명령어 집합을 뜻한다. 알고리즘 저널리즘은 요약하면 저널리즘 영역에서 하던 일을 알고리즘이 일부 서비스하는 수준을 뜻한다. 알고리즘은 결국 논리와 통제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1+1은 2라는 사실은 우리가 정확히 알고 있다. 그러나 반드시 1+1이 2는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지 않은가. 알고리즘은 현상을 보기 쉽게 단순화해서 특징만 잡아놓고 표현한 캐리커처에 불과하다. ‘컴퓨터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것들이 인간의 모든 것을 다 대체할 것이다’, ‘초지능이 발전해서 이런 일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저는 그 주장이 실현되는 것은 아마 제가 죽을 때까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저널리즘 영역에 알고리즘이 들어오면서 언론 신뢰도가 저하됐다. 그것은 언론의 양, 기사의 양이 너무 많아진 영향도 있다. 뉴스 배치나 가치 판단 부분은 이미 알고리즘이 자동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신문, 특히 편집기자들이 수행했던 가치 판단, 제목 뽑기는 알고리즘으로는 일도 아니다. 기사 본문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를 분석해서 빈도수에 따라 요약하면 제목 뽑기는 정말 쉽다.
    더구나 알고리즘은 온라인에선 더 잘 먹힐 수밖에 없다. 기존의 신문은 뉴스 가치 판단, 예를 들어 1면 톱기사를 무엇으로 하느냐를 보통 편집회의를 거쳐 결정한다. 긴급한 상황이 생기면 언제든지 다른 기사로 대체하기도 한다. 이렇게 한 신문사가 하루 생산하는 뉴스는 잘해야 수백건을 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포털의 경우, 하루에 인링크로 들어오는 기사는 대략 4만 5000~6만 건 정도로 추정된다.
    정말 뛰어난 편집기자가 있다고 치자. 그가 매일 그 6만 건의 기사를 다 읽고 일일이 가치 판단을 할 수 있을까. 절대 못 한다. 바로 이때 기술에 의해 기사를 자동으로 처리하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우리가 기술이 편집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대목이 바로 여기다.
    지금 이 강연을 하고 있는 와중에 네이버 대표가 긴급 사과했다는 뉴스가 떴다. 기사를 올리고 내리는 데 내부 직원이 관여한 증거가 나왔다며 즉각 사과를 했다. 저는 이것이 하나의 시그널로 보인다. 어제 네이버가 모바일 기사 배치방식을 개편했다. 그런데 바로 직원이 여기에 개입했다고 사과하는 것을 보니 이를 명분으로 삼아 앞으로는 사람이 기사 배치를 판단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네이버는 뉴스를 스크린 한다. 다음도 구글도 그렇다. 다만 이 포털들이 어떤 원칙을 활용하고 있는지, 거기서 문제는 없는지는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 문제는 언론사에도 포털에도 다 있지만 현재로서는 어뷰징 뉴스를 작성한 언론사만 피해를 보고 있다. 포털의 기술은 저널리즘 따위는 절대 신경쓰지 않고, 언론사는 기술에 너무 무지하다. 네이버가 깡패라고 투덜대면서 정치적인 공론화만 할 뿐, 어느 언론사도 그 자체를 연구해서 문제제기할 생각을 안 한다.
    구글에는 자동으로 뉴스 순위를 매기는 13가지 원칙이 있다. 1)해당언론사의 기사 생산량 2)기사의 길이가 길면 좋다고 판단 3)보도의 중요성 4)속보성 5)이용패턴 6)주기적인 언론사 여론조사 7)수용자 및 트래픽 8)뉴스룸 크기 9)지국 수 10)실명인용 수 11)보도 범위 12)글로벌 도달률 등등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만으로도 뉴스 순위를 매기기에 충분한가.
    다음의 루빅스는 자동이 아닌데도 자동이라고 주장해 제가 많이 공격하고 있다. 루빅스는 에디터들이 어떤 기사를 노출할지 개입하고 있다. 기사 배열 자체는 자동이 맞지만 추천기사 풀에 들어가는 뉴스는 사람이 개입하고 있다.
    네이버가 일단 밝힌 기사 노출의 원칙은 유사성, 문서 품질, 이용자 선호도, 원본문서 우선 반영 등이다. 그런데 이것이 정말 맞는 방식인가, 제대로 된 방식인가에 대해서는 검증이 된 바가 없다. 사실 이 부분은 기업의 지적재산권 영역이고 경영 노하우이기 때문에 공개를 요구할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영역에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지난달에도 제주도에서 세미나가 있어 참석했다가 우연히 일본 언론의 사례를 접하게 됐다.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뒤 한 지역 언론이 윤전기가 침수 돼서 신문을 인쇄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이 신문사 사람들은 독자에게 정보를 전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에 손으로 글씨를 써가면서 벽보를 만들었다고 한다. 윤전기가 복원될 때까지 일주일 동안 정확한 정보로 루머를 잠재우고 희망을 키워주려고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벽에 신문을 붙였다. 이는 디바이스나 플랫폼의 문제 이전에 정보 전달자로서의 언론, 민주주의 공동체를 유지하고 구현하는 역할로서의 본질적인 가치는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을 대변한다고 본다.
    로봇 저널리즘이 진화한다는 제목은 역설이다. 로봇 저널리즘은 없다. AI가 편집을 한다? 이미 한계를 갖고 있다. 이 로봇 저널리즘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는 오히려 전통적인 저널리즘에서 감시를 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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