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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하루 제목 100개... 20년 다니던 직장 새로 옮긴 듯 하다
    작성자 대표 관리자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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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17-10-10 10: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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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22

    중앙일보 신인섭 차장 ‘디지털 취업기’
    24시간 돌아가는 ‘뉴스 컨베이어 벨트’
    쏟아지는 제목에 정신차릴 틈 없어
    기사 PV 따라 ‘초록불·빨간불’ 켜져
    독자 눈길 사로잡기 제목법도 달라
    “어떤 길인지 모르지만 다시 시작”


    나는 지금 24시간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에 목을 맨 PV 생산자가 됐다. PV Page View에 최선을 다하는 노동자가 된 지 50, 20년 다니던 직장을 새롭게 옮긴 듯하다.

    혹자는 신문에서 하던 편집보다 쉽지 않느냐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직접 마주한 디지털편집엔 해야 할, 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일들이 있다.

    일단 중앙일보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을 관리해야 한다. 네이버에 노출할 뉴스를 정하는 것도 일이고, 추천기사와 핫클릭도 수시로 정리해야 한다. 캐시슬라이드도 부지런함에 따라 성과가 달라진다. 수시로 취재부서와 팩트 확인도 해야 하고 오탈자를 발견하면 취재와 신경전도 벌여야 한다.

    신문을 편집할 때보다 취재부장의 민원과 항의에는 더 많이 시달린다.

    왜 더 좋은 위치에 걸어주지 않냐’, ‘제목을 이렇게 바꿔면 어떠냐, 좀더 신경 써주라. 온라인의 특성상 노출되는 위치와 유지시간에 따라 결과가 엄청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의도하진 않지만 작은 편집 권력이다. 물론 권력보다 책임이 더 큰, 20년차 자존심의 의무일 수도 있다.

     

    오전에 출근하면 가장 먼저 PV가 어느 정도인가를 체크한다. 객관적인 평가보다는 상대 평가가 중요하다. 어제보다, 4주 전보다 나아야 한다는 게 나름의 목표다. 그런데 어제보다 18%, 4주 전보다 22% 빠졌다.

     

    기사마다 왼쪽엔 신호등이 달려있다. 기사가 잘 팔리면 초록불, 안 팔리면 빨간불이 켜진다. 1분마다 pv에 따라 콘텐트 판매순위도 바뀐다. 톱으로 걸린 기사에 빨간불이 켜지면 당장 비상이다. 마음이 급해진다.

     

    카카오톡이 정책을 바꾸면서 pv는 성적이 아주 안 좋아졌다. 중앙일보 콘텐트를 독점적으로 연재하던 카톡 뉴스가 모든 매체와 블로그에게 빗장을 풀면서 pv는 급락했다.

     

    홈페이지에 뉴스를 노출하는 과정은 단순하지 않다. 일단 기사의 제목을 뽑는다. 과정은 종이신문과 비슷하다. 단 아주 아주 빨리 뽑아야 한다. 2~3분만 지체해도 순식간에 기사 네다섯 건이 쌓인다. 이렇게 처리하는 게 하루 최소 100건이다(정확히 세어보진 않았지만 더 될 수도 있다). 오전 10시부터 12, 오후 4시부터 6시 사이엔 화장실 갈 틈도 없이 쏟아진다. 화장실 갈 땐 반드시 유고를 알려야 한다.

    제목은 21글자 이내다. 넘치면 절대 안 되고 짧으면 들쭉날쭉 보기 안 좋다. 신문보다 강렬하거나 궁금하거나 첫 인상을 심어야 한다. 눈길을 끌기 못하면 곧바로 도태. 아래로 내려간 기사는 어지간해선 다시 사랑받기 힘들다. 20년차 편집기자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제목이 완성되면 중요도에 따라 배치할 위치를 정해줘야 한다. 1(상단)2단으로 구분한다. 홈 첫 화면에 보이게 하려면 톱5 안에 넣어야 한다. 1단에 넣을 수 있는 뉴스도 25개뿐. 1단에 걸렸어도 독자의 사랑과 관심을받지 못하면 10분 안에 2단으로, 3단으로 밀려난다. 취재데스크에선 110번 안쪽을 늘 원한다.

     

    옥석을 골라 배치를 한다. 정답은 없다. 모른다. 1-3, 1-5, 1-10.

    기사 위치에 따라 PV 올라가는 속도가 달라진다.

     

    읽는 사람은 무심코 스쳐 지나가지만 짧은 순간 독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엄지 손톱만한 이미지, 전문용어로 썸네일도 넣어야 한다. 가급적 빨리, 그것도 임팩트 있게.

     

    디지털편집팀은 3교대로 24시간 돌아간다. 기존 팀원 15명에서 신문에서 증원된 5, 우리 팀은 20명이다. 오전 반은 새벽 6시에 출근해서 오후 3시까지, 오후 팀은 오후 2~10시까지 담당한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철야근무자도 있다. 중앙일보의 디지털 강화정책으로 신문에서 5명이 증원됐다.

     

    중앙일보의 디지털 혁신 이후 디지털편집팀의 근무 강도는 두세배이상 힘들어졌다. 지난 4월 이후 콘텐트 생산량이 서너배 늘었다. 하루 400건 정도의 기사가 쏟아진다. 24시간 내내 편집 컨베이어 벨트에 기사가 늘 들어온다.

    살충제 계란사건만 해도 하루 20꼭지 정도의 기사가 나왔다. 아침부터 밤까지 속보, 발표, 르포, 분석, 기획까지. 종이신문엔 한 꼭지로 묶어 썼을 수도 있는 뉴스들이 각자의 임무와 사명감을 가지고 컨베이어 벨트에 쏟아졌다.

    어떤 기사가 더 폭발력을 가질 지는 예단할 수 없다. 예단 자체가 오만일 수 있다. 23일 심혈을 기울여 썼다고, 몇 시간씩 달려가 현장을 보도했다고 독자들의 반응이 더 뜨거운 건 아니다. 사소해 보이는 사건들이 엄청난 휘발성을 가지고 온라인을 장악하기도 한다.

    탈북했다가 재월북, 북한 매체에 나와 남한 생활을 비판했던 임정화 건은 정식 취재 경로나 데스킹 과정을 거치지 않은 뉴스지만 그날 최고의 상품이었다. 통일연구소 연구원이 쉬는 날 쓴 가십성 기사였지만 엄청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서울시 횡단보도 그늘막은 친정에선 박대 당했지만 네이버와 페이스북에서 환영받고 금의환향한 자식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부에서는 편집에서 제대로 기사 판단을 못했지만 외부에서 이렇게 잘 팔렸다며 엄청난 항의를 하기도 했다.

    물론 단독은 파급력이 좋다. 무거움과 가벼움의 중간지대에 있는 콘텐트는 더 잘 팔린다.

     

    중앙일보의 디지털 신문은 수시로 강판을 한다. 특히 왼쪽 2단과 오른쪽 3, 두 개의 톱을 운영하기 때문에 매일 대여섯번 톱을 교체한다. 게다가 최근 오른쪽 톱엔 잡지형 편집으로 이미지를 큼지막하게 바꿔 이미지 작업도 상당한 정성이 투여된다.

     

    디지털편집으로 출애굽을 했지만 아직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은 찾지 못했다. PV가 기준인지 콘텐트의 차별화가 기준인지 그것도 아직은 안갯속이다. 넓은 디지털의 바다에 한 방울 먹물이 될지도 알 수 없다.

    다만 새로움에 도전하고 있다는 건 확실하다. 이 길의 끝은 아직 아무도 가보지 못한 것 같다. 저커버그도 베조스도.


    첨부파일 디지털 공장 취업기 홈피.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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