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5> 제5회-뉴스 편집의 知彼知己 전략


마감(dead line)이라는 시간적 제약과 싸우는 신문편집 현장에서 뉴스 가치 판단 기준(영향성/갈등성/저명성/근접성/시의성/부정성/흥미성: *지난 호 참조)은 그야말로 참고 사항에 불과하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수많은 기사에 일일이 판단 기준을 대입해서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뉴스 가치 판단 기준이 불명확하고 정형화된 공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언론사나 편집기자 개개인의 주관성이 개입할 여지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동일한 뉴스에 대한 평가는 언론사마다 다르고 같은 신문사 내에서라도 담당 편집기자에 따라 달라진다.
수용자들이 느끼는 뉴스 가치 또한 마찬가지다. 수용자들은 편집기자가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레이아웃과 페이지네이션에 따라 뉴스 경중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개개인의 관심사나 경험, 그리고 심리 상태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하고 평가한다.
뉴스룸에서 편집기자들이 뉴스 밸류를 측정할 때도 뉴스 가치 판단 기준 중 어느 한 가지 요소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 가치 판단 요소들이 상호작용 하며 복합적으로 개입된다. 흥미성이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뉴스 가치 요소라면 시의성, 영향성, 저명성, 근접성 등은 인간의 이성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로서 중요성(significance)의 개념에 포함된다. 따라서 편집기자들이 뉴스 가치를 결정하는 요인은 크게 흥미성(얼마나 수용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나?)과 중요성(얼마나 수용자들의 선택과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나?)으로 나눌 수 있다.
하지만 공통적인 뉴스 가치 판단 요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속 언론사의 정체성 문제이다. 어떤 뉴스가 ‘뉴스 가치 판단 기준’ 7가지 요소를 충족시키는 것이라 할지라도 언론사의 사시와 뉴스정책에 맞지 않으면 축소되거나 삭제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뉴스의 가치 판단은 7가지 기준이 동등하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기사를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변수들에 의해 부풀려지기도 하고 축소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렇듯 ‘뉴스 가치 판단’ 7가지 기준과 소속 언론사의 정체성 등은 GPS(Global Positioning System)처럼 ‘상대를 알고 나를 아는(知彼知己)’ 내비게이션(navigation) 역할을 한다. ‘나를 알고 기사를 알면’ 기사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변수들 사이에서 더 빠르고, 적확하게 알맞은 가치 판단을 할 수 있다. 지기(知己), 즉 ‘나를 안다’는 것은 내가 속한 언론사의 정체성을 안다는 것이다. 중앙지냐, 지방지냐, 종합지냐, 특수지냐에 따라 뉴스 가치 판단 기준은 달라진다. 또한 지피(知彼)는 기사의 사실과 진실을 파악하는 것이다. 기사의 팩트와 맥락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흐름을 꿰뚫어야 성공적 ‘지피지기’를 할 수 있다. 


1)수용자의, 수용자를 위한 편집이란?
뉴스 가치 측정이 콘텐츠의 옥석을 가리는 1차 작업이라면 뉴스 편집은 질 좋은 재료로 상품성 높은 제품을 만드는 2차 가공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수용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뉴스를 전달만 해줘도 충분히 언론으로서의 역할과 사명을 다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언론의 일방통행이 통하지 않는다. 수용자는 참여와 공유를 통해 미디어의 핵심 권력으로 등장했고, 미디어는 어느새 온라인 시대를 지나 시간과 장소의 경계를 허물고 실시간 소통하는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이러한 모바일 미디어의 특징은 이동성과 휴대성, 그리고 지능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동성’과 ‘휴대성’은 과거 신문만이 가진 고유 특징이었으나 스마트폰 등 모바일 미디어가 이러한 기능을 대체하고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미디어시대 신문은 무엇으로 살아야하며 뉴스 편집의 가치는 무엇일까? 생존을 위한 뉴스 편집의 ‘지피지기’ 체크리스트를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⑴미디어 트렌드 변화를 꿰뚫고 있는가?
①지금 수용자들이 이용하는 주류 미디어는 무엇인가?
②미디어 파워시프트(power shift) 요인은 무엇인가?
③미디어의 변화는 신문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가?
④신문의 뉴미디어 대응 전략은 무엇인가?
⑵우리 신문의 수용자는 누구인가?
①우리 신문의 목표 수용자(target audience)는 누구인가?
②다매체 다채널시대 수용자의 가치 기준은 무엇인가?
③수용자들이 우리 신문에 요구하는 원츠(wants)와 니즈(needs)는 무엇인가?
④우리 신문에 대한 수용자들의 불만은 무엇인가?
⑶뉴스 편집의 강점은 무엇인가?
①우리 신문 편집의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
②경쟁신문과의 차별적 요소는 무엇인가?
③수용자에게 포지셔닝(positioning)할 수 있는 어필 포인트(appeal point)는 무엇인가?


2)뉴스 편집의 위기와 기회
뉴스 편집의 ‘지피지기’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신문사 내부 요인과 외부 요인을 알아야 한다. 즉, 뉴스 편집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기회와 위협 요인을 입체적으로 조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매체 다채널시대 신문의 SWOT(Strength, Weakness, Opportunity, Threat) 분석은 다음 표와 같다.

<표>스마트미디어시대 뉴스 편집의 SWOT 분석

플러스 요인(+)

마이너스 요인(-)

-뉴스 전문가로서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

-회사 이익을 위해 객관성을 훼손할 수 있다.

-뉴스의 가치를 측정한다.

-뉴스 가치를 의도적으로 부풀리거나 축소한다.

-미디어 의제를 설정하고 여론으로 확산시킨다.

-특정 의제를 일방적으로 강요한다.

-뉴스를 빠르고 정확하게 요약 정리한다.

-기사의 핵심을 놓치거나 잘못 전달할 수 있다.

 

S(강점)

W(약점)

 

O(기회)

T(위협)

-수용자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뉴스 코디네이터가 필요하다.

-다매체 다채널로 정보의 희소성이 떨어졌다.

-이슈별로 정보의 지도를 그려주는 뉴스 내비게이터가 필요하다.

-‘정보는 공짜’라는 인식이 퍼져있다.

-진짜뉴스와 가짜뉴스를 구별해 주는 뉴스 큐레이터가 필요하다.

-신문 미디어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

-정보를 읽기 쉽고 알기 쉽게 재구성해주는 뉴스 스토리텔러가 필요하다.

-구독률과 열독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한다.

 


스마트미디어시대에는 뉴스 편집의 강점보다 약점이 더 많아지고 있다. 가장 큰 약점(Weakness)은 종이신문의 한계인 ‘일회성’이다. 스마트미디어를 통해 하루 24시간 뉴스가 생산되고 소비되는데 하루에 한 번 발행하는 신문으로서는 수용자의 정보욕구를 채워줄 수 없다. 이러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은 편집기자로 하여금 뉴스를 고르고 선택하게 한다. 그런데 선택과 집중 과정을 거치면서 뉴스(정보)가 훼손될 위험성이 있다. 신문사가 일방적으로 어떤 의제를 수용자에게 강요하거나 뉴스 밸류 측정이라는 이름으로 가치를 부풀리거나 축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가장 기본적인 뉴스의 팩트를 놓치거나 뉴스의 진실을 왜곡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약점은 종이신문의 강점(Strength)에 의해 희석될 수 있다. 뉴스 편집은 정보의 홍수시대에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를 판단해 주는 ‘뉴스판관’ 역할을 한다. 미디어 의제를 만들어 여론으로 확산시키고 수용자가 꼭 알아야 하는 이슈에 대해 해설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또한 게이트키핑(gate keeping) 등 뉴스 편집의 전통적인 기능을 통해 정선되고 오류가 적은 정보를 서비스하게 되는 것이다.
외부 여건이 주는 위협(Threat) 요소로는 다매체 다채널로 정보의 희소성이 떨어지고 실시간으로 무료 콘텐츠가 유통되고 소비되는 것이다. 구독율과 열독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신문의 ‘최후 보루’라 할 수 있는 신뢰성마저 흔들리고 있다.
1인 미디어시대의 위협 요소만큼 기회(Opp ortunity) 요소도 엿보인다. 뉴스 편집의 가장 큰 기회는 수많은 정보를 추려주고, 구별해주고, 로드맵을 그려주는 뉴스 에디터(editor) 역할이다. 정보는 많지만 어떤 것이 유용하며, 어떤 것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어떤 것이 나에게 필요한지 수용자들은 잘 모를 수 있기 때문이다.
뉴스 전문가인 편집기자들이 수용자 맞춤형 콘텐츠를 만들고, 기사를 요약하고, 정리하고, 정보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이제 편집기자는 기사가 출고되면 그때부터 일을 하는 취재부서의 ‘종속변수’가 아니라 수용자 맞춤형 콘텐츠를 만드는 뉴스 코디네이터(coordinator), 정보의 안내자 역할을 해주는 뉴스 내비게이터(navigator), 진짜뉴스와 가짜뉴스를 구별해 주는 뉴스 큐레이터(curator), 그리고 헤드라인 쇼퍼(headline shopper: 기사 전체를 읽지 않고 헤드라임만 훑어보는 독자)를 위한 뉴스 스토리텔러(storyteller)가 되어야 한다.
스마트미디어의 발달은 분명 편집기자에게 위기이고 위협 요소임에는 틀림없지만 강점과 기회를 살린다면 뉴스 에디터의 역할은 더욱 증대될 것이다.
yyk2020@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