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주인공의 엄마는 경 계선 지능을 가진 아들이 학교에서 해코지를 당 하는 걸 막기 위해 선생님을 찾아갑니다. 선생님 을 만나 여성으로서의 자존심도 내려놓고 자기 의 자식을 위해 희생하죠. 저도 그와 비슷한 기억 이 있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우리 아버지는 제가 선생님들에게 혼이 날까 봐 늘 걱정이셨습니다. 제가 왼손잡이였기 때문입니다. 80년대 학교는 마치 독재국가 같았죠. 왼손잡이는 규칙을 이탈 한 불손한 이단아였고, 바로 잡아야 할 나쁜 버 릇이었습니다. 심지어 한 담임 선생님은 "손에 자 물쇠를 채워버리겠다"는 험한 말까지 하셨죠. 

매년 신학기 초 가정방문을 오신 선생님께 아 버지는 늘 부탁을 하셨습니다. “아이가 왼손으로 글씨를 써도 너무 나무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 다"라고요. 가정방문이 끝날 때쯤엔 아버지는 으 레 선생님에게 하얀 봉투를 건넸습니다. 그러고 나면 선생님들은 더 이상 제게 오른손으로 쓰라 는 잔소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가난했던 아버지 의 연간 예산계획엔 그런 희한한 지출항목도 있었더랬죠.

그랬던 아버지께 죄송한 말씀이지만. 저는 요 즘 오른손으로 글씨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제 아이 때문입니다. 학교에 서 가정통신문에 학부모 건의사항을 써서 제출 해 달라고 하더군요. 나름 정성 들여서 썼지만 나 중에 보니 글씨가 삐뚤삐뚤한 게 영 신경이 쓰이 더라고요. 한편으론 아이에게 멋들어진 모범 글 씨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어른 글 씨를 쓰려면 획의 방향, 필압 조정 등 여러 면에 서 오른손이 적합했습니다. 

실은 저의 ‘어른 글씨체 따라하기’도 어설프게 나마 아버지를 닮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한 게 아 닐까 싶습니다. 아버지는 꽤 달필이십니다. 그리 고 자신의 탄탄하고 굳건한 글씨체처럼 늘 저를 지켜주셨습니다. 아버지는 지금껏 저에게 단 한 번도 오른손으로 쓰라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습 니다. 오히려 “미국 대통령 중에도 왼손잡이가 많다”, “왼손잡이는 창의력이 뛰어나다더라”며 격려를 해주셨죠. 저 역시 우리 아이를 그렇게 지 켜주고 싶네요. 흉내가 아닌 진짜 어른으로 말입 니다.                                                      

 아시아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