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 임윤규의 편집단상 -




10월 25일 일요일
퇴근 전 제목과 기사에 오자가 없나 다시 한 번 보다 사진설명에 눈이 멈췄다
‘25일 서울 대검찰청 입구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화환 100여 개가 줄지어 놓여 있다. [연합뉴스]’ 

화환 100여 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다른 매체 기사 또한 100여 개로 나왔다
그런데 광각렌즈로 찍은 다른 앵글의 사진을 보니 그보다 훨씬 많아 보였다 

누가 이런 화환을 보냈을까?
‘우리가 윤석열이다’라는 사진 속 화환 문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글귀 보니 죄다 보수단체에서 보낸 거구만” 혼잣말이 나왔다
지면을 넘기려는데 “정말 100여 개 모두 보수단체에서 보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관련 사진을 찾아보았지만 보낸 주체가 잘 보이게 찍힌 건 없었다 

현장을 가보고 싶었다
한밤 퇴근길, 집이 아닌 대검 청사로 향했다
서초역 6번 출구부터 대검 경계 마지막인 서초경찰서 민원봉사실 전까지 윤석열 응원 화환이 깔려 있었다
네이버 지도로 거리를 찍어 보니 294m
대검 정문 30m를 제외하면 대략 260m
1m당 화환 한 개만 따져도 260개다
“기사가 틀렸구나”
대부분의 기자들이 현장도 가보지 않고 앉아서 인터넷 검색만으로 동종의 기사 팩트를 따라 쓴 탓이리라 

화환 문구를 살폈다.
‘애국국민 일동’ 등 척봐도 보수단체에서 보낸 화환이 많았지만 김해 윤ㅇㅇ, 창녕 김ㅇㅇ 주민, 일산 민초 김ㅇㅇ를 포함해 자신의 이름을 써 보낸 필부필부의 화환도 많았다
“보수단체에서만 화환을 보낸 건 아니구나” 

국회가 한밤까지 시끄러울 땐 퇴근 뒤 국회로 향할 때도 있다
국회에 들어가 취재할 것도 아닌데 왜 가냐고?
평소와 달리 정문 앞엔 경찰버스들이 죽 늘어서 있다
의사당 안 만큼 바깥 긴장감도 만만찮다
내 제목에 긴장감 없음을 반성하는 것만으로도 소득은 충분하다 

편집기자는 안다
사진에 찍힌 것이 전부가 아님을, 기사 내용이 전부가 아님을
어쩌다 하는 현장과의 입맞춤
내겐 좋은 제목 좋은 판단을 위한 또 하나의 숫돌이다


중앙일보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