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강인형 머니투데이방송 부국장 특강


“편집기자에게 유튜브는 ‘황금어장’이다. 편집기자는 재미없는 기사에서도 ‘제목감’을 찾아내 제목에 맞게끔 기사를 재편집할 수 있다”
“유튜브 영상 섬네일은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야 한다. 재료는 똑같은 데 맛을 어떻게 하느냐. 그건 편집기자의 책임이다”
머니투데이방송(MTN) 강인형 부국장은 영상콘텐츠의 전쟁터 유튜브에서 총괄 1년 반 만에 경제뉴스만으로 ‘3억 뷰’를 이뤄낸 노하우와 함께 그 과정에서 편집기자들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편집기자협회 ‘찾아가는 특강’ 올해 두 번째 강연이 지난 13일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열렸다. 강 부국장은 ‘유튜브 3억 뷰 편집장의 제목 뽑는 법’을 주제로 2시간 동안 강연했다.  강 부국장의 강연 주요 내용을 지면 중계한다.


강인형 머니투데이방속 부국장이 지난 11월 13일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여의도튜브’ 3억뷰 비결에 대한 특강을 하고 있다.



유튜브 조회 수가 중요한 이유
MTN은 경제 방송이라 재테크, 주식, 투자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타깃으로 한다. 이 독자수를 늘리자는 생각으로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었다. 경제 콘텐츠로 3억 뷰를 달성한 것은 재미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MTN은 유튜브에서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100만 뷰가 16건이 나왔다. 대부분 경제 뉴스다. 유튜브 뷰 주간 TOP 40 순위에 화제성 있는 콘텐츠들 사이에서 우리 뉴스가 2개씩 올라 온 적도 있다.
우리 부서에는 8명이 있다. 영상 편집자 3명 빼고는 5명이 기사도 쓰고 영상도 제작한다. 하루에 우리 인력에서 영상을 만들 수 있는 게 최대 4개다. 하루에 쏟아지는 수많은 아이템 중에서 선택을 잘해야 된다. 조회 수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기업의 광고 집행 담당자들이 인터넷과 유튜브가 나오면서 일을 하기 수월해졌다. 인터넷과 유튜브가 가장 숫자를 극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신문의 열독률과 방송의 시청률에 비해 인터넷과 유튜브의 ‘조회 수’라는 숫자는 너무나 명확하다. 지역별과 연령별로 분석해서 확실하게 나온다. 우리가 조회 수에 얽매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의도 튜브 성공 이유, 섬네일 때문인가
섬네일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편집기자들이 어쩌면 가장 많이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신문 제목에서 쓰고 있는 원칙이 유튜브에서도 똑같이 통한다. 섬네일 제목을 아주 멋있게 만들어서 봤는데 내용은 별 게 없다. 이건 낚시다. 엉터리 거짓기사를 쓰면 안 된다. 이러면 조회 수가 떨어진다.


보도자료에서 진주를 캐라
기자가 독자들이 원하는 방향을 모르기 때문에, 보도자료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다. 보도 자료에서 진주를 캐야 한다. 다음 사례들을 살펴보자.
돌아온 갤럭시 폴드
빵터진 출시 국가 순서
미국이 6번째, 일본은 아예…

작년에 경제 보복 때문에 삼성 이슈가 많이 나왔다. 그런데 왜 미국이 6번째로 밀려났나. 담당 기자도 모른다. 모든 신문이 신제품 출시에만 관심 있을 뿐. 똑같은 기사가 나오면 재미가 없다. 삼성의 마케팅에 어떤 숨은 의도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알고 보니 삼성이 이 제품을 출시하기 6개월 전에 미국에서 된통 당했더라. 월스트리트저널에서 ‘갤럭시 폴드’를 조롱하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모두가 가지고 있는 자료를 다르게 해석하면 독자가 재미있어할 만한 뉴스가 나온다.
삼성 ‘脫일본’ 프로젝트
220개 품목 융단폭격
日언론 “괜히 건드렸다”

산자부 보도 자료를 그대로 받은 것이다. 경제보복 관련해서 ‘소부장’ 정책을 나름대로 잘 펴서 우리가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사실 정부 정책 홍보하는 뉴스는 재미가 없다. 삼성이 ‘脫일본’ 품목을 220개 지정해서 이것만큼은 우리가 국산화 한다는 얘기로 썼다. 이것도 75만 뷰가 나왔다. 보도 자료를 재미있게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재료는 똑같은 데 맛을 어떻게 하느냐. 그건 편집기자의 책임이다. 재미없으면 독자는 안 본다.


조각조각 정보를 모아라
편집기자가 우리나라에서 신문을 가장 많이 보는 직업 아닌가. 편집기자는 대부분의 기사를 읽는다. 관련 기사 수십 건을 머리에 입력시킨 상태에서 일을 한다. 자기가 맡은 면 이외의 면도 체크한다.
“홍콩 몽땅 가져오겠다”
아베 숨겨논 비수
韓 뒤통수 ‘아차차’

중국이 홍콩을 완전 장악하면서, 은행 투자기업 등 외국계 기업이 홍콩을 탈출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아베 일본 총리가 홍콩에서 나오는 외국계 기업들을 유치하겠다는 얘기가 있었다. 하나의 기사로는 미진한 점이 있어 그냥 뒀다가 합쳤더니 흥미 있는 기사가 됐다.
화웨이 회장
화나서 내뱉은 발언
신동빈 “내심정 알겠냐”

이 기사 역시 두 가지 뉴스를 합친 것이다. 화웨이 회장이 미국에서 압박 받으면서 분노하며 “왜 경제에 정치를 개입시키느냐”고 한 말을 기사로 썼다. 한국의 사드 배치 관련으로 중국에서 압박받은 롯데 신동빈 회장이 생각났다. 이 두 가지를 합치니까 재미난 기사가 됐다.


경제뉴스도 재미있다
경제뉴스가 요즘은 재테크, 부동산 이슈 때문에 많이 읽힌다. 경제뉴스는 재테크 관련이 전부가 아닌데, 얼마나 재미있게 만들어야 많이 읽힐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하다 보니, 이런 뉴스도 나오게 됐다.
‘韓 LNG 초강국
공짜가 아니었다‘
숨은 뒷이야기

우리나라가 LNG선을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수주했다는 기사가 나온다. 우리나라 LNG선이 언제부터 해외 수주를 많이 받게 됐냐는 궁금증이 생겼다. LNG선은 하나에 1800억~2000억에 이른다. 완벽하게 만들어서 납품하지 않으면 큰 손실을 입는다. LNG선 발주를 한국가스공사가 맡았다. 시범적으로 시작했는데 전 세계로 이상 없이 운항하게 됐다. 한국가스공사가 LNG선 발주를 많이 해줘서 기업에 ‘트랙레코드’가 쌓였다. 한국가스공사에 칭찬이 쏟아졌다. 댓글이 500개 정도 달렸다. 
2350톤 터키유적
韓 특급 노하우로
‘배송완료’ 기적

똑같은 뉴스를 똑같은 시간에 만들었는데 각 회사마다 조회수는 다르게 나온다. 이게 섬네일 때문인가 생각하게 된다. 터키 유적을 CJ대한통운 계열사가 그대로 들어서 옮긴 것이다. 몇 천 톤의 유적을 번쩍 들어 올리는 것은 그림이 좋다. 뉴스 내용도 재미있지만 영상 자체가 재미있다. ‘배송완료’라는 제목도 재미있다.


호기심 자극… 제목만 보고 전체내용 알면 꽝
섬네일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본다. 요즘 신문을 보면 제목에서 뉴스를 다 안 보여주고 기사를 읽게끔 만든다. 호기심을 유발하지 않으면 독자들이 뉴스를 보지 않는다.
50대, 60대들도 유행하고 재미있는 것은 20대, 30대만큼 관심을 갖는다. 이들은 제목을 보면 끝까지 알 수 있는 것은 안 본다. 그래서 영상의 섬네일에서는 충분히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을 달아야 된다.  
“中 먹기 시작했다”
일본은 초긴장
한국은 ‘대박’난 상황

중국이 먹기 시작했다. 무엇일까. 파프리카다. 이 영상 또한 118만 뷰가 나왔다. 뉴스가 드물게 나오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보도 자료로 만들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섬네일 때문인지는 몰라도 엄청난 조회 수가 나왔다. 뉴스가 많이 나오는 다른 출입기자들이 분발해야하는 이유다.    
트와이스 때문에
아이폰11 대망신
美CEO “What?”

이 섬네일로는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트와이스가 유튜브에 신곡을 발표하는 날, 공교롭게도 아이폰 역시 신제품을 발표한 것이다. 트와이스와 아이폰11 독자층이 비슷하게 겹쳤다. 같은 시간에 발표하니까 트와이스 쪽으로 몰려, 아이폰11은 조회 수에서 밀렸다. 이것을 본 미국의 한 CEO는 너무 황당해서 처음에는 미국의 20대 유튜브 시청자들을 미쳤다고 표현했다. 그런데 이 사람도 트와이스 영상을 보고 난 후 “그럴만하다”고 했다고 한다.
日정치인들 경악할
이재용의 텅빈 가방

이 뉴스 조회수는 200만이 나왔다. 한창 일본이 한국에 ‘경제 보복’을 할 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으로 가게 됐다. 그 무렵 모든 이슈가 이재용, 삼성, SK하이닉스 등에 집중됐다. 한국과 일본 정치인들이 정치적으로 싸워도 결국 이 전쟁을 수행하는 건 경제인들이라는 내용이다. 호기심을 적절히 자극하는 제목으로 열독률을 높인 사례다.


왜 편집기자에게 물반 고기반인가
섬네일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제 어느 정도 알게 됐을 것이다. 제목에만 집중해서 일을 할 수 있는 직종이 편집기자 밖에 없다. 편집기자에게 유튜브는 ‘황금어장’이다. 만들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재미없는 기사를 ‘제목감’을 끄집어내서 제목에 맞게끔 기사를 재편집할 수 있다.
기사의 맨 뒤에서 제목을 뽑아내는 경우가 있지 않나. 그것은 바로 소비자 마인드다. 독자가 읽고 싶어 하는 것을 읽게 만든다. 편집국에서 독자의 입장에서 일을 하는 사람은 편집기자가 유일하다.
방송국 사람들이 처음에 유튜브를 만들 때 힘들었다. 왜? 기본적으로 영상을 만들면 PD, 기자, 스크립터, 카메라 4명이 한 팀이 돼서 움직여야만 가능하다. 유튜브 조회 수 올리겠다고 인력을 이렇게 가동하면 가성비가 안 나온다. 만들어도 만들어도 적자만 나오면 요즘 같은 시대에는 지속할 수 없다. 기자들이 뭘 만들어야 하는데, 카메라는 어떻게 하나, 어레인지를 맡을 PD는 또 어디서 구하나. 편집국 내에서 누가 이 역할을 한 번에 할 수 있나. 편집기자다. 이 일을 해내려면 오늘부터 영상편집, 영상취재, 조명, 기계를 다루는 법 등을 조금씩 배워 가면 가능하다. 어쩌면 앞으로 편집기자 본연의 업무보다 이 일을 맡게 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