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신인섭 한국편집기자협회장 기념사


“어떤 식당에 가서 쇠고기 국을 시키면 국이 다 식어서 나와. 그 국을 담기 위해서는 그릇 자체를 덥혀놔야 하는 거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뜨겁게 있는 거야. 내가 차가움으로써 그 국의 뜨거움을 빼앗는다든지 밍밍하게 만들지 않는 것. 우리의 할 일은 그런 거라”
지난 9월 18일 편집기자협회 창립 56주년 세미나 3세션, 김남준 동아일보 부장의 ‘탈주와 확장을 꿈꾸는 편집’ 중의 한 부분입니다. 이성복 시인이 말하는 시인의 역할입니다. 듣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편집기자도 늘 뜨겁게 있는 거구나.
지난 일요일(9월 20일) 밤, 손흥민이 ‘미친 듯이’ 골폭풍을 몰아쳤습니다. 한 골, 두 골 땐 ‘그래 잘하네!’ 한 2단 정도 잡았을 겁니다. 세골! ‘영국 진출 뒤 첫 해트트릭!’ 면이 뒤집어졌을 겁니다. 그런데 네골! 판이 뒤집혔을 겁니다. 스포츠면에서 나와 1면까지 진출했습니다. 편집기자가 늘 뜨겁게 있어야 하는 이유 아니었을까요?
전국의 편집기자 여러분, 코로나 속에서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코로나로 역대 가장 답답한(?) 제 49대 협회장 신인섭입니다.
1964년 9월 서울 중구 태평로 신문회관에서 태어난 편집기자협회가 올해로 56주년을 맞았습니다. 편집기자협회는 시대 흐름에 맞춰 변화해 왔습니다. 2011년 6월 기자 단체로는 가장 먼저 ‘사단법인’으로 전환했습니다. 친목단체를 넘어 전문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창립 기념 세미나는 코로나 언택트 시대에 맞춰 올해는 처음으로 유튜브 Live로 개최했습니다.
지금 신문사는 두 개의 편집국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종이와 디지털, 두 개의 시장과 독자들을 위한 대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편집기자들도 두 곳 어디서나 다 필요합니다.
편집기자는 편집국에서 유일하게 생산자나 공급자의 입장이 아닌 소비자‧독자의 입장에서 뉴스를 봅니다. ‘독자가 이 기사를 어떻게 읽을까’, ‘어떻게 하면 이 뉴스를 잘 읽고 보게 만들까’ 이걸 고민하는 기자입니다. 즉 신문사와 통신사에서 가장 독자와 가까운 소비자 마인드를 가진 기자인 것입니다.
기사의 맨 끝이나 귀퉁이에서 제목을 가져오는 일이 가끔 있지 않나요? 그건 바로 소비자 마인드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마인드가 신문마다의 특색과 차별화를 가져온다고 생각합니다.
실력이 없으면 자존심을 내세우고, 실력이 있으면 자신감을 앞세운다고 합니다. 편집기자는 항상 미디어와 콘텐츠 혁신의 중심에서 계속 변화해 왔습니다. 시장과 디바이스의 변화에 따라 움직이는 독자와의 최일선에 우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편집기자는 늘 뉴스 흐름을 공부하고 독자들에게 통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연구해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돕고 있습니다. 그래서 플랫폼에 따라 뉴스를 다르게 유통시킬 수 있는 유통 전문가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편집기자협회는 매달 발행하는 협회보와 데스크‧간사‧회원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개최, 편집기자들의 실력 향상을 돕고 있습니다. 또 이달의 편집상과 한국편집상을 통해 편집기자들의 열정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몸은 거리두기, 마음은 곁에 두기. 항상 뜨거운 열정으로 준비돼 있는 최고의 편집기자들 곁에 협회가 있습니다. 편집은 자신감입니다. 감사합니다.2020년 9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