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조선일보 새 디지털 편집 소개합니다



 


아크는 ○○이다.
조선일보의 새로운 디지털 뉴스 시스템인 '아크’가 출범하면서 홍보영상팀이 던진 질문이다. 기자들은 각자 준비된 ‘접대성 멘트’를 던졌지만 사실 아크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아크 편집기를 제일 열심히 사용해야 하는 나 또한 그 질문에 대해 답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이제 아크 도입 20여일. 모두가 처음 겪어보는 시스템이기에 오류도 많고 허둥대기도 했지만 이젠 그래도 3분 걸리던 일이 1분 정도로 줄고, 식은 땀 나게 하던 ‘사고’도 거의 사라진 듯 하다.
이 시점에 아크가 뭐냐고 물어본다면?
우선 홍보 동영상에 등장한 가장 촌스로운 답변을 인용하자면 ‘트랜스포머’다. 고정된 온라인 뉴스의 틀을 벗어나 여러 형태로 변신이 가능하다는 의미에서다. 온라인 뉴스 홈페이지를 뉴스 밸류와 각종 재료에 맞게 실시간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이전 조선일보 시스템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아크 시스템에선 개발자 없이도 CMS 안에서 유연한 편집이 가능해졌다. 20여일 전만 해도 좋은 사진이나 동영상이 있어도 딱지만한 썸네일 밖에 구현 못했었지만, 이젠 신문 사진 쓰듯 시원하게 쓸 수도 있고, 위치도 비교적 자유롭게 지정할 수 있게 됐다. 또 기사 밸류에 따라 신문에서 흔히 말하는 4단 톱과 2단 톱의 변주도 가능해졌다.
이런 특성은 편집기자를 매우 피곤(?)하게 만든다. 그래서 두 번째 아크의 특성은 ‘편집’이라고 해보았다. 예전 같으면 순서만 정하고 제목을 달면 끝날 일을 이젠 레이아웃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조선닷컴 내에서 상하(上下)로만 가치 판단을 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상하 좌우를 모두 활용해 기사와 사진을 배치해야 한다. 제목 스타일도 기사 위치가 바뀔 때마다 한줄로 또는 두줄로 바꿔줘야 한다. (모바일용이나 포털용 제목을 따로 고민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이러니 한나절 일하면 신문 종합1면을 5번을 짜는 것 같다는 농담을 하기도 한다. 반대로 얘기하면 아크 도입 후 온라인에서 편집기자의 역할과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최근 조선닷컴에선 예전에 볼수 없었던 BTS 동영상이 큼지막하게 나오고, <뮬란>의 움짤이 한복판에 앉기도 한다. 조선닷컴을 조금이나마 더 가볍고 소프트하게 만들고자 하는 시도이다. 이런 의미에서 아크의 세 번째 특성은 ‘엔터테이너’로 정해보았다. 사실 이것은 현재 진행형이라기보다 내가 원하는 작은 목표이다. 숨막히는 정치 이슈가 많은 현실에서 숨통을 틔어줄 화제의 뉴스와 재미를 전달하기 위해 매일매일 준비를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내가 생각하는 아크는…. ‘앜’이다. 아직까지 조선닷컴 편집에 수많은 과제들이 놓여 있어서다. 편집의 모든 요소들에 대한 적정 값을 찾고, 안정적 편집 시스템을 마련하기까진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어쩌면 이것이 아크란 무엇인가 질문의 ‘0번 대답’일지도 모르겠다. 어쩌겠나. 하루하루 악소리 나게 일해 가며 한발 한발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수 밖에.

조선일보 신영호 디지털 편집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