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스포츠조선 백문기 실장이 말하는 사진 DB의 세계


 첫 단추를 잘꿰어야한다. 필름 분류 작업은 가장 기초적인 작업이다. 분류가 잘 돼야 후속작업에 문제가 없다.



“무슨 보물찾기도 아니고….”
지난 2018년 배우 신성일이 타계했을 때의 일이었습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정상급 신문사에서조차 배우 신성일씨의 전성기 때 사진을 구하지 못해서 발을 동동 굴렀지요.
사진이 없어서 였을까요? 천만에요. 그가 왕성한 활동을 펼칠 당시에 찍은 사진은 수 백장이 넘게 있었을 것입니다. 다만 그 자료는 필름 보관실 어딘가에 수십 년 동안 처박혀 있었겠지요. 그날 편집자들이 사진을 독촉할 때 자료실 직원들은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필름확대경으로 필름 하나하나를 찾아봤겠죠. 마감에 쫓긴 편집자는 아마도 자사에 보관 중인 사진은 쓰지도 못한 채 연합에서 뿌려주는 ‘공동탕 자료’를 선택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필름은 회사의 자산입니다
필름 한 장 한 장의 값어치는 지금 계산할 수 없습니다. 자료실 창고에 있는 필름의 가치는 수십 수백억이 될지도 모릅니다. 저작권이 강화되는 추세로 보면 미래 가치는 이보다 훨씬 더 클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역사적 가치나 실물적 가치로도 신문사 자산의 큰 부분을 차지할 것입니다. 기사 한 줄도 돈이 되는 세상입니다. 옛날 사진의 재가공은 요즘 같은 레트로 유행 시대에 중요한 콘텐츠가 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독점적인 사진의 대여-판매는 현재도 이미 신문사의 중요한 먹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과연 사진DB 다 돼 있을까요?
한마디로 필름들은 방치되고 있죠. 당장 신문사마다 필름 몇 컷 정도가 보관되어 있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조차 없습니다. 그 소중한 자산이, 그리고 역사가 지금 이 시간에도 내팽개쳐져 있는 것입니다.
신문사는 그 어떤 집단보다도 사진 DB가 잘되어있는 조직입니다. 매일매일 쓰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DB의 대부분은 2000년 이후의 디지털시대의 사진자료들입니다. 아날로그 필름이 디지털로 전환되기 이전, 그러니깐 지금으로부터 20년 이전의 사진자료들은 일부분만 사용 가능한 상태입니다. 디지털로 전환되지 않은 나머지 필름의 대부분은 지금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죠. 그러면서도 “우리 회사는 사진DB가 다 되어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썩어가는’ 자산들
아날로그 필름은 그 특성상 시간이 지나면서 훼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육안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하나하나 스캔 해보면 필름들의 훼손 상태를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기 중에 노출된 필름은 먼지, 습도, 기온 등 여러 가지 보관상의 문제로 인해 ‘초산화 증후군’이란 화학적 작용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백화현상, 탈색, 수축 등으로 원화상이 훼손될 수 밖에 없습니다. 보관상태가 아무리 좋아도 지금 이 시간에도 아날로그 필름은 ‘썩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필름자산의 디지털 전환 더는 늦출 수 없습니다
이렇듯 아날로그 필름의 디지털 전환은 더 이상 늦출 수 없습니다. 필름 훼손은 지금 현재도 진행형이니까요. 자산화의 가능성조차 사라지고 있는 셈입니다.
현실적으로도 필름 전용 스캐너는 아날로그 필름의 쇠퇴와 더불어 이미 10여 년 전부터 단종되었습니다. 결국 스캔 비용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부 스캔 전문업체나 영세한 사진관에 노후 장비가 띄엄띄엄 있지만 장비 고장 시 대체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평판스캐너는 여전히 생산되고 있지만 필름을 스캔할 경우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화질이 떨어집니다)  

다행인 것은 전수 스캔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희망적인 것인 저장장치의 발달로 예전에 꿈도 꿀 수 없었던 전체 저장이 가능해졌다는 점입니다.
예전엔 전수 스캔을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저장공간에 드는 비용이 막대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장장치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수 백 만장의 이미지도 테라급 외장하드 하나에 저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무실 하나 정도를 차지했던 수 백만 컷의 필름 보관공간이 외장하드 하나로 손안에 쏙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 디지털 전환이 아닌 DB화 
단순하게 스캐닝만 하면 될까요? 물론 아날로그필름의 디지털전환이 시급한 일이긴 합니다만,  스캔과 동시에 DB화를 갖춰야 제대로 된 활용이 가능합니다.
다행히 기술의 발달은 여러 가지 프로그래밍을 가능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스포츠조선의 경우는 수 년 동안 자체적으로 여러 가지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조합해서 스캔과 동시에 DB가 이루어지는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단 한 장의 예외도 없이 수 백만 컷 한 장 한 장에 사진설명이 붙는 시스템입니다. 분류값, 촬영장소, 촬영시간, 촬영내용, 촬영기자 등의 사진설명이 붙는 시스템을 개발해서 마치 네이버처럼 검색 창에서 사진 검색이 가능한 구조를 완성했습니다.
21세기 디지털시대에 신성일 배우시절 사진을 찾기 위해 필름보관 창고에 들어가서 먼지 쌓인 필름 폴더북을 뒤지고, 확대경으로 필름을 비추며 하나하나 찾던 ‘노가다’는 이제 어울리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가치 있는 ‘상품’들을 창고 구석에 처박아 놓고 아예 어디 있는지 조차 몰라서 판매조차 생각 못 하는 어리석음이 더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수작업으로 필름을 선별하는 사진DB 작업은 비용도 품도 많이 들어 엄두를 내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수 스캔을 통한 사진DB 작업은 상대적으로 비용도 적게 들고 훨씬 더 효율적입니다. 모쪼록 위기에 처한 신문사들이 회사의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새로운 수익을 창출 하는 기회의 장이 이어질 수 있게 되길 바라는 심정입니다.    


스포츠조선 정보화사업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