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지난 6월 18일 전북도민일보 본사 회의실에서 경​향신문 장용석 차장이 편집국 기자들에게 ‘편집, 돌아보기’를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고교 시절 현진건 작가의 ‘운수 좋은 날’을 읽으며 제목에 대한 의구심을 가졌었다. 돈을 많이 벌지만 정작 원하는 행복을 잃어버리는 불행한 인물의 이야기에 왜 ‘운수 좋은 날’이라는 제목을 지었을까? 제목과는 상반된 비극적인 작품 분위기에 해석이 뒤따른다. ‘운수 나쁜 날’이라고 표현했다면 오히려 전달력이 떨어지고 독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지 못했을 것이라는 평이다.
지난 6월 18일 전북도민일보 본사 회의실에서 경향신문 장용석 차장의 강의로 진행된 한국언론재단 사별연수를 들으며 그 뜻에 공감해보았다. 이번 사별연수에서 내내 생각한 것은 ‘정문일침’의 어구였다. 기사로부터 독립적이지 않으면서 신선한 충격을 주는 제목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생각했다. 편집부 기자로서 어떤 제목을 뽑고 어떻게 펼쳐야 하는지를 생각해보게 했다.
입사 5개월 차, 막 수습딱지를 떼고 편집에 대한 막연한 기준에 의지하던 내게 자극이 되었다. 순간의 느낌이 선택을 좌우하듯 ‘간결하고 명료한 단어 축약 노력은 제목 뽑기의 핵심’이라는 말은 편집의 중요성과 존재 의의를 함축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TV 광고는 3초 이내에 시청자의 눈을 자극하고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한다. 신문 또한 TV와 다를 바 없다. 간혹 선정적이거나 과격한 표현도 나름대로 이목을 이끄는 방법임을 알게 되었다.
언어는 인간이 누리는 첫 번째 축복이자 진화의 산물이다. 언어를 기반으로 생각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음은 두 번째 행복이다. 언어는 감정을 전하는 매개이기도 하다. 글자로도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음은 신비하다. 똑같은 말도 어감이나 표정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준다. 하지만 외양이 배제된 글자에도 주관이 드러남은 놀랍다.
‘보고 만질 수 없는 <사랑>을,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게 하고 싶은 외로움이, 사람의 몸을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른다’
최인훈 작가의 ‘광장’에 수록된 구절이다. 추상적인 개념의 <사랑>을 언어로 설명하니 더욱 와닿고 아름답다. 보고 싶고 만지고 싶어서 사람의 몸이 만들어졌고 그것이 <사랑>이라 하는 아름다운 시선과 멋진 표현. 글이 가지는 힘으로 생각된다. 그 힘을 바탕으로 정보전달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편집기자의 사명임을 배웠다.
기사의 본질을 발견하고 단순한 요약에 그치지 않고 예속적인 성격을 내포하는 제목이 요구된다. 기자의 주관과 기사의 핵심을 짧은 글귀로 간추리는 데엔 오랜 훈련이 필요하다. 미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준비하고 노력해야 함을 배운 귀중한 시간이었다.


전북도민일보 한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