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 임윤규의 편집단상 -


 

두 장의 사진이 있습니다
하나는 컬러
하나는 흑백입니다


하나는 사람이 보는 세상이고
하나는 강아지가 보는 세상입니다


사람은 컬러로 세상을 보지만
강아지는 흑백으로 봅니다
(푸른색과 녹색 정도는 구분한다는 연구도 있음)


작년 6월 강아지를 입양했습니다
쁨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기‘쁨’ 예‘쁨’의 쁨


그간 쁨이를 안고 창가에 서서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쁨이야
저 파란 하늘 좀 봐
저 핑크빛 벚꽃 좀 봐
너처럼 예쁘지?
내가 예쁜 세상 많이많이 보여줄게”


그러나
쁨이가 보는 세상은
아래쪽 흑백 세상이었습니다


설사 내 말을 알아들었다해도
“이 양반 뭔 뚱딴지래
하늘색이 어쩌고
꽃색이 어쨌다는 거야
비스무리한 하늘색이고
그게 그거인 꽃색이구만” 했을 겁니다


사람이 보는 세상
강아지가 보는 세상
내가 보는 세상
당신이 보는 세상


우리가 보는 세상
그들이 보는 세상
어마어마하게 다를 수 있습니다


내가 쁨이의 세상을 이해하려면
컬러라는 선입견과 편견을
쫙 빼고 보아야합니다


내 제목이 네 제목이 되려면
내 선입견과 편견 또한
쫙 빼야합니다


쁨이 덕분에
곳곳에 박힌
내 선입견과 편견을 보게 되었고
또다른 세상의 예쁨을
아니
당신의 예쁨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요즘 흑백사진 앱을 다운받아
흑백 세상을 찍고 돌아 다닙니다


쁨이의 세상을
좀더 알기 위해


중앙일보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