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 임윤규의 편집단상 -


‘이태원클라쓰’가
재미있다고 해서 봤어요


대사 하나가 여운이 크네요


드라마 주인공 식당이
TV요리경연 결승에 올라갑니다
우승을 해야 투자 유치를 받을 수 있는 상황
이 때 상대팀에서 주인공 식당 셰프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퍼뜨려 방해 꼼수를 씁니다


어쩔 줄 몰라하는 여성 셰프에게
주인공이 말합니다


“니가 너인 거지
누군가를 납득시킬 필요 없어
넌 잘못 없어
괜찮아
우승 안 해도 돼
그런 시선까지
니가 감당할 필요 없어”


짠하더라고요


TV를 껐는데도 대사가 머리에서
안 꺼지더라고요


“니가 너인 거지
누군가를 납득시킬 필요 없어”


멋있고 짠한 대사가
내 일과 오버랩됐기 때문입니다


우린
니가 너인 거지만
항상
누군가를 반드시
납득시켜야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작가의 대사처럼
짠하고 멋진 제목을 달고 싶어
안달을 해왔습니다
내 능력 부재를 질책하기도 하고
제발 잘하게 해달라고
보름달 뜨면 무릎 꿇고 기도도 해봤습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 덕분에 알았습니다


짠하고
멋진 제목이
왜 어려운가를


작가는
말을 심장에 던지면 됩니다
그래도 책임질 필요는 없지요


하지만 우리는
반드시 누군가를 납득시켜야하고
반드시 책임져야합니다


그간
난 왜 작가처럼 왜 저렇게 못할까라고
내 자신을 몰아세웠던
내가 내 자신에게 미안했습니다


앞으론
멋진 대사같은 제목을
짝사랑하기보다
주인공처럼 든든하고 책임감 있고
으리으리하게 의리 있는
그래서 사랑받는
그런 제목을
애정하기로


중앙일보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