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편집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명답과 오답은 있다. 모든 편집장이들이 수긍할 대명제다. 한국편집기자협회가 선정하는 이달의 편집상은 오답의 함정을 뛰어넘어 명답으로 솟구친 편집장인에게 씌워주는 ‘月계관’이다. 2000년 처음 제정돼 221회를 맞은 이달의 편집상은 숱한 명답 지면들을 찾아내 합당한 영예를 안김으로써 그 권위와 명성을 지켜왔다.
20여 년 간 수상작 선정에서 시상 방식까지 진화를 거듭해 온 이달의 편집상이 또 한 번 진화한다. 이번엔 가히 심사 방식에서 급진적이라 할 만한 변화다. 시대의 화두인 ‘공정성’을 대폭 강화한다. 현직 편집기자들이 편집상 예심에 참여하고, 항목별 배점표에 의거해 엄정한 심사를 하게 된다. 이같은 변화는 일선 기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다.
이달의 편집상 개편을 요구하는 의견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현행 방식은 2심제로, 편집데스크 출신 심사위원이 4개 부문별로 후보작 2편씩을 추리고 전국 회원사 투표로 1편씩 최종 확정하는 시스템이다. 특정 소속사 현직에서 벗어난 베테랑 심사위원들의 연륜과 안목으로 후보작을 걸러낸 후 전국 편집기자들의 민주적 투표로 객관성을 보완하는 방식인데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일부 문제점이 노출되기도 했다.
먼저 심사위원 1명이 매달 최대 100편이 넘는 응모작들을 일별하다보니 정확하고 세밀한 심사를 하기 어렵지 않겠냐는 지적이 있었다. 게다가 3인의 심사위원단 중 1명이 한 달씩 번갈아 맡다 보니 이전 수상작과 비슷한 지면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아울러 심사 과정에서 젊고 새로운 편집 트렌드를 더 적극 평가해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협회는 이같은 여론을 수용해 1심과 2심 앞에 예심 과정을 신설하기로 했다. 뉴스편집 현장에서 급변하는 트렌드를 적극 반영할 수 있도록 현직 편집기자들이 예심 심사를 맡는다. 협회는 한국편집상 수상 경력이 있는 10년차 이상 편집기자들에게 협조를 구해 예심 심사위원단으로 위촉할 방침이다. 예심 심사위원단은 인상비평을 넘어 엄정한 항목별 배점 평가시트로 각 지면에 점수를 매기게 된다. 세분화한 5개 평가항목은 ①적확성, ②독창성, ③제목·레이아웃의 조화, ④밸류판단·통찰력, ⑤영향력이다. 예심위원단은 부문별로 4배수의 작품을 추려 본심 심사위원에게 전달하게 된다. 즉 종합, 경제·사회, 문화·스포츠, 피처 등 4개 부문별 4편씩, 총 16편으로 압축하는 것이다. 예심 심사위원의 정교한 채점으로 공정성, 객관성, 엄밀성 강화 효과가 기대된다. 본심 심사위원은 16편 중에서 8편만 골라내면 되니 부담이 대폭 줄어들고 찬찬히 공들여 심사를 할 여지가 커진다.


이달의 편집상 심사 절차 개선안

현행

❶ 후보작 접수 →
❷ 1차: 심사위원 후보작 선정*(부문별 2편) →
❸ 2차: 전국 51개 회원사 투표 →
❹ 4개 부문별 수상작 1편씩 선정
*심사위원 3인이 한 달씩 번갈아가며 1명이 4개 부문 모두 심사


개선안

❶ 후보작 접수→
예심: 현직 편집기자단 부문별 심사(후보작 4배수로 압축) →
❸ 1차: 심사위원 후보작 선정(부문별 2편) →
❹ 2차: 전국 51개 회원사 투표 →
❺ 4개 부문별 수상작 1편씩 선정


실제로 다수의 편집기자들을 통해 항목별 채점 방식의 예심 시뮬레이션을 해 보니, 의미 있는 결과가 도출됐다. 시뮬레이션 참여자들은 “한눈에 일별하는 직관적 평가에서 벗어나 보다 공정하고 엄밀한 평가를 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튀는 표현의 제목이나 화려한 레이아웃이 있는 지면이라도 적확성이나 밸류판단 같은 다른 항목들의 점수가 현저히 낮으면 총점에서 밀리기도 했다. 거꾸로 제목·레이아웃이 핵심을 꿰뚫는 적확성이나 이슈를 찌르는 통찰력이 탁월하면 높은 총점을 받기도 했다.
현 심사위원 3인은 심사방식 개편안에 대해 모두 환영과 지지의 뜻을 밝혔다. 금교돈 심사위원(현 조선교육문화미디어 대표)은 “100여편을 혼자 도맡아 심사하는 건 아무래도 부담이 컸다. 현업에 있는 기자들의 시각을 반영하면 보다 공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허경회 심사위원(현 한웅이앤피 대표)은 “정량적 평가를 강화하는 심사방식에 동감한다”며 “젊은 기자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는 역동적 변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수곤 심사위원(현 동아E&D 대표) 역시 “심사방식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고 현직 기자들이 참여하는 예심 절차를 거치는 것도 존중한다”며 힘을 실어줬다.
협회는 여론 추가 수렴과 6월 총회 추인, 예심 심사위원단 위촉을 거쳐 이르면 상반기 중 이달의 편집상 심사 개편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편집에 정답은 없듯이 편집상 심사 방식에도 따로 정답은 없을 것이다. 다만 명답을 찾아가는 새로운 항해의 닻이 힘차게 올랐다. 이는 곧 명답 지면들을 묻히지 않게 건져내는 보물선의 여정이기도 하다. 그 영예로운 여정에 편집장인을 꿈꾸는 전국 회원사 편집장이들의 동참을 기대한다.


  협회 집행부가 2월 월례회의에서 이달의 편집상 심사방식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