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220회·221회 이달의 편집상 선정


한국편집기자협회(회장 신인섭)는 제220·221회 이달의 편집상을 4편씩 선정했다.
221회 이달의 편집상에 종합부문 서울신문 박은정 기자 <땀흘린 트레이닝복 밀어낸 양복… 누가 주인공인가요>, 경제·사회부문 경남신문 강지현 차장 <깨져도 손 못보는 ‘보안 창문’>, 문화·스포츠부문 머니투데이 김진희 기자 <내가 번돈, 뇌가 쓴다>, 피처부문 서울신문 김영롱 기자 <백발의 낭만닥터는 오늘도 동심을 살려냈다>가 수상했다.
박은정 기자의 <땀흘린 트레이닝복 밀어낸 양복…>은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사진 한 장에 ‘트레이닝복-양복’ 대조되는 제목으로 강스파이크를 날렸다. 강지현 차장의 <깨져도 손 못보는 ‘보안 창문’>은 간단명료한 그래픽과 쉬운 제목으로 윈도우7의 지원 종료가 뭘 의미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냈다. 김진희 기자의 <내가 번돈, 뇌가 쓴다>는 마케팅에 관한 책을 소개하면서 제목 자수의 좌우 대칭을 맞춰 운율감을 잘 살렸다. 김영롱 기자의 <백발의 낭만닥터는…>는 레고를 이용한 레이아웃으로 독자에게 동심을 불어넣었다.
221회는 수상자 전원이 여성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달의 편집상 4개 부문을 모두 여성 편집기자들이 휩쓴 경우는 제119회 이후 처음이다. 앞으로도 여성편집인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앞서 1월 28일에 결과를 발표한 220회 이달의 편집상 수상작에는 종합부문 서울신문 <가난한 동네엔 붉은 물이 흐른다>, 경제·사회부문 머니투데이 <구해줘, 홈즈… 나 혼자 안 산다>, 문화·스포츠부문 스포츠서울 <KIA, 헌신을 헌신짝처럼 버렸다>, 피처부문 경인일보 <만원버스에서 피어나는 유니콘 기업의 꿈…>이 뽑혔다.
조두천 차장의 <가난한 동네엔 붉은 물이 흐른다>는 붉은 수돗물의 원인과 결과를 지리적으로 분석해 빈부격차를 수질로 압축했다. 이송이·권수정 기자의 <구해줘, 홈즈…>는 고시원과 공유주택의 조감도를 배치해 차이점을 강조했다. 인동민 기자의 <KIA, 헌신을 헌신짝처럼 버렸다>는 화려한 수식어보단 단순한 표현으로 더 큰 ‘한 방’ 날린 편집이다. 장주석·연주훈 기자의 <만원버스에서 피어나는 유니콘 기업의 꿈…>은 고된 출·퇴근길과 비싼 집값이 판교 직장인에겐 ‘옥에 티’지만 그래도 여전히 ‘기회의 땅’임을 재미있게 구성했다.



제220회 편집상 심사평

기존 제품보다 더 빛나는 ‘짜파구리’ 같은 작품들

짜파구리가 출세했다. ‘기생충’들이나 먹던 짜파구리가 고급 한식당, 별 다섯 개 호텔에 진출하고 세계인들이 찾는 음식이 되었다.
짜파구리의 신분 상승은 영화의 성공에 힘입은 것이지만, 한국인의 ‘비빔밥 정신’에서 근원적인 답을 찾을 수 있다. 기존 제품을 있는 그대로 소비하지 않고 고쳐서 사용하는 ‘모디슈머(modify+consumer)’들의 역할도 숨어있을 것이다.
편집의 세계에서도 ‘비빔밥 정신’과 모디슈머들을 숱하게 만난다.              
종합부문, 서울신문 조두천 차장의 ‘가난한 동네엔 붉은 물이 흐른다’는 제목에 숨이 붙어있다. 영화 ‘기생충’의 흙탕물에 잠긴 반지하를 떠올리게 한다. 감성을 자극하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힘을 지녔다.    
경제사회부문, 머니투데이 이송이·권수정 기자의 ‘구해줘, 홈즈… 나 혼자 안 산다’는 TV프로그램의 제목들을 적절하게 이용했다. 유행어나 사자성어, 관용구 등 귀에 익숙한 용어들을 잘 활용하면 독자의 시선을 쉽게 끌어올 수 있다.
문화스포츠부문, 스포츠서울 인동민 기자의 ‘KIA, 헌신을 헌신짝처럼 버렸다’는 동음이의어의 반복을 통해 전달력과 집중력을 높였다. 비유법 활용의 모델케이스를 보는 듯하다.
피처부문, 경인일보 장주석·연주훈 기자의 ‘만원버스에서 피어나는 유니콘 기업의 꿈…’은 흥미로운 기획을 편집으로 잘 정리해 주었다.  ‘출근전쟁, 602-2B 탑승기’ ‘이탈, 나는 왜 판교를 떠났나’  ‘슬리퍼, 그래도 기회의 땅’ 등 각 단락의 제목들이 기사 읽기를 잘 유도하고 있다.
짜파구리는 어떤 맛일까. 이번 주말엔 만나보고 싶다.  


제221회 편집상 심사평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얻어낸 답들

# ‘왜?’에서 출발하는 편집
봉준호 감독은 촬영 현장에서 ‘왜?’라는 질문을 자주 던진다고 한다. 시나리오와 스토리보드 등 영화 제작의 모든 과정을 머릿속에 정해놓고 구현하는 스타일로 유명하지만 배우나 스태프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주 독려하는 것이다. ‘땀흘린 트레이닝복 밀어낸 양복… 누가 주인공인가요’(서울신문 박은정 기자)와 ‘깨져도 손 못보는 보안 창문’(경남신문 강지현 차장)은 편집과정에서 편집자가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 것에 대한 답이다. ‘트레이닝복 밀어낸 양복’은 흔히 볼 수 있는 사진이지만 기획이 뛰어났고, 꼰대문화를 제대로 꼬집은 작품이다.
영화 ‘기생충’에 관한 편집은 눈에 띄는 작품이 나오지 않아서 아쉬움이 크다. 소문난 잔치라서 편집의 마술이 개입할 여지가 없었던 것일까? 혹시라도 ‘이달의 편집상’에 출품하지 못한 수작이 있다면, 연말을 노려볼 일이다.


# ‘아하!’로 살려내는 편집
‘내가 번돈, 뇌가 쓴다’(머니투데이 김진희 기자)는 뇌과학 마케팅에 관한 책을 소개하는 기사의 편집인데, 이렇게 한방에 기사의 핵심을 짚어내는 게 어떻게 가능했을지, 편집자의 숨은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글자 수 또한 좌우대칭의 운율을 잘 살려서, 어디 한 군데 부족함이 없는 지면을 만들어냈다. ‘백발의 낭만닥터는 오늘도 동심을 살려냈다’(서울신문 김영롱 기자)는 장난감 병원 스토리에 관한 편집인데, 백발의 낭만닥터로 패러디한 센스가 돋보인다. 낭만닥터는 동심을 살려냈고, 편집자는 지면을 살려냈다. 그 외에 ‘이 곳이 TV 드라마 속 그 곳’(충북일보 신아영 차장)은 수상작에 들진 못했지만, 절묘한 사진 배치로 기사의 핵심을 잘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