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김종서 서울경제 부국장 인터뷰


“뉴미디어 시대에는 뉴스 큐레이터, 스토리텔러의 역할이 더욱 필요하다. 편집기자는 다양한 시선으로 정보를 재가공할 수 있는 능력과 콘텐츠를 재생산할 수 있는 역량이 갖춰져 있어 미디어 환경 변화에도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적응 가능한 최적의 직군이다”
30년 넘게 ‘편집장이’의 길을 걷고 있는 김종서 서울경제 부국장은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에서도 편집기자들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조언했다. 그에게서 뉴미디어 시대에 언론사와 편집기자가 나아갈 방향을 들어봤다.


미디어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미디어시장 전반을 조명해 본다면?
미디어는 이미 종이신문 시대를 지나 인터넷, SNS, 유튜브 등 1인 미디어 시대로 진입했다. 뉴미디어의 개념도 많이 바뀌고 있다. 우리 신문쟁이 입장에서 뉴미디어라고 하면 유독 언론분야에 국한돼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뉴미디어는 ‘포스트 언론’이 아니다. 뉴미디어는 콘텐츠와 플랫폼의 형식, 즉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분야로 나눠볼 수 있다.
우선 콘텐츠에 따라 분류를 해보자면 대표적인 뉴미디어인 ‘하이프비스트’가 있다. 하이프비스트는 세계적인 패션과 스트릿웨어 뉴스 웹 매거진이다. 이는 엄밀히 말하면 언론이 아닌 커머스로 볼 수 있다. 때문에 뉴미디어를 새롭게 정의하자면 인터넷, 모바일을 기반으로 기성 언론을 포함, 새로운 콘텐츠 정보를 독자들에게 전달 혹은 판매하는 매개체로 볼 수 있다. 게임 여행 먹거리 등 콘텐츠 분야도 다양하다. 전달 방법론에 있어서도 단순 미디어 매체가 될 수도 있고 혹은 커머스가 될 수도 있다.
뉴미디어의 특징은 웹, 모바일 위주의 플랫폼을 쓴다는 것. 기존의 올드 미디어가 다루던 주제를 신선하고 자극적인 방법으로 전달한다는 것이다. 또 소규모 소자본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요즘 신문 방송은 뉴미디어의 신선한 전달방식을 받아들여 독자들에게 다가가려고 머리를 짜내고 있다. 반대로, 뉴미디어 기업도 올드미디어가 기자를 뽑듯 다방면의 전문 인재를 보강, 체계를 갖춰 나간다. 결국 기성 언론미디어와 뉴미디어는 서로 융합하면서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간다고 볼 수 있다.


뉴미디어가 포스트 언론이 아니라고 했는데 그럼 레거시 언론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뉴미디어의 생명은 콘텐츠다. 예를 들어, 기존 미디어에서 다루는 콘텐츠가 정치 경제 사회 분야라면 뉴미디어 환경에서는 이 분야를 포함,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독자들의 취향에 맞게 세분화 특화해서 특정 독자들에 맞춤형 제공을 한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확실한 콘텐츠를 가진 뉴미디어는 성공 확률이 높다. 영화 관련 웹 ‘로튼토마토’를 보자. 이 웹사이트는 영화 뉴스 평론 등 독특한 콘텐츠를 가지고 기존 미디어인 신문의 영화면을 대체하고 있다. 이 매체의 파급력은 신문보다 훨씬 크다.
유튜브도 비슷하다. 1만이상 로열티 있는 독자만 확보된다면 10만 구독자를 가진 신문이 부럽지 않다. 예를 들어 ‘자동차’ 같은 특정 콘텐츠를 선호하는 구독자와, 정치 경제 등 일반적인 주제를 구독하는 독자들의 로열티는 천양지차이다. 자동차 콘텐츠는 확실한 구독층과 확실한 수익이 보장되는 반면 정치 경제 콘텐츠 독자들은 언제든 떠날 수 있는 나그네 독자일 뿐이다. 확실한 취향에 기반한 뉴미디어가 수익성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신문 방송은 아직도 올드미디어의 정보를 재가공하고 있다. 한정된 콘텐츠와 깊이도 문제다. 또한 새로운 시대, 각계각층이 요구하는 취재, 편집방식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뉴스 큐레이션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것이 한국 신문의 한계다. 때문에 한국식 언론형 미디어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고 확 바꿔야 살아 남을 수 있다. 최근 신문사들이 조직 개편을 서두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뉴미디어 시대’ 플랫폼을 이끄는 주된 동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플랫폼에 따른 뉴미디어의 진행 방향은 세계적으로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AI 기반 미디어’ 흐름이고 다른 하나는 ‘블록체인 기반 미디어’다. AI기반 미디어는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시도하는 곳이 있다. 지니뉴스라든지 협의의 네이버 디스코 등이 있지만 지니뉴스는 2년여간 업데이트를 실시하지 않고 있고 네이버 디스코는 작년에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이다. 그만큼 뉴미디어는 세밀한 생존전략이 필요한 사업이다. AI기반 뉴스의 대표적 선두주자를 든다면 중국의 ‘진르텨우타오(이하 진르)’다. 우리나라말로 번역하면 ‘오늘의 헤드라인’이란 뜻이다. ‘진르’는 출범 5년도 안 돼 중국 뉴스 포털 분야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진르’는 철저하게 빅데이터 기반으로 AI 플랫폼을 활용해 뉴스를 생산하고 맞춤형 유통을 하는 것이다.
초기엔 유통에 방점을 뒀다가 최근에는 막강한 자본력으로 양질의 뉴스생산도 엄청나게 해낸다. ‘진르’는 기존 언론과는 달리 일반뉴스보다는 동영상 속칭 움짤, 개인 블로그 등 젊은이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 ‘진르’의 하루 접속자수는 1억명 정도가 된다고 한다. 접속수보다 의미 있는 건 체류시간이다. 1인 하루 평균 78분 머무른다. 광고가 따라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세계적 흐름의 또 한 갈래는 블록체인 기반 미디어다. 선두주자 ‘스팀잇’이 있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블록체인 미디어로 보긴 힘든 면이 있다. 블록체인 기반 미디어 모범사례로 미국의 ‘시빌’이 있다. 시빌도 ICO(일반기업의 상장절차인 IPO)를 통해 코인을 발행하며 작년 공식 출범했다. 시빌은 현재 자율 규제 뉴스 시스템을 지원하는 시빌 레지스트리(Civil Registry)와 블록체인 발행물과 관련된 정보를 지표화하도록 돕는 시빌 퍼블리셔(Civil Publisher)라는 두 가지 툴을 사용한다. 시빌은 수익을 유저들에게 배분하고, 광고주들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적인 기사를 쓰겠다는 것과 가짜뉴스 근절을 목표로 출범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뉴미디어로 뜨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초기단계라서 수익모델에 대한 평가는 섣불리 판단 할 수 없다. 다만 블록체인 기반 미디어의 문제점은 SNS와 연계되지 않으면 유저를 모으기가 힘들고 사이트 내 자체 생태계를 구축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만약 시빌이 새로운 미디어로 정착하고 성공한다면 뉴미디어 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 올 거라 본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편집기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뭔가. 편집기자들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지금 미디어 시장은 종이신문에서 디지털미디어로 급속도로 전환되고 있다. 머지않아 디지털이 대세가 될 것이고 종이신문은 감면을 시작으로 점차 위력을 잃어갈 것이다. 편집기자들은 올라운드 플레이어여서 다양한 미디어환경에 적응 가능한 최적의 직군이다. 뉴스에 한정하더라도 편집기자들은 웹 모바일 기반 뉴스들의 생성 가공 유통 피드백 단계까지 아우를 수 있는 경험과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고 본다. 단 현직에 있을 때 뉴미디어의 세분화된 분야를 더 심도 있게 공부하고 다듬을 수 있다면 환경이 변하더라도 잘 적응할 수 있으리라 본다. 사실은 현직에 있는 젊은 기자들보다는 데스크급들에게 하고픈 말이 더 많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후배 데스크들한테 여러 가지 얘기를 해주고 싶다.


지난해 말 ROTC언론회에서 ‘2019 올해의 언론인’을 수상했는데 간략한 수상소감을 듣고 싶다.
예상 못했던 상이다. ROTC 출신이긴 하지만 ROTC 커뮤니티에 자주 나가는 편도 아니었는데 ROTC언론회에서 후보 추천을 해주었다. 중앙회 심사에서 몇 명이 경합했는데 결국 내가 받게 되었다. 사회나 국가에 특별한 공적이 있었다기보다는 30년 이상 언론에 종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 같다. 편집기자로는 처음인데 과분하게 생각한다. 더 열심히 하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싶다. 그런데 상 받고 나서 일주일 후에 ROTC중앙회에서 언론대책위원장을 맡아 달라고 연락이 왔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것같다.(웃음)


마지막으로 회원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 있다면.
30여년 편집자의 길을 걸으며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은 두 권이다. 하나는 야마오카 소하치의 ‘도쿠가와 이에야스’, 한국판으로는 ‘대망’으로 번역되었다. 20권짜리인데 대학시절 처음 읽기 시작해서 40대 초반까지 6번을 읽었다. 장서로 된 20권을 고이 보관하고 있는데 내 보물 1호다. 일본 센카쿠시대 역사소설인데 소설의 재미를 더해 인생철학, 처세술이 담겨있다.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삶에 자신감이 떨어졌을 때 이 책을 읽곤 했다. 미리 ‘스포’하면 재미없으니 함 읽어보고 의미를 되새겨 보시라. 후회는 안 하리라 장담한다.
또 하나는 출간한지 그리 오래되진 않았는데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다. 광범위한 인문학, 교양서이다. 적어도 인생을 살면서 혹은 지인들과 대화를 하면서 이 정도의 지식은 갖춰야한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채사장이란 사람이 썼는데 ‘지적 대화…’ 이 제목으로만 3권이 있다. 한 권은 정치 사회 경제 등 현실세계를 다뤘고 또 한 권은 종교 과학 등 현실 너머의 세계를 다뤘다. 마지막 한권은 이 책의 백미로 우주탄생 이후 로마제국 건설까지 138억년의 인문 지식을 다뤘다. 이 정도만 독파해도 어디 가서 꿀리지 않을 정도는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