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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상 수상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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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제25회 한국편집상
    작성자 대표 관리자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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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0-02-03 11: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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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58

    이 땅의 모든 평범한 가장들을 위하여


    최우수/ 조선일보 서반석 기자


    “회사 갔다 올게” 오늘도 아무렇지 않게 이 말을 하고 집을 나섰다.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지만 그 말 뒤에는 수 많은 괄호들이 생략되어 있다. 이를테면 (뭐야, 아직도 목요일이야?) 라든가 혹은 (딱 하루만 좀 쉬면 좋겠는데……) 같은 푸념 말이다. 특히나 공휴일이면 유치원을 안가는 여섯 살배기 딸아이는 여지없이 나에게 묻는다. “아빠는 나보다 회사가 더 좋아? 왜 나랑 안 놀고 회사 가?” 그 말을 듣고 집을 나설 때면 편집기자로 지낸 지 십 수년이 흘렀는데도 (나도 남들처럼 빨간 날에 쉬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에 여전히 발길이 무거워 진다. 
    그날도 발길은 무거웠다. 출근길에 확인한 지면 기사계획에서 ‘고용통계 속보’ 여섯 글자가 보이자 한숨부터 나왔다. 이번 정부 들어 계속되는 고용악화. 매달 통계가 나올 때마다 쇼크, 참사, 재난…… 지면의 단어는 점점 강도를 더해갔다. (어쩌지 왜 또 고용 기사야, 이젠 더 쓸 말도 없는데……) 내 마음을 채우던 푸념이 부끄러움으로 바뀌는 데는 채 몇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실업수당이라도 받기 위해 긴 줄을 선 사람들. 혹여 아는 사람을 만날까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그들의 숨기고픈 이야기가 속속 기사 창에 올라 올 때마다 그저 그럴싸한 단어가 어디 없을까 머리를 굴리던 내 모습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편집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거라고. 귀에 딱지가 않도록 얘기 해주던 선배의 목소리가 내 가슴을 때렸다. 너무나 당연하다 생각해 잊고 지내던 말. 볼펜을 던지고 기사를 프린트해 뒤뜰로 나갔다. 그제서야 그들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다. 
    깜냥도 모르고 덜컥 편집을 시작한 지 어느덧 14년. 비범한 선배들의 지면을 보면서 숱한 날을 평범하기 그지없는 내 재능을 자책하며 강판 버튼을 눌렀다. 평범한 녀석이 비범한 선배들을 흉내 내고 쫓아가려니 가랑이가 찢어진다. 마음도 찢어진다. 그런 날이면 귀신 같이 알고 한밤에 나타나 20도짜리 알코올로 상처를 소독해주는 선배들이 있다. 밤새 자책과 고민을 한 컵에 말아 마시고 해가 뜨면 고통의 필름이 끊긴 채로 출근 버스를 탄다. 그렇게 버둥거리며 버티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타고난 성격이 모자란 탓에 마음 밖으로 꺼내지 못했지만 선배들이 있어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그리고 당신들의 응원과 격려 덕분에 과분한 상까지 받게 됐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마지막으로 힘든 내색도 없이 하루하루를 버티는 이 땅의 모든 아빠,엄마를 응원한다. 그리고 일터를 잃은 가장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회사 갔다 올게”라고 말할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의 행복이 다시 주어지기를 소망한다. 내일도 나는 ”회사 갔다 올게”하고 집을 나설 것이다. 이젠 푸념 대신 감사의 마음으로…… (내일이 금요일이라 그런 건 절대로 아니다).

    첨부파일 조선 서반석 기자.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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