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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상 수상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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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제25회 한국편집상
    작성자 대표 관리자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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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0-02-03 10: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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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21

    제목 안 나올 땐 1인칭으로 읽는다


    우수상/ 중앙일보 임윤규 차장


    감사합니다 송구스럽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함께 머리 쥐어짜며 좀 더 알찬 지면을 만들기 위해 열일하는 중앙일보 편집부 선후배 여러분 덕분에 이 큰 상을 받게 돼 감사합니다. 저희 부원 누구나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있음에도 제가 운 좋게 대신 받게 돼 송구스럽습니다.
    지난해 11월 24일 토요일. 같은 동네 사는 편집부 선배 부부와 저희 부부 점심 약속이 있었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는 서울 끝자락 은평뉴타운. 한 달 뒤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는지라 “그간 감사했습니다”라는 마음을 선배 부부께 전하기 위한 조촐한 식사 대접 자리였습니다. 그날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 KT아현지사에 화재가 났다는 걸 알았지만 “나랑 무슨 상관”이라며 무시했습니다. 그런데 아구찜을 먹고 계산하려하니 사장님이 “카드단말기 먹통됐어요. KT가 불나서 그렇다네요. 현금 없으시면 나중에 이 계좌로 입금해주세요”하는 거 아니겠어요. 집에 돌아와서 입금했습니다. 이후 뉴스를 보니 난리였습니다. 전화 중단, 진료 중단, 대형마트 결제 중단, 경찰서 민원 처리망 중단, 대리·택배기사 생업 타격 등 네트워크와 관련된 우리 일상 곳곳이 끊어졌습니다. 다음날 출근. 1면 톱이 KT아현지사 화재 사건으로 정해졌습니다. 직접 피해를 경험했던 터라 감정이입을 좀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나온 제목이 ‘내 삶이 끊겼다, 초연결사회 공포’였습니다. 초판과 2판까지는 이렇게 나갔습니다. 그런데 조주환 국장이 “사람이 죽은 것도 아닌데. 멈췄다가 더 정확한 표현 아닐까”라고 말씀하셨고, 이혁찬 에디터, 장동환 데스크 또한 “멈췄다가 더 낫다”판단하여 3판에 제목을 수정했습니다. 두 자를 고쳤을 뿐인데 과했던 제목이 제 몫하는 제목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제목을 달 때 떠올린 사람이 있습니다. 김수영 시인입니다. 그는 “시를 쓸 때 지게꾼을 묘사하지 말고, 지게꾼이 되어 쓰라”고 했습니다. 언제부턴가 제목이 안 나올 땐 기사를 3인칭이 아닌 1인칭으로 읽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리하면 제목이 좀 더 생기가 돌았습니다.
    KT화재 사건으로 보이지 않는 것의 소중함도 다시금 알게 됐습니다. 우리를 연결하는 공기와도 같은 존재인 네트워크. 온라인 네크워크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아구찜 사장님 같은 오프라인 믿음 네트워크라는 것도요. 만약 아구찜 사장님이 이 양반이 돈을 입금해 줄 거라는 믿음이 없었다면, 제 집사람은 잠시 인질로 잡혀 있었을 겁니다. 제가 먹통 안 된 현금인출기를 찾아 헤매다 돈을 찾아온 뒤에야 집사람을 구할 수 있었겠지요. 앞으로 마음·믿음 네트워크가 짱짱한 편집자가 되겠습니다.

    첨부파일 중앙 임윤규.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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