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사포질은 사람의 손이 닿아야 하는 마지막 과정이에요.”
목공체험 강사가 말했다. 난 문장 앞에 괄호를 쳤다. 그리고 ‘사포질’의 자리에 ‘편집’을 넣어보았다. 편집은 사람의 손이 닿아야 하는 마지막 과정이에요. 어색하지 않았다. 목공과 편집은 참 많이 닮았구나.
목공은 ‘이 정도면 됐겠지’라는 생각이 들 때 한 번 더 고운 사포로 거친 표면을, 보이지 않는 구석을 다듬는다. 편집도 마찬가지. 낱말을 쓰고 지우고, 자간을 좁히고 넓히고, 사진을 늘리고 줄이고… 이리저리 고민해 본다. 그렇게 반복적으로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부분과 부족했던 부분을 돌아본다. 잘 드러나지 않아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단어와 문장을 다듬는다. 내가 아니까.
날마다 사포질하듯 신문사에서 자기 수행(?)을 실천하는 전북지역 편집기자들이 오랜만에 번뇌를 내려놓는 자리. 전북편집기자협회(회장 전오열 전북일보 편집1부장) 2019 한마음대회와 송년의 밤 행사가 지난 11월 29일 열렸다. 편집기자들은 이날 오후 완주군 용진면 한그루영농조합에서 편백 도마를 만드는 등 색다른 체험을 했다.
강사는 느티나무로 시범을 보였다. 긴 송판을 전기톱으로 절단하고, 또 다른 기계로 원하는 길이만큼 재단했다. 얼추 도마의 모습을 갖춘 느티나무를 기계에 넣고 돌리자 송판 양면이 자동으로 대패질됐다. 드릴로 매끈해진 느티나무에 구멍도 뚫었다. 그리곤 트리머로 거친 구멍을, 기계사포로 울퉁불퉁한 표면을 다듬었다. 일사천리로 도마 하나가 만들어졌다. 난 작게 속삭였다. “역시 기계가 좋아”
손사포 작업만이 남은 상황. 궁금했다. 기계사포가 있는데, 손사포가 꼭 필요한가? 강사는 “손 사포질은 사람의 손이 닿아야 하는 마지막 과정”이라며 “기계 사포로 처리하지 못한 가장자리, 이음새 등 사각지대로 남은 부분을 마감 처리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이 발전해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존재하는구나.
강사의 말을 곱씹으며 잠시 상념에 빠졌다. 그때 가루를 풀풀 날리며 손 사포질에 열중한 모 기자를 향해 누군가 소리쳤다. “그러고 있으니 기자 같아요!” 역시, 목공과 편집은 닮았구나. 다시 한 번 생각했다.
도마를 손에 쥔 편집기자들이 향한 곳은 완주군 복합문화지구 ‘누에’. 누에는 잠종장으로 알려진 농업기술원 종자사업소 잠업시험지의 건물과 부지를 복합문화지구로 전환·재생한 곳이다. 이날 누에 아트홀에서는 원광대 졸업전시회가 한창이었다. 편집기자들은 사무실 컴퓨터 앞이 아닌, 전시실 작품 앞에 머무르며 잠시나마 스트레스와 고민을 내려놓았다.
뒤이어 전주시 송천동 한 음식점에서 ‘송년의 밤’ 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송하진 전북도지사를 비롯해 김승수 전주시장,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유희태 더불어민주당 한반도경제통일특위 부위원장, 이창익 전북기자협회장 등이 참석해 격려의 말을 전했다.
특히 한 해 동안 편집기자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각 지회 단합을 위해 힘쓴 기자들에게 수여하는 ‘2019 올해의 전북편집기자상’은 전북일보 김동일 부장과 전북도민일보 강지영 차장, 전라일보 정효정 차장, 새전북신문 양용현 차장, 전북중앙신문 김원중 기자에게 돌아갔다.
2002년 1월 19일 전북편집기자협회 창립총회가 열렸으니, 전북지역 편집기자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손을 내밀어 연대해온 지도 17년이 지났다. 전북일보, 전북도민일보, 전라일보, 새전북신문, 전북중앙신문 등 소속사의 입장을 떠나 편집기자란 공감대를 바탕으로 결성된 공동체. 이 빛나는 공동체의 연대가 이날처럼 시끌벅적하게, 오래도록 유지되길 바란다.전북일보 문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