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전혜숙 기자의 교열 이야기


OECD “세계경제 저성장 고착화… 내후년까지 거의 제로 성장”
직업고 졸업하고 일하면서 석사까지…‘마이스터대학’ 내후년 시범 도입
톰, “제리와 내후년 결혼한다” 전격 발표


여기서 질문. 예문 기사가 작성된 2019년을 기준으로 톰이 제리와 결혼하겠다는 내후년의 연도는? 정답은 2022년. 그런데 대부분 사람이 2021년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내후년의 뜻을 잘 알지 못하고 사용하고 있다. 이 기사 역시 톰도 편집자도 2021년을 염두에 두고 내후년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독자를 포함해 이 표현이 틀린 걸 인식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잘못된 내후년의 뜻이 어쨌든 하나로 통했다는 점이다. 표준 국어대사전을 보면 내년은 ‘올해의 바로 다음 해’, 후년은 ‘올해의 다음다음 해’, 내후년은 ‘후년의 다음 해’를 가리킨다고 나온다. 2019년을 기준으로 내년은 2020년, 후년은 2021년, 내후년은 2022년이 된다. 정리하면 2019년의 내후년은 2년 뒤인 2021년이 아니라 3년 뒤인 2022년이 되는 것이다.
 헷갈린 톰의 결혼 시기보다 더 혼란의 파장이 클 수 있는 건 경제전망 오류다. 첫 제목의 기사 본문 내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9년 말 내놓은 2020~2021년 세계 경제 전망이었다. 그런데 편집자가 이 본문의 2021년을 놓고 내후년이란 큰 제목을 달아 심각한 팩트의 오류를 낳았다. OECD는 세계 경제를 2021년까지만 ‘제로 성장’할 것으로 진단했는데, 편집자가 1년 추가해 2022년까지 제로 성장할 것이라 예견해버린 기사가 됐다. 내후년이란 단어의 쓰임을 잘못 알고 사용한 대표적인 제목 오류다. 알고 보면 큰 오류인데 지난해 이 같은 오류 제목이 가장 많이 달린 기사는 바로 두 번째 예문, 마이스터대학 도입 관련 기사가 아니었나 싶다. 작년 하반기 대부분 매체가 마이스터대 도입 제도 기사를 다룰 때 2021년 자리에 내후년이란 단어를 제목으로 썼다. 대체로 사용법을 잘 몰라 틀린 줄도 모르고 넘어갔지만 ‘탑1’ 오류 기사였다.
  참고로 내일모레는 쓰임이 다르다. ‘내일의 다음 날’을 뜻하는 ‘모레’는 ‘내일모레’도 같은 뜻이어서 둘 다 상관없이 쓸 수 있다. 이런 내일모레 때문에 내후년까지 같은 사용법으로 착각하는 경향도 있는 듯하다. 내일모레와 내후년은 같은 처지가 아니니 헷갈리면 차라리 숫자로 표기하는 것도 방법이다. 틀릴 바에는 정확하게 숫자로 표기하자. 새로 시작한 2020년에는 ‘내후년’을 바르게 사용해 ‘제목 오류 탑1’ 유형 기사에 합류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