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얼마 전 첫눈이 내렸다. 오랜만에 만난 회포를 채 풀기도 전에 사라져 버렸지만 곧 가을 까치밥인 빨간 홍시가 하얀 눈모자를 쓴 모습도 볼 수 있으리라.
대전일보사 1층에 자리잡은 카페 랩마스(Lab MARs). 이곳도 겨울을 맞을 채비로 분주했다. 일요일(11월 10일)에 출근 후 따뜻한 커피 생각에 가보니 입구 좌측에 지름 1m 이상의 원형 녹색 천이 놓여 있었다. 거대한 북트리(Book Tree)가 들어설 자리란다. 책을 탑처럼 높게 쌓아올리는 작업이 막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어릴 때 블록쌓기 놀이를 했던 기억이 떠올라 기꺼이 일손을 보탰다.
차곡차곡 책이 쌓여갔다. 내부가 비어 있으면 무너질 위험이 있어 안에도 빈틈없이 책들로 가득 채워야했다.
수레까지 동원해 대여섯명이 매달렸지만 진도는 더디기만 했다. 국장님, 부장님도 부역(?)에 동원돼 힘을 보탰다. 편집국 한켠에서 먼지쌓여 잠자고 있던 2000여권을 책들이 켜켜이 제자리를 찾아갔다.
깜찍한 성탄 장식품과 선물상자로 꾸며놓고보니 제법 근사한 크리스마스 트리다. ‘인연’, ‘위로’, ‘길위에서’ 등 북트리를 빙빙 돌면서 쌓인 책 제목들을 이어보면 메시지를 찾을 수 있다. 수능과 업무에 지친 이들에게 잠시나마 위안이 될 것 같다.
높이 솟아오른 지식의 나무를 바라보니 바쁘다는 핑계에 기대 그간 책읽기를 소홀히 한 나 자신이 작아지는 듯 하다. 내년엔 내 안의 나무도 한뼘쯤은 자라있길 바란다. 대전을 들를 기회가 있다면, 한번쯤 대전일보 랩마스에서 북트리 옆에 앉아 따뜻한 차 한 잔 할 것을 권하고 싶다.
첫눈같은 반가운 사람들과 함께 한다면, 우리 인생의 책갈피는 행복 챕터쯤에 꽂혀있지 않을까. 모두들,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대전일보사 1층 복합문화공간 랩마스에 북트리가 들어섰다. 랩마스는 11월 10일 책 2000여 권을 이용해 북트리를 만들고,

창가에는 1000여 권을 비치해 이용객들이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일보 제공  

 

대전일보 김하영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