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전혜숙 기자의 교열 이야기


다음 중 틀리지 않은 제목은?

마켓, “탈모시장 큰손 바꼈다”…5명 중 3명은 여성
‘훈맹정음’ 산다라박 “데뷔 후 연예인만 사겼다” 폭로
반려견에 ‘할켜’ 숨진 것으로 알려진 여아, 사실은 부모 방치로 사망

정답은 틀리지 않은 문항은 ‘없다’이다.
어간에 모음 ‘ㅟ’를 포함하고 있는 ‘바뀌다, 사귀다, 할퀴다’는 뒤에 모음 어미 ‘-어’가 붙을 때 절대로 줄여서 표기하지 않는다.
바른 문장으로 고치면 ‘뒤바꼈다→ 뒤바뀌었다’ ‘사겼다→ 사귀었다’ ‘할켜→ 할퀴어’다. 이 세 가지를 거론한 것은 제목 오류에서 눈에 잘 띄는 ‘톱3’ 항목이기 때문이다. 말로 할 때는 왕왕 이렇게들 사용하지만 표기로는 하면 안 된다. 얼핏 보면 납득이 안 갈 수도 있다. 느낌상으론 ‘바뀌+어→바껴’로 줄어들어도 될 것 같지만 틀렸다. 우리말에서는 ‘-ㅟ’와 ‘-ㅓ’가 줄어들 수 없고 ‘-ㅟ+-ㅓ’의 준 형태도 없다. 한글맞춤법 제36항에 따르면 모음끼리 어울려 ‘-여’로 바뀌는 것은 어간 ‘이’와 어미 ‘-어’가 결합할 때다. 견디어→견뎌, 막히어→막혀’ 같은 말들이 이 원칙에 따라 줄었다. 그런데 ‘바뀌다, 사귀다, 할퀴다’ 등에 어미 ‘-어’가 어울리면 우리 모음 체계에선 이를 나타낼 글자가 존재하지 않아 더 이상 줄여 쓰지 않고 그대로 표기하고 있다. 이는 훈민정음 창제 때부터 정한 원칙이다. 학창 시절 배운 대로 한글 자모는 자음 14개, 모음 10개로 24자다. 모음만 보면 ‘아, 야, 어, 여, 오, 요, 우, 유, 으, 이’이다. 이 10개 모음자로 적을 수 없는 소리는 두세 개를 합쳐 적는데, 그것은 ‘애, 얘, 에, 예, 와, 왜, 외, 워, 웨, 위, 의’ 11자다(한글맞춤법 제4항). 즉 모음으로 적을 수 있는 글자는 모두 21개다. 여기에 ‘ㅟ+어’가 어울려 나올 만한 ‘(ㅜㅕ)’란 글자는 없다. 결국 ‘바뀌어, 사귀었다, 할퀴었다’ 등은 더 이상 줄어들지 않는다.
그런데도 꾸준히 빈도 사용 1위인 ‘바꼈다’만 놓고 유추해보면 ‘바끼+어서’ ‘바끼+었다’의 형태로 활용한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어간을 ‘바끼-’로 설정하면 가능하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어근으로 ‘바끼다’라는 말은 사전에 없다. ‘바뀌다’만 있다. 번거롭고 길다고 마음대로 줄이면 안 되는 이유다. ‘바뀌어서’ ‘바꿔서’ ‘바뀌었다’ 등으로 사용해야 한다. 헷갈리면 어간을 떠올려보면 된다. 참고로 방귀도 콧방귀도 ‘끼는’ 게 아니라 ‘뀌는’ 거다.
 한국경제신문 교열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