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박춘원의 호모비디오쿠스 


유튜브가 단지 동영상 공유 서비스 단계를 넘어서 이미 구글에 이어 세계 2위의 검색 서비스로서의 위치를 점하고 있음은 더 이상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오늘날 유튜브는 ‘없는 콘텐츠가 없는’ 전지전능한 ‘갓튜브’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기존에는 청소년들만 이용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유튜브였지만 중,장년 세대인 50~60 세대 상당수가 유튜브앱으로 동영상을 시청하는 습관이 일반화되다 보니 ‘없는 세대가 없는’ 플랫폼까지 되었다는 평가마저 받고 있다. 연령대를 초월, 전세대가 애용하는 유일무이한 전무후무한 인터넷 서비스가 된 것이다. 필자 생각에 유튜브가 이런 글로벌한 위상을 지니게 된 핵심적 이유는 크게 다음 두가지가 아닐까 싶다.
첫째 스마트 폰의성능. 특히 내장 카메라 기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면서 때와 장소를 불문, 누구나 손쉽게 동영상을 촬영, 편집해서 공유할 수 있게 되었고 이로 인해 동영상이 21세기 가장 중요한 미디어 포맷으로 자리잡는 시대가 열렸다.
둘째 다른 많은 소셜미디어들과 달리 유튜브는 개인들이 구글 애드 센스라는 광고 플랫폼에 의해  직접적 수익 창출이 가능해졌다.
필자는 이중에서 특히 두번째 요인, 개인들의 수익 창출이 가능한 거대한 미디어 플랫폼으로 진화했다는 점이 유튜브 전성기를 여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알다시피 유튜브는 개인들이 공유하는 동영상 중 일정 조건(지난 12개월 동안 채널 총 시청 시간이 4,000시간 이상, 구독자 수가 1,000명을 넘으면 수익 창출 가능)을 충족하는 콘텐츠에는 광고를 배정해주고 광고 수익을 배분(구글 45 : 이용자 55)해 준다. 그리고 광고 수익 외에도 수퍼 챗, 채널 유료 멤버십 제도, 유튜브 프리미엄 수익 배분, 상품 라이브러리를 통한 전자 상거래 지원 등 다양한 수익 창출 수단을 제공해 주고 있다. 이런 수익 창출 제도로 인해 지난 10여년 사이 개인이 유튜브를 이용해 돈을 버는 ‘유튜버’라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직업군이 등장했다. 그 결과 인기 유튜버들은 연예인에 뒤지지 않는 거대한 팬덤을 거느리는 선망의 대상이 되어 있다. 직업으로서의 유튜버에 대한 인기는 최근 수년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장래 희망 선호도 조사에서 1위가 유튜버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 수 있다. 이들 유튜버들 중 매우 인기 있는 유튜버들을 흔히 인플루언서라 불린다. 즉 영향력 있는 개인으로서 기존 연예인들에게 주로 붙이던 이른바 셀러브리티라는 용어가 인기라는 계량화하기 애매한 추상적 범주의 용어라면, 인플루언서는 유튜브의 구독자 수나 콘텐츠 조회수 등으로 영향력 크기를 명확하게 계량화 할 수 있는 그런 용어다.
따라서 통상 유튜버를 부를 때 구독자수를 기준으로 백만 유튜버다 천만 유튜버다 이렇게 구독자 수를 접두사로 붙여서 그 유튜버의 영향력을 구체화하고 그것이 유튜브에서의 계급이 된다. 이런 동영상 기반의 인플루언서를 중국에서는 ‘왕홍(网红)’이라 부른다. 중국에서는 이미 왕홍경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거대한 산업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뷰티, 패션 분야 등 여성 위주의 산업 등에서 맹활약하고 있으며 이들을 통한 연 매출이 18조원을 넘어서는 거대한 산업으로 등장했다.
그런데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에서는 유튜브를 비롯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서구 소셜미디어들이 금지되어 있다. 따라서 이들 왕홍들은 웨이보 등의 포털과 한국에도 잘 알려진 틱톡, 중국판 유튜브라 불리는 유쿠(Youku), 서구에서 ‘비고비디오’로 알려져 있는 훠산(Huoshan), 콰이쇼우 (Kuaishou), 비리비리 (Bilibili) 등 콘텐츠 유형별, 지역별, 연령대별로 특정 타깃층을 공략하는 다양한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 왕홍들이 최근 중국내 활동에만 머무르지 않고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에 본격 진출을 추진하기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로 한국을 활용하기 시작하는 것이 눈에 뜨인다. 이런 왕홍들의 글로벌 진출 욕구를 거꾸로 한국의 대 중국 진출 활성화를 위한 교두보로도 삼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중국내 한류 바람을 이용하여 한국 기업들이 한류 스타 셀럽들을 활용한 중국 마케팅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는데 시간 비용면과 아울러 활동상 여러 제약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왕홍들이 인터넷과 동영상 서비스 기술 환경이 잘 갖추어 진 한국을 교두보 삼아 유튜브 등에 진출하는 것을 매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한국 상품을 이들을 통해 전세계 화교들에게 팔 수 있는 기회를 만들면 훨씬 용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한국 셀럽이 중국에 가는 대신 이미 중국 내에서 충분히 인지도를 지닌 왕홍들이 한국에 와서 한국 상품을 중국내에 소개 하게끔 하는 사업적 접근도 충분히 시도할 만하다. 중국이 정치적 이유로 서방의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통제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위즈메타 CTO 겸 한국외대 대학원 겸임교수